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TBC 예능 <아는형님>에 출연한 당시 아이린의 모습. 취미가 '다림질'이라고 말하자, 진행자가 옷을 던지며 "다려봐"라고 반응했다. ⓒ JTBC
도대체 아이린은 무엇을 잘못한 걸까.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지음)을 언급한 것으로 인해 입길에 올랐다. 아이린은 지난 18일 '레벨업 프로젝트2 1000만 뷰 달성' 기념 팬미팅에서 최근 읽은 책에 대한 팬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중 <82년생 김지영>을, 단지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몇몇 남초사이트에서 '탈덕' 운운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한 것을 마치 페미니스트로서 선언이라고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단지 책 한 권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확대해석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페미니즘을 말하는 것이 왜 불매의 근거가 되느냐는 점을 짚어야 할 것이다. 페미니즘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나? 여성으로서 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삶의 존재론적 태도 아닌가. 또한 이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이 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이다. '#MeToo운동'과 'TimesUp'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페미니즘은 세계적인 흐름이자 대세이다. 오히려 이를 거스르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
불매할 만한 행동 했나페미니즘을 성범죄, 탈세, 불법도박, 사기, 음주운전, 폭행 등을 저지른 것과 동일선상에 놓을 수 있는가. 마땅히 비난 받아야 할 일을 저지른 남자 연예인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아무런 해도 없는 여성 연예인의 행위에는 과민 반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그저 필자의 착각인가.
얼마 전 에이핑크의 손나은이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가 적힌 폰케이스가 찍힌 사진을 SNS에 올렸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있었다. 여성 연예인이 소신을 분명히 밝히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불편하게 생각하는 걸까.
팬덤을 오롯이 권력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겠으나 팬덤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아티스트를 압박하는 것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과 다름없다. 팬들은 구매력을 구실로 아티스트의 의견을 수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아티스트의 의견을 꺾을 수는 없다. 개인의 양심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번 논란은 여성을 대상화할 뿐 주체적으로 바라보지 않은 남성위주 사회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예쁘고 섹시하면서도 늘 웃으며 싫은 내색 하지 않는 여성연예인. 그들이 원하는 여성상이자 여자연예인이라면 어련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들은 개인으로서는 아무런 권력도 없으면서 여성연예인에 대하여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사실 그들이 탈덕하든 말든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만약 그런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퇴보이며 적폐인 것이다.
첫 질문에 대한 답을 하겠다. 아이린은 잘못한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