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시상식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곡가 조영수.  최근까지도 매년 저작권료 순위 1-2위를 다툴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시상식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곡가 조영수. 최근까지도 매년 저작권료 순위 1-2위를 다툴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넥스타엔터테인먼트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수의 유명 작곡가 작품이 그해 가요 시장을 장악하는 건 흔한 일 중 하나였다.

1990년대 클럽 댄스 음악 붐이 일 땐 윤일상-주영훈, 이른바 "소몰이 창법"이 유행하던 2000년대 초중반 무렵엔 조영수-김도훈,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무렵 댄스 곡이 부각되던 시기엔 용감한형제, 신사동호랭이 등이 만든 곡들이 수많은 가수들의 음반을 채웠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특정 작곡가 쏠림' 또는 '다작 작곡가 등장' 등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작곡가 중 상당수는 꾸준히 곡을 내고 있고 몇몇 신인 작곡가들도 새롭게 주목받지만 이들의 작업량은 과거 1990~2000년대와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음반 제작사 사장님들이 곡 하나 받으려고 돈뭉치 가득 넣은 007 가방 들고 유명 작곡가 작업실에서 오랜 시간 기다렸다는 일화도 이젠 옛 이야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많던 '대세 작곡가'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곡 수급 방식의 변화 + 공동 작업의 활성화

200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기획사 사장이 특정 작곡가에게 작업을 의뢰하는 건 가장 흔한 곡 수집 방식이었다. 지금도 간간이 이런 방식이 유지되긴 하지만 대부분은 회사 A&R 부서가 국내외 퍼블리싱 업체 등을 경유해 곡 공급처를 찾는 등 다변화한 지 오래다.

게다가 완성곡을 바로 받는 형태도 아니다. 가령 한 개의 프로젝트(A가수의 신작 발표)를 진행다고 하면, 우선 국내외 작곡가들을 섭외한 후 메신저나 이메일 등으로 다양한 의견 및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송캠프 형식의 단체 작업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노래를 제작하는 식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곡 하나를 완성하더라도 실제 음반에는 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거친 소수의 곡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예전처럼 특정 소수 작곡가의 작업물이 상당수 가수의 음반을 채우는 건 훨씬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직접 회사를 차린 작곡가... 창작 대신 경영에 전념

 방탄소년단을 키운 작곡가 방시혁.  지금도 곡 작업을 진행하지만 회사 경영에 전념하면서 과거에 그 숫자는 줄어든지 오래다.

방탄소년단을 키운 작곡가 방시혁. 지금도 곡 작업을 진행하지만 회사 경영에 전념하면서 과거에 그 숫자는 줄어든지 오래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부와 명예를 지닌 가수 혹은 작곡가들이 자신의 회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수/그룹을 등장시키면서 점차 창작 활동이 줄어드는 사례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을 만든 빅히트 방시혁 대표, 마마무가 속한 RBW 김도훈 대표 등은 2000년대 가요계를 대표하는 유명 작곡가들이다. 공동 작사·작곡에 이름을 올리고는 있지만, 과거 노래 한 곡을 혼자서 만들던 때와는 다르게 회사 운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도 제법 많은 유명 작곡가들이 기획사를 설립하고 직접 대표이사를 맡거나 전문 CEO을 영입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움직임은 예전처럼 곡을 만들어 다른 가수들에게 제공하는 것보단 내가 직접 가수와 회사를 키워 성공시키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일찌감치 판단,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가요계 한 종사자는 "이젠 음악만 해선 먹고 살기 어렵다. 상위 10%가 아니라 1%의 작곡가만 살아남는 게 요즘이다. 다양하게 사업을 펼치지 않고선 버티기 쉽지 않다"는 현실론을 언급하기도 한다.

전업 작곡가 대신 "작곡돌" 멤버가 주목 받는 시대

 인기 아이돌 그룹 비투비.  머리 곡 뿐만 아니라 음반 수록곡 작사/작곡을 본인들이 대부분 해결하는 "작곡돌"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기 아이돌 그룹 비투비. 머리 곡 뿐만 아니라 음반 수록곡 작사/작곡을 본인들이 대부분 해결하는 "작곡돌"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큐브엔터테인먼트


최근 들어서 등장한 업계 신조어 중 하나는 바로 "작곡돌"이다. 굳이 지드래곤, 지코 같은 이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공동 작곡이라는 창작 방식이 일반화되다보니 이젠 주요 인기 아이돌그룹의 멤버가 곡 작업에 참여하는 건 흔해진 일 중 하나다.

B1A4, 비투비 등은 멤버들을 중심으로 음반 수록곡 모두를 작업할 만큼 기성 작곡가들과 큰 차이 없는 작업물들을 내놓은 지 오래다. 용준형(하이라이트)처럼 별도의 작곡팀(GoodLife)를 차려 다른 외부 가수들에게 신곡을 제공하는 가수들도 있다.

물론 바쁜 활동에 따른 물리적인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전문 작곡가들의 도움(편곡)이 동반되지만 노래-춤 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능숙한 인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예전 유명 작곡가들의 몫을 이들이 도맡게 되었다.

게다가 이런 멤버의 존재는 팀 홍보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상당수 기획사들은 가급적 작곡 능력도 겸비한 인재를 발탁하기 위해 연습생 선발 과정부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작곡가로 데뷔하려면 먼저 아이돌 그룹 멤버로 데뷔하라"라는 말이 이젠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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