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을 4일 앞두고 한화와 NC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NC 다이노스 구단과 한화 이글스 구단은 20일 각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NC의 우완 투수 윤호솔과 한화의 포수 정범모를 맞트레이드한다고 발표했다. 주전포수 김태군(경찰 야구단)의 입대 후 포수 자원이 마땅치 않았던 NC는 프로 13년 차의 정범모를 영입해 안방을 보강했고 리빌딩을 진행 중인 한화는 선수단에 유망주 투수 한 명을 추가했다.

초고교급 투수였던 6억 팔 윤형배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는 20일 우완 투수 윤호솔과 포수 정범모 1: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는 20일 우완 투수 윤호솔과 포수 정범모 1: 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 NC다이노스


제법 익숙한 이름이었던 정범모가 6년 차 무명 투수와 트레이드 됐다는 소식은 야구 팬들에게도 꽤나 놀랄 만한 소식이었을지 모른다. 한때는 신경현의 후계자로 꼽히던 정범모가 1군 등판이 2경기(평균자책점 13.50)에 불과한 선수와 트레이드될 만큼 가치가 떨어졌다며 한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범모의 트레이드 상대 윤호솔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윤형배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선수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NC의 우선지명을 받았고 입단 당시 6억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던 '초고교급 투수'가 바로 윤호솔이다. '역대급 괴물 루키'로 불리는 강백호(kt위즈)와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던 윤성빈(롯데 자이언츠)의 계약금이 4억5000만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윤호솔이 얼마나 많은 기대를 받은 유망주였는지 알 수 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이미 전국구 에이스였던 윤형배는 고교 시절 전국 대회 우승만 세 차례 달성하며 천안 북일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2012년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을 때는 일본 대표팀의 동갑내기 에이스와 비교되곤 했는데 그 선수가 바로 오타니 쇼헤이(LA에인절스)였다. 하지만 승승장구할 거 같았던 윤호솔의 야구인생은 프로 입단과 함께 꼬이기 시작했다.

입단 첫 해부터 어깨 부상으로 재활했던 윤호솔은 2014년 1군에서 2경기만 등판한 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2015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윤호솔은 소집해제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자 작년 9월 다시 수술대에 올랐고 NC는 이미 윤호솔 없이도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할 만큼 강팀으로 성장했다. 이에 NC에서는 팀 역대 최고의 계약금을 받았던 특급 유망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엄청난 기대를 받고 프로에 입단한 선수가 채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팀을 옮기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윤호솔의 새팀이 연고구단 한화라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한화에서도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윤호솔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때는 오타니가 부럽지 않았던 고교 최고의 유망주가 연고팀에서 재기의 날개를 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에서 파란만장한 12년 보낸 정범모

한화 정범모, 3점포 작렬 31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 2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한화 정범모가 3점홈런을 친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4.7.31

▲ 한화 정범모, 3점포 작렬 31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과 한화의 경기. 2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한화 정범모가 3점홈런을 친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4.7.31 ⓒ 연합뉴스


한화는 2000년대 중반부터 주전 신경현-백업 심광호로 이어지는 2인 체제로 꽤 오랜 기간 포수진을 꾸렸다. 장타력을 갖춘 포수 이도형도 있었지만 이도형은 수비가 약해 포수보다는 지명타자로 활약한 기간이 더 길었다. 따라서 2006년 청주기계공고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한 정범모가 이글스 안방의 세대교체를 이끌 주역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당연했다.

입단 초기 주로 2군에서 시간을 보내며 경험을 쌓던 정범모는 2008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대했다. 하지만 상무에서도 잦은 부상에 시달렸고 이정식, 김재환(두산 베어스), 이지영(삼성 라이온즈) 등 포수 경쟁자들이 많아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잊힌 이름이 됐던 정범모가 1군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즌은 2012년. 정범모는 1할대의 낮은 타율에도 괜찮은 장타력과 포수로는 제법 뛰어난 주력을 과시하며 72경기에 출전했다.

2013년 88경기에서 타율 .247, 2014년 85경기에서 타율 .253 6홈런을 기록한 정범모는 무난히 신경현의 자리를 물려 받아 자연스럽게 한화의 안방을 차지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5년 한화에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면서 정범모의 입지는 크게 흔들렸다. 포수들의 경험을 중시하는 김성근 감독은 정범모보다 30대 중후반의 베테랑 조인성과 차일목을 중용했고 정범모는 2015년 51경기, 2016년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작년 시즌 정범모가 손바닥 부상으로 1군 진입이 늦어지는 사이 한화는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최재훈을 주전 포수 자리에 앉혔다. 두산 시절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으면서도 양의지에 가려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최재훈은 한화에서 기량을 폭발시켰고 그럴수록 정범모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결국 한화는 잉여자원이 된 정범모 대신 유망주 투수 윤호솔의 미래에 기대를 걸기로 결정했다.

10년 넘게 활약했던 정든 고향팀을 떠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사실 '포수 정범모'에게 NC 이적은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로 보인다. 김태군의 입대로 NC의 안방은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1군에서 보여준 실적이 썩 많지 않지만 김경문 감독은 경험이 가장 많은 정범모에게 시즌 초반 주전 기회를 줄 가능성이 높다. 이 기회를 잡는다면 정범모는 단숨에 가을야구 단골 손님의 주전 안방마님에 등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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