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의 바흐 재해석 음반 < After Bach > 표지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의 바흐 재해석 음반 < After Bach > 표지 ⓒ 워너뮤직코리아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평균율 클라비어(The Well-Tempered Clavier) 전곡 연주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라면 의례 거쳐가야 하는 관문 중 하나로 손꼽힌다.

'평균율'은 한 옥타브를 12개의 음(흰색 건반 7개 + 검은색 건반 5개)으로 균일하게 나눈 것으로 바흐는 이들 12개의 음으로 모든 조성의 연주를 가능하게끔 1720년 무렵부터 총 48곡으로 구성된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을 내놓는다.

훗날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은 비단 클래식 연주자뿐만 아니라 재즈 피아니스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바 있다.

특히 일생을 바흐 음악의 재해석에 몰두했던 자끄 루시에를 비롯해서 모던 재즈 쿼텟(The Modern Jazz Quartet)의 리더였던 존 루이스 등의 연주는 국내외 재즈와 클래식 마니아들의 필청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런데 최근 또 한명의 거장 재즈 피아니스트가 과감히 평균율 연주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주인공은 그동안 수많은 내한공연을 진행한 덕분에 국내 재즈 음악팬들에게도 친숙한 브래드 멜다우(Brad Mehldau, 1970~)다.

현대 재즈 피아노 거장의 새로운 도전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 ⓒ 워너뮤직코리아


1990년대 아트 오브 트리오(The Art Of Trio)를 시작으로 브래드 멜다우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트리오 활동 외에도 팻 메쓰니(기타), 조슈아 레드맨(색소폰), 크리스 틸(만돌린), 마크 줄리아나(드럼) 등 쟁쟁한 거장들과의 다양한 협연으로 정통 재즈부터 퓨젼+일렉트로닉 음악의 결합 등 다양한 재즈 음악의 확장성을 도모해왔다.

최근 전세계 동시 발매된 솔로 피아노 신보 < After Bach >의 구성은 기존 흔히 볼 수 있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음반과는 다소 차별성을 드러낸다. 총 5곡의 바흐 원곡 중간마다 멜다우의 창작 연주곡 7개를 삽입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기존 재즈 피아니스트의 바흐 연주 음반 상당수가 재즈 편곡으로 재해석한 경우가 많았던 데 반해 멜다우는 철저히 클래식의 화법 그대로의 연주로 마치 '정면 승부'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덧붙여 특유의 도시적이면서 냉철한 감성을 녹여낸 자신의 즉흥 변주곡을 연이어 들려준다.

< 트랙 리스트 >
01. Before Bach: Benediction
02. Prelude No. 3 in C# Major from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I, BWV 848
03. After Bach: Rondo
04. Prelude No. 1 in C Major from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II, BWV 870
05. After Bach: Pastorale
06. Prelude No. 10 in E Minor from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I, BWV 855
07. After Bach: Flux
08. Prelude and Fugue No. 12 in F Minor rom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I, BWV 857
09. After Bach: Dream
10. Fugue No. 16 in G Minor from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II, BWV 885
11. After Bach: Ostinato
12. Prayer for Healing


[브래드 멜다우 'After Bach : Rondo' 공식 오디오]



바흐가 현재 인물이라면 이런 연주를 하지 않았을까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 ⓒ 워너뮤직코리아


만약 바흐가 지금 시대의 인물이라면 이런 식의 작곡·연주를 들려주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이 들 만큼 멜다우의 왼손-오른손 연주는 언제나 그렇듯이 제각기 자유분방하게 건반 위를 뛰어 다닌다.

< After Bach >에서 가장 귀 기울여 들어볼 만한 수록곡은 음반의 후반부를 장식한 창작곡 'After Bach Ostinato'와 'Prayer For Healing'이다. 각각 11분 이상 지속되는 대곡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나 흔들림 없이 끈질긴 지구력으로 시종일관 건반과 청중 모두를 쥐락펴락하듯 멜로디를 들려준다.

전자가 화려한 기교 섞인 손놀림으로 극적인 흐름으로 진행된다면 후자는 제목처럼 차분한 감성으로 듣는 이의 마음에 위안을 안겨준다. 결코 바흐의 명곡에 밀리지 않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4비트 고용량+고음질 음원 재생이 가능한 소니 워크맨을 활용해 브래드 멜다우의 < After Bach >를 감상해봤다.  비교적 성능 좋은 장비를 활용해 들어보면 전문 스튜디오에서의 녹음과는 사못 다른 미세한 소리의 차이 및 공간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 < After Bach >는 상당히 양호한 음질로 제작되었다.

24비트 고용량+고음질 음원 재생이 가능한 소니 워크맨을 활용해 브래드 멜다우의 < After Bach >를 감상해봤다. 비교적 성능 좋은 장비를 활용해 들어보면 전문 스튜디오에서의 녹음과는 사못 다른 미세한 소리의 차이 및 공간감을 느낄 수 있을만큼 < After Bach >는 상당히 양호한 음질로 제작되었다. ⓒ 김상화


전문 레코딩 스튜디오 대신 미국 메사추세스주 우스터시에 위치한 메카닉스 홀(각종 결혼식 같은 축하 파티 외에 교회 예배 등 종교 행사 등에 대관이 이뤄지는 대규모 다목적 홀이다 - 기자 주)에서 녹음이 진행되어 괜찮은 성능의 앰프+헤드폰 혹은 스피커의 조합으로 듣는다면 기존 피아노 솔로 연주 음반과는 다소 다른 질감의 소리와 함께 미세한 차이의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카페 BGM에 어울릴법한 이지리스닝 성향의 재즈 피아노 연주와는 거리가 먼, 비교적 집중력을 요구하는 음반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즈 혹은 클래식 초심자들에겐 < After Bach >는 제법 불친절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 재즈 피아노를 논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의 연주다. 이런 점과 음악팬이라면 한번 쯤 거쳐가야 할 바흐 음악의 재해석이라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이번 < After Bach >는 최근 몇년 사이 발표된 그 어떤 피아노 연주곡 집 이상의 값어치를 충분히 해내고 있다.

[관련 음반] 존 루이스(John Lewis) < J.S. Bach: Preludes and Fugues >

 재즈 피아니스트 존 루이스의 바흐 평균율 곡집 < J.S. Bach: Preludes and Fugues > 음반 표지

재즈 피아니스트 존 루이스의 바흐 평균율 곡집 < J.S. Bach: Preludes and Fugues > 음반 표지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모던 재즈 쿼텟의 리더였던 피아니스트 존 루이스(1920~2001)는 디지 길레스피,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와 함께 1940년대 이른바 비밥 재즈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그는 특히 클래식의 재해석에도 탁월한 역량을 선보인 바 있는데 1985년부터 89년까지 총 4장의 바흐 평균율 곡집을 녹음, 발표해서 특히 국내 클래식 마니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해외에선 이렇다한 리마스터링 재발매조차 이뤄지지 못한 탓에 한동안 희귀 음반에 가까웠지만 지난 2012년 4장 합본 형태로 국내에서 새롭게 발매되어 음반 수집가들의 갈등을 씻겨준 바 있다. 

루이스의 솔로 피아노 연주부터 베이스-베이스-드럼이 추가된 4인조 연주 등 다양한 조합 속에 기존 악보 그대로의 연주부터 재즈 스타일의 편곡 등 틀에 얽매이지 않은 바흐 음악의 해석이라는 점에서 클래식-재즈 애호가라면 꼭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주: 아쉽게도 이 음반은 현재 국내 음원 사이트에선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CD를 통해서만 합법적으로 감상이 가능한 몇 안되는 걸작 중 하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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