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 넣고 재성 기뻐하고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서울에 첫 골을 넣은 김민재(왼쪽 두번째)를 이재성이 축하하고 있다. 2018.3.18

▲ 민재 넣고 재성 기뻐하고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서울에 첫 골을 넣은 김민재(왼쪽 두번째)를 이재성이 축하하고 있다. 2018.3.18 ⓒ 연합뉴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포지션은 바로 수비수일 것이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지금까지 수비진은 여전히 최상의 조합을 찾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특히 중앙수비수들은 중요한 A매치에서 연이은 부진으로 뭇매를 맞기 일쑤였다. 대표팀 주장까지 역임했던 김영권은 지난해 이란전에서 '팬 비하' 발언으로 십자포화를 맞았고, 김주영은 러시아와의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2연속 자책골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장현수는 수년째 대표팀 부동의 주전으로 기용되고 있음에도 A매치마다 거듭된 실수로 '자동문'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과 SNS상에서 "제발 OOO는 대표팀에서 빼라", "OO만 없어져도 한국 축구가 산다"는 비난성 발언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사실상 비판이라기보다는 '감정적 분풀이'에 가까운 특정 선수에 대한 폄하는 안타까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최근 한국 축구에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할 만한 대형 수비수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무너진 대표팀 수비라인에 그나마 한줄기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전북의 괴물 수비수 김민재다. 사실상 '욕받이' 신세가 되어버린 대표팀 수비수들중 상대적으로 김민재는 팬들의 비난세례에서 살짝 비껴나있는 몇 안 되는 수비수 중 하나다.

탄탄한 체격에 스피드까지, 김민재의 가치

김민재가 한국 축구에서 가장 촉망받는 수비수로 떠오른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김민재는 지난해 프로축구에 데뷔하자마자 일약 'K리그1' 최강팀 전북 현대의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 잡으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해 8월에는 성인 대표팀까지 승선하여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선발 출장했다.

대표팀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와중에 수비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드물게 호평받은 선수가 김민재였다. 어린 선수임에도 월드컵 예선전과 만원 관중의 중압감에 전혀 위축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수비 조율시 김영권-장현수와 같은 경험 많은 선배들까지 침착하게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는 팬들에게 신신한 충격을 안겼다. 불과 1년 전 역시 신태용 감독이 이끌던 리우올림픽 본선에서 정승현, 최규백 등에게도 밀려 탈락했던 김민재가 이제 K리그1 최강팀과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주전을 다툴 정도로 성장한 것은 대단한 반전이다.

190cm, 88kg로 수비수로서 탄탄한 체격조건을 자랑하는 김민재는 한국 축구에서 최진철-곽태휘 등의 계보를 잇는 '파이터형 수비수'로 꼽힌다. 비슷한 유형으로 꼽히던 선배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거구임에도 준족의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킥력까지 갖춰서 패스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점이다.

배짱 있는 플레이 스타일도 눈길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지만 경기 중 상대를 끊임없이 자극하여 평정심을 잃게 만드는 심리전이나 트래쉬토크에도 일가견이 있다. 이란전 당시 후반 에자톨리히를 퇴장시킨 장면이 대표적이다. 에자톨리히는 후반 7분, 공중볼을 다투다 김민재의 머리를 고의적으로 밟아 퇴장 당했는데, 김민재는 당시 상황 이전부터 끊임없이 에자톨라히의 옷을 잡거나 밀치는 등 교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밀착수비를 끊임없이 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A매치 데뷔전에서 이렇게 능글맞고 배짱있는 플레이를 해낼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룰의 범위 내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지능적인 심리전도 수비수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김민재는 체격에서 기술, 멘탈까지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장점을 두루 겸비한 선수라는 평가다. 오랫동안 '대형수비수'에 목말랐던 한국 축구 팬들은 김민재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민재의 활약상은 대표팀의 성적으로도 증명된다. 김민재가 선발로 출장한 A매치 4경기에서 한국은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김민재는 올 시즌 개막 이후에도 전북의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며 지난 18일 서울전에서는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제골까지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일찌감치 김민재를 러시아 월드컵에 데려갈 선수로 눈도장을 찍은 모습이다. 현재로서는 김민재가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것은 확실시되며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김민재는 대표팀에 승선한 이후로 아직 유럽과 남미의 강팀들을 상대해보지 못했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만날 독일이나 멕시코, 스웨덴은 아시아에서 상대한 이란이나 우즈벡과는 수준이 다른 강팀들이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폴란드)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하게될 이번 3월 유럽 원정은 김민재에게도 중요한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어떤 면에서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수비수에게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의 희망을 걸어야할만큼 한국 축구의 수비가 어려운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정한 히어로는 오히려 난세에 태어난다. 김민재가 어느덧 '수비수들의 무덤'이 된 대표팀에서 잡초 속에 피어난 꽃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