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소속의 해리 케인과 손흥민 선수. ⓒ 연합뉴스/EPA


'손흥민(토트넘)에게 과연 최적의 포지션은 어디인가'하는 의문은 팬들과 축구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거론된 화젯거리 중 하나였다. 손흥민은 최전방과 2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거치며 가장 많이 기용된 왼쪽 측면 윙포워드 포지션이 익숙하지만, 최근에는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는 빈도도 늘어나고 있다.

손흥민은 전형적인 윙어는 아니다. 측면 라인을 따라 수비를 흔들고 최전방을 향해 크로스를 올리는 것보다는, 중앙으로 침투하여 직접 득점을 노리는 인사이드 포워드 스타일에 가깝다. '골잡이'로서의 성향이 강한 손흥민의 특성상, 측면보다는 골문에서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공격수로 배치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많았다.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과, 대한민국의 신태용 감독은 최근 들어 손흥민을 스트라이커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공격수 손흥민'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전술적 운용이 뒷받침되어야한다는 점이다. 손흥민은 골잡이기는 하지만 전형적인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상대를 등지고 하는 포스트플레이나 제공권, 몸싸움 등에는 그리 능하지 않다. 수비가 두텁거나 조직력이 좋은 팀을 상대할 경우, 손흥민을 공격수로 배치했을 때 오히려 전방에서 홀로 고립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일 때 어땠나

토트넘은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며 사실상 손흥민이 그 빈 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통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페르난도 요렌테가 있지만 올시즌 28경기에서 주로 교체로 나서며 5골에 그치며 포체티노 감독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 손흥민은 예전에도 케인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종종 최전방까지 소화한 경험이 있다.

지난 스완지와의 FA컵은 케인 없는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했다. 토트넘은 3-0으로 완승했지만 손흥민은 풀타임을 소화하고도 득점을 신고하지 못하여 5경기 연속골 도전에 아깝게 실패했다. 손흥민은 이날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물론 단순히 골이 없었다고 손흥민이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전반 역습 상황에서 감각적인 슈팅이 골대를 갈랐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아쉽게 무산된 순간도 있었다. 손흥민은 이후로도 최전방과 측면을 두루 넘나들며 팀 공격에 기여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이날 손흥민의 경기력은 지난 4경기에서 보여준 최상의 컨디션에는 미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손흥민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 강했다.

정통 스트라이커인 케인은 상대 수비수를 끌어들인 상태에서 볼을 이어받아 좌우로 패스를 넓게 벌려주며 동료를을 위한 공간을 열어주는 스타일이라면 손흥민은 스피드과 활동량을 앞세워 문전에서 머무르기보다 2선 공격수들과 공을 주고받다가 순간적으로 뒷공간을 침투하는 스타일에 가깝다. 손흥민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주변에 패스에 능하며 빠르고 간결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토트넘은 에릭 라멜라와 크리스티안 에릭센, 루카스 모우라를 2선에 배치한 4-2-3-1 형태를 이뤘다. 1골 1도움을 기록한 라멜라와 2골의 에릭센은 이날 개인적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원톱 손흥민을 살리는 활용도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라멜라와 모우라는 패스보다는 자신이 직접 공을 쥐고 수비를 흔드는 드리블러에 가까운 유형의 선수들이다.

'손흥민 원톱' 전술, 국가대표팀에서도 통하려면...

손흥민이 2선과의 유기적인 스위칭으로 수비수들을 혼란시키며 침투 공간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지만 정작 손흥민을 노리고 연결되는 결정적인 패스는 적었다. 공격수로서 손흥민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토트넘의 선수구성상 '손흥민 원톱 카드'가 괜찮은 플랜 B 정도는 될 수 있어도 확실한 플랜 A까지 올라설 수 있는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이유다.

오히려 후반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모우라와 라멜라를 빼고 요렌테와 알리를 투입하면서 손흥민의 움직임이 살아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방에 정통 공격수인 요렌테가 서고 손흥민이 익숙한 윙 자리로 내려오면서 한결 편안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포체티노 감독이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최상의 조합에 대한 고민을 남겨준 장면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에서는 손흥민을 투톱을 쓰는 4-4-2에서 처진 스트라이커에 가깝게 기용하고 있다. 신 감독은 지난해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에 몰리는 집중견제와 수비부담을 분산시켜주기 위하여 활동량과 연계능력이 좋은 이근호(강원)를 파트너로 붙인 것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손흥민이 계속되는 슛이 골대를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손흥민이 계속되는 슛이 골대를 빗나가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은 최정예가 모이는 3월 유럽원정 평가전에서 김신욱(전북)-황희찬(잘츠부르크)과도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이전에도 대표팀에서 함께 활약한 경험은 있지만 아직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조합이다. 김신욱이나 황희찬이 전방에 있을 때는 손흥민이 함께 전방에 설수도 있지만, 다시 2선으로 내려가 윙포워드의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손흥민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그의 체력적-전술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동료들의 역할이 그만큼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를 외롭게 두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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