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패배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 2018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 시범경기에서 패배한 삼성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삼성 패배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BO 2018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 시범경기에서 패배한 삼성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스포츠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며 꾸준한 성적과 많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팀을 가리켜 흔히 '왕조'를 구축했다고 표현한다. 이제는 전설이 된 한국시리즈 V11를 이뤄낸 기아 타이거즈(해태 시절 포함),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삼성 라이온즈 등이 대표적이다.

잘 나가는 팀들이 매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승승장구할 동안, 정반대로 음지에서 수년째 암흑기를 보내며 꼴찌의 전설이 된 팀들도 존재한다. 꼴찌를 주목하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음지에 있더라도 그 역시 스포츠 역사를 구성하는 일부분임에는 변함이 없다. 1등이든 꼴찌든 그들 역시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시대의 역사를 열심히 살아온 존재들이다. 또한 현재의 패자가 미래의 승자가 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기도 하는 게 스포츠의 매력이기도 하다.

최다 우승팀 타이거즈, 최다 꼴찌 기록팀 롯데

손아섭 시범경기 첫 홈런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롯데 손아섭이 1회말 홈런을 때리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2018.3.13

▲ 손아섭 시범경기 첫 홈런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에서 롯데 손아섭이 1회말 홈런을 때리고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올해로 출범 37주년을 맞는 프로야구 역사에서 총 36회의 꼴찌팀이 탄생했다. 역대 프로야구 사상 최다 꼴찌 기록은 롯데 자이언츠가 보유하고 있다. 롯데는 역사상 총 8회(83,89,97~98,01~04)의 꼴찌를 기록했으며 2001년부터 KBO 역사상 4년 연속 꼴찌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는 꼴찌 구도를 삼분한 LG-기아와 함께 '엘롯기 동맹'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지분은 롯데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국내에서 최고의 팬덤을 자랑하는 세 팀이 동반으로 부진한 시즌은 국내 프로야구의 전체적인 인기가 흔들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참고로 롯데는 꼴찌외에도 특이한 기록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1992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25년째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KBO 역사상 최장기간 무관이라는 기록이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꼴찌는 그렇게 많이 했어도 정작 프로 원년 이래 무려 36년간 정규리그 1위는 단 한 차례도 차지해보지 못하는 불명예도 남겼다.

롯데의 뒤를 추격하고 있는 팀은 한화 이글스다. 2009년에 창단 첫 최하위를 기록한 데이어 2010, 2012~2014년까지 총 5차례의 꼴찌를 기록하며 최근 10년 사이에 롯데와의 격차를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기록도 추가하며 이는 LG(2003~2012)의 KBO 최장기간 PS 탈락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만일 내년에도 한화가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면 신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전설로 남은 꼴찌팀들도 있다. 꼴찌와 관련된 단일시즌 기록은 프로 원년의 삼미 슈퍼스타즈가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프로야구 꼴찌의 대명사'로 회자되고 있는 삼미는, 당시 전후기리그 합산 80경기 체제였던 1982년에 15승 65패, 승률 .188로 '역대 최저승률팀'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이 기록은 1999년 프로농구 대구 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의 3승 24패, 승률 0.067이라는 불멸의 기록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 프로스포츠 정규시즌 단일팀 최저 승률이자 KBO에서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대기록이다. 비록 경기 수가 적기는 했지만 이 기록은 앞으로도 현대야구에서 절대 깨지기 어려운 전설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삼미는 1985년에는 단일 시즌 최다인 18연패(3월31일~4월29일) 기록도 수립한 바 있다. 삼미가 해체가 된 이후 계보를 이은 청보(2회)-태평양(2회)까지 하위권 단골손님으로 오랫동안 고난을 겪었다. 단일팀으로서 최다꼴찌는 부산-경남 연고의 롯데가 단독 1위지만 연고지를 중심으로 하면 인천-경기 연고팀들이 총 8회(2000년 승률 최하위였던 SK는 당시 양대리그 시절)나 최저승률을 기록하며 롯데와 동일하다.

91년 프로야구 제 8구단으로 창단한 쌍방울 레이더스 역시 90년대를 대표하는 꼴찌팀으로 자주 거론된다. 1999년을 끝으로 매각되기까지 총 4번이나 꼴찌를 차지했으며 특히 마지막 해에는 99년에는 승률 0.224(28승 7무 97패)로 82년 삼미에 이어 역대 2위이자, 90년대 최악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1996~97년에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는 짧은 전성기도 누리며 마냥 동네북이었던 것은 아니다.

창단 이후 한국 시리즈 땅 밟지 못한 NC와 넥센

두산 단번에 역전 13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6회초 2사 만루상황에서 두산 허경민의 적시타로 3득점한 두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18.3.13

▲ 두산 단번에 역전 13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6회초 2사 만루상황에서 두산 허경민의 적시타로 3득점한 두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참고로 창단 이래 한 차례도 꼴찌를 경험하지 않은 팀은 삼성과 NC가 있다. 하지만 NC가 2013년부터 1군에 합류하여 역사가 짧은 반면, 삼성은 롯데와 더불어 프로 원년부터 37년째 팀명과 연고지가 한번도 바뀌지 않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왔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삼성은 2016년과 2017년 2년연속 9위를 기록한 것이 구단 역사상 최저성적이다. 2017시즌에는 55승 5무 84패, 0.396으로 구단 창단 이래 최초의 3할대 승률로 시즌을 마감했으나 그나마 부동의 꼴찌 KT의 존재로 인하여 최하위의 수모는 간신히 면했다. 어쩌면 현재가 구단 역사상 최고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는 삼성으로서는 앞으로도 꼴찌를 피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현 시대를 대표하는 꼴찌팀은 단연 10구단 KT다. 2015년부터 1군무대에 진입된 KT는 창단 이후 3년 연속 리그 최하위-3할대 승률의 수모를 피하지못하면서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냈다. 2년 먼저 등장한 9구단 NC가 2013년 첫해에만 7위에 그쳤을 뿐, 이후 매년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거듭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KT가 다음 시즌도 꼴찌 탈출에 실패한다면 롯데가 세운 4년 연속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2018시즌 프로야구 탈꼴찌 대첩은 그야말로 우승팀을 가리는 것 못지않은 춘추전국시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5강 싸움에서 탈락했던 KT, LG, 삼성, 넥센 등이 저마다 뚜렷한 전력보강에 성공했다. KT가 황재균과 더스틴 니퍼트라는 검증된 투타 전력을 영입하며 만년꼴찌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고, LG가 김현수, 삼성은 강민호를 영입하며 각각 취약 포지션을 보강했다. 넥센도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박병호의 가세라는 뜻밖의 호재로 천군만마를 얻었다.

반면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한화는 다음 시즌 리빌딩과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몇 년만에 외부 영입을 최소화하고 이번 시즌을 밎아하고 있다는 게 변수다. 하지만 시범경기를 통하여 가성비 위주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만만치 않은 것이 드러내며 올해도  호락호락 하위권으로 추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하위권 탈출을 위하여 파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절치부심했던 경쟁팀들의 틈바구니에서 한화의 차별화된 행보가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누군가 일등이 있으면 누군가는 꼴등도 되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승부의 세계에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처럼, 누구나 일등도 꼴등도 될 수 있다. 프로야구 2018시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꼴찌의 후계자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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