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FC 서울이 2018시즌 최악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서울은 개막 첫 달인 3월을 승리 없이 1무 2패로 마치게 됐다. 서울은 1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3라운드 전북 현대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겨울이적시장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K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이자 FC 서울의 간판 공격수였던 데얀이 '슈퍼매치' 라이벌 수원으로 이적한 것은 비롯하여 오스마르, 윤일록 등 공수의 핵심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서울은 노쇠한 기존 선수단을 정리하고 황 감독이 선호하는 젊고 빠른 선수들로 대체하는 '리빌딩'을 추진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선 황 감독이 부임한 이후 서울이 기존의 색깔을 잃고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졌다.

서울은 황 감독이 처음 부임한 2016년 K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라이벌 전북이 '심판매수 사건'으로 인한 승점 삭감이라는 변수가 있었던 탓에 온전한 자력우승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정작 황선홍 체제로 처음으로 온전히 한 시즌을 소화한 2017년에는 리그 5위에 그치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에 실패했고, ACL 본선에서도 16강 진출조차 좌절되며 근래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이미 서울 팬들 사이에서는 황선홍 감독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서울에게는 초반 성적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서울에게는 운도 따르지 않고 있다. 하필이면 개막 초반부터 제주-강원-전북 등 전력상 만만치 않은 상대를 잇달아 만나야했다.

심상치 않은, 황선홍 감독을 향한 분위기

서울 황선홍 감독, '목표는 1위'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 목표 순위를 밝히고 있다. 2018.2.27

▲ 서울 황선홍 감독, '목표는 1위' 지난 2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18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서울 황선홍 감독이 올 시즌 목표 순위를 밝히고 있다. 2018.2.27 ⓒ 연합뉴스


18일 열린 전북전에서는 공격의 핵심인 박주영과 에반드로가 모두 부상으로 출전명단에서 빠지는 악재까지 겹쳤다. 지난 겨울 서울과 3년 재계약을 맺은 박주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거듭된 잔부상과 기량저하로 내구성이 '유리몸'이라는 물음표가 붙었던 선수이고, '데얀의 대체자'로 영입된 에반드로 역시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정상적인 프리시즌을 소화하지 못한 상태였다. 시즌 개막 전부터 서울 공격진에 붙었던 불안한 물음표가 현실이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제주-강원전에서 4-3-3을 활용했던 황 감독은 박희성과 안델손을 투톱으로 배치하는 4-4-2 전술을 꺼내들었지만 전북을 노린 맞춤형 변화라기보다는 사실상 어쩔 수 없는 고육책에 가까웠다. 서울은 전북의 화력에 맞서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경기운영으로 맞섰지만 후반들어 집중력이 떨어지며 결국 2골을 내줬다.

국가대표급 수비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잇딜아 대량실점을 거듭하며 흔들린 전북이지만 쓸만한 창을 모두 잃어버린 서울의 공격력이 넘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었다. 안델손이 3개의 슈팅을 시도하여 고군분투했으나 위협적인 장면은 적었다. 서울은 후반 막판 김성준의 프리킥골로 영패를 겨우 면한데 위안을 삼아아했다. 전북은 이날 14개의 슈팅(유효슈팅 9개)을 기록하며 5개(유효슈팅4개)에 그친 서울을 압도했다. 데얀의 빈 자리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희망을 찾자면 팀의 조직력 자체는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K리그에서 가장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전북을 상대로 서울은 중원과 최전방에서 끊임없는 압박을 가하면서 전반만 해도 안정된 수비를 펼쳤다. 하지만 최전방으로 향하는 공격적인 전진패스의 정확성과 1-2선의 연계능력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문제는 황선홍 감독을 향한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황 감독의 상황을 두고 2011년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가 약 3개월만에 경질된 황보관 전 감독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도 '서울 역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거론되는 황보관 감독은 전 시즌 K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넬로 빙가다 감독의 후임으로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공식 경기에서 11전 3승 4무 4패라는 부진에 허덕이다가 시즌 초반인 4월에 전격사임했다. 당시 서울은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승1무1패를 기록했으나 K리그에서는 7라운드까지 1승 3무 3패. 전체 16개팀 중 14위에 머물고 있었다.

당시 서울은 데얀을 비롯하여 몰리나, 제파로프, 몰리나같은 화려한 외국인선수 진용을 보유하여 지금보다 전력이 더 화려한 팀이었다. 황보관 감독은 '항복왕' '행보관'같은 조롱섞인 별명으로 불리며 비난에 시달렸고, 결국 최용수 감독에 지휘봉을 넘기고 서울 감독직에서 물러난 이후 지도자로서 더 이상 재기하지 못했다. FC서울 역사상 성적부진으로 시즌 중반에 경질된 감독은 황보관이 유일하다.

황선홍 감독, 지도자 인생 최대 고비 극복할 수 있을까

지금의 황선홍 감독도 현역 시절 별명인 '황새'를 패러디한 '참새' '황새X가리'같은 별명으로 극성팬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황보관 전 감독 시절에 비하여 현재 전력은 떨어지지만 지금의 팀구성을 만든 것이 바로 본인이라는 점, 서울을 맡은 지 벌써 3년째가 되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저조한 성적에 대한 책임론이 더 큰 편이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했던 7년 전과 달리, 황선홍 감독은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는데 실패하여 리그에서의 성적 외에는 명예를 회복할 기회도 부족하다. 빨리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2011년의 황보관 감독처럼 7년 만에 다시 찾아온 '4월 위기설'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A매치 기간에 접어들며 2주간의 휴식 시간을 얻었다는 것은 황선홍의 서울에게는 귀중한 기회다. 시즌 초반 무승행진을 끊지 못하고 부담을 안은 상황에서 휴식기를 맞이한 것은 아쉽지만 지금의 서울에게는 당장 경기보다는 재정비가 더 절실해보인다. 황선홍 감독이 지도자 인생 최대의 고비를 과연 극복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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