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준비 중인 신태용(48) 감독이 지난 6일 유럽파 선수들의 몸 상태와 경기력을 점검하고 돌아온 뒤 기자회견에서 "16강 이상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신태용 감독의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발언으로 'Again 2002'를 바라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 축구 최고의 팀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월드컵에서는 단지 자신감만으로 누구나 우승할 수는 없다. 당연하게도 팀 전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신태용 감독의 말에는 의구심이 든다. 이는 한국과 맞대결을 벌일 독일, 멕시코, 스웨덴(F조) 등의 실력이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의 실력이 한국보다 열세에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 이는 굳이 FIFA 랭킹과 역대 전적을 비교 평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이 세계 축구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최근 2년 동안 이들의 A매치 경기 결과가 뒷받침한다. 이는 누구보다 신태용 감독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태용 감독이 자신감을 내비친 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게 기성용(29, 스완지시티), 손흥민(26, 토트넘), 권창훈(24, 디종FCO) 등 4~5명의 유럽파가 있다면 독일, 스웨덴은 말 그대로 선수 모두가 유럽파며 멕시코도 한국보다 월등한 해외파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선수 스쿼드는 곧 팀 실력의 리트머스지다. 따라서 이들 국가보다 선수 스쿼드면에서 절대적 열세인 한국이 이들 국가보다 실력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태용 감독, 코치 진정한 검증 무대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유럽 원정 평가전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18.3.12

▲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 발표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유럽 원정 평가전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18.3.12 ⓒ 연합뉴스


대표팀은 유럽 원정길에 올라 북아일랜드(24일), 폴란드(28일)와 두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만나는 가장 강팀들이다. 북아일랜드는 유럽 예선(C조)에서 독일에 밀려 2위를 차지했으며 플레이오프 전에서도 스위스에 1, 2차전 합계 스코어 0-1로 아쉽게 패해 러시아행 티켓을 놓쳤다. 폴란드는 조(E조) 1위로 2002년 한일 FIFA 월드컵 후 3수 만에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쥐고 당당히 시즈 배정을 받아 세네갈, 콜롬비아, 일본과 함께 H조에 편성되어 있는 강호다.

따라서 북아일랜드, 폴란드와 갖는 평가전은 신태용 감독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또 하나의 시험 무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평가전은 지난 터키 전지훈련(1월 22일~2월 4일)에서 진행된 몰도바(1-0), 자메이카(2-2), 라트비아(1-0)와의 평가전과는 그 의미와 차원이 다르다. 이번 평가전이야말로 진정한 강호와의 맞대결이다. 우선 신태용 감독의 전술, 전략, 경기운영, 리더십 등 지도자로서 능력 재검증이 관심을 모은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10월 가졌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러시아(2-4, 패), 모로코(1-3, 패)를 상대로 졸전 끝에 완패하면서 믿음보다는 비판 받는 일이 많았다.

이번 평가전은 신태용 감독의 수비 전술과 공격 축구 철학을 최종적으로 검증 받는 무대다. 여기에 신태용 감독을 보좌하며 한국 축구를 구해줄 최적의 카드로 작년 코치진에 합류한 토니 그란데(61, 스페인) 코치, 하비에르 미냐노(51, 스페인) 피지컬 코치 아울러 이번에 전력분석코치로 새로 합류한 가르시아 에르난데스(64, 스페인) 코치까지 검증할 기회다.

특히 토니 그란데, 하비에르 미냐노 코치는 그동안의 명성과는 달리 대표팀에 합류 이후 경기력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평가전에서 코치진들에게 주목하는 눈이 많은 이유다.

김신욱 활용 전술과 수비력 도마 위에

김신욱의 세리머니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텐진 취안젠(중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 전북 김신욱(왼쪽)이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2018.3.6

▲ 김신욱의 세리머니 6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텐진 취안젠(중국)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경기. 전북 김신욱(왼쪽)이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고 있다. 2018.3.6 ⓒ 연합뉴스


앞서 김신욱은 터키 전지훈련에서 몰도바, 자메이카, 라트비아를 상대로 가진 평가전에서 3경기 연속 헤더골을 터뜨린 선수다. 북아일랜드와 폴란드는 좋은 신장을 바탕으로 강력한 수비를 펼치는 게 강점이다. 수비력으로는 유럽에서도 상위 레벨에 속한다. 이런 강팀들을 맞아 김신욱이 과연 어떤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현재 대표팀에는 특히 수비강화가 필요하다. 이번 평가전에 나서는 대표팀 수비진 8명 가운데 전북 현대 모터스 소속 선수는 김민재(22), 김진수(26), 이용(32), 최철순(31), 홍정호(29)까지 총 5명이다. 이들은 그동안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과 평가전 등에서 수비를 책임지는 자원이었다. 이에 월드컵 본선에서도 대표팀 수비 라인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이번 평가전에서 선수 개인의 수비 능력은 물론 수비 조직력 까지 입증하지 못한다면 대표팀의 경쟁력은 기대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기대치와 비난, 비판 갈림길

"16강 이상도 가능하다"라는 신태용 감독의 자신감은 공격 포지션의 선수 몇 명에 초점을 맞춘 발언으로 느껴진다. 또한 신태용 감독의 "수비 풀백 자원에 대안이 없다"는 발언과 대표팀이 안고 있는 수비 불안 문제를 고려하면 입에 발린 소리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대표팀에는 기성용과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있다. 이들이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과 맞서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축구 경기는 선수 11명의 능력은 물론 전술에 의한 조직력과 체력, 전략과 경기운영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만족스러운 경기 결과를 얻는다면 신태용 감독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대표팀 실력과 코칭스태프 지도력에 물음표보다는 느낌표를 의미한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러시아 FIFA월드컵 독일, 스웨덴전을 위한 리허설 상대로 북아일랜드, 폴란드는 두말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상대다. 그렇지만 수비력 점검 못지않게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공격력도 중요 체크 리스트다. 이번 평가전에서 국민들에게 신뢰 주지 못하면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금 비판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북아일랜드, 폴란드 평가전 대표팀 명단
GK: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조현우(대구FC)
DF: 김민재, 김진수, 이용, 최철순,홍정호(전북현대), 장현수(FC도쿄), 윤영선, 김민우(상주상무)
MF: 기성용(스완지시티), 권창훈(디종FCO), 구자철(아우크부르스), 박주호(울산현대), 연기훈(수원삼성), 이재성(전북현대), 이창민(제주유나이티드), 정우영(빗셀고베)
FW: 김신욱(전북현대), 손흥민(토트넘홋스퍼), 이근호(강원FC), 황희찬(잘츠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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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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