영화 완성 후 약 2년을 더 들인 영화 < 7년의 밤>이 마침내 공개됐다. 서울 용산 CGV에서 21일 오후 언론에 선공개된 시사회 자리에서 추창민 감독 이하 배우들은 하나같이 "원작이 가장 큰 숙제였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는 살해당한 자신의 딸을 두고 치밀하게 복수를 진행하는 영제(장동건)와 뜻하지 않게 아이를 죽이게 됐던 현수(류승룡) 간 심리 대결이 묘미다. 이 두 남성을 사이에 두고 진짜 부정과 가족, 그리고 인간의 본 모습에 대해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원작에서 떨어지다

"원작 자체에 심리 묘사가 잘 돼 있었고, 여러 상황에 대한 감정을 감독님과 얘길 많이 했다"던 류승룡은 "극중 장동건씨와 마주치는 장면 등에서 치열하게 촬영하던 기억이 있다. 영화를 본 지금까지도 여운이 남는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가 맡은 현수는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동시에 유년 시절 상이군인 아버지에게 폭행 당하며 자란 기억을 지닌 캐릭터다.

"인생을 살면서 가늠할 수 없는 성장환경을 겪었고, 그렇게 살아온 인간이 자신의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하면서 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감정의 끝은 어디일까 촬영 내내 그 감정을 찾는데 중점을 뒀다. 보통 작품을 끝내면 바로 빠져나오곤 하는데 이 작품은 유독 잔상이 오래 갔다. 그래서 차기작 선택에도 영향을 받았다. <염력>이나 <극한직업> 등 밝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택하게 된 이유다." (류승룡)

실제로 슬하에 딸을 둔 장동건은 "비록 연기였지만 스스로 이런 상상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죄책감을 가지며 임했다"며 "(딸을 둔 아버지 연기에 대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그나마 그렇게 하면서 오영제의 심리에 가까워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류승룡과 마찬가지로 장동건 역시 감독과 인물의 감정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고 밝혔다.


다른 캐릭터와 차이라면 동명의 원작 소설에선 사이코패스로 나오는 영제가 영화에선 나름 사연이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 장동건은 "원작에선 심리 묘사들이 굉장히 구체적이었는데 영화에선 물리적으로 그걸 다 표현할 수는 없었다"며 말을 이었다.

"결국 배우의 감정 표현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영화에 있다. 오영제라는 캐릭터가 딸을 학대하는 아버지인데 그런 그가 딸을 잃었을 때 복수를 한다. 사실 상식적이지 않은 감정이다. 딸을 사랑해서 복수한 건지 어떤 거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복합적인 게 있었다. 사람 심리라는 게 딱 한 가지 이유로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물론 제 개인적으론 오영제의 행동을 부성이라 생각했다. 다만 잘못되고, 그릇된 부성이다. 그렇다 보니 더욱 영제라는 인물을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고 설득이 되는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장동건)

이에 대해 추창민 감독은 "영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게 원작 자체였다"고 고백했다. 추 감독은 "사람들의 기대도 컸다는 걸 알고 있는데 영화와 문학은 다른 장르기에 뛰어난 문학성을 어떻게 영화에 녹이는가가 큰 숙제였다"고 말했다.

"원작에선 스릴러 성이 강하다. 하지만 제 연출 스타일이 스스로 이해못하는 부분은 잘 표현하지 못하는 식이라. 오영제를 이해 가능한 인물로 만드는 게 숙제였다. 그래서 원작과 또 다른 사연이 필요했다. 제가 기존에 했던 영화들은 따뜻한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번만큼은 다른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사람의 성정은 본래 악하다는 성악설이 이 작품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악을 악으로 풀려고 하진 않고, 어떤 이유를 들어 표현하려 했다." (추창민)

류승룡, 장동건과 함께 영화엔 영제의 복수 대상이 되는 서원과 그를 지키려는 구조대원 승환 등이 나온다. 고경표와 송새벽이 각각 서원과 승환 역을 맡았다.

영화 < 7년의 밤>은 오는 28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