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는 매년 관중 동원 1, 2위를 다투는 인기구단이다. 서울이라는 대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고 규모가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지난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한 후 5년 동안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팬들을 대거 끌어 모았다. 구단에서도 '서울의 자존심'을 자처하고 있고 그만큼 LG를 향한 팬들의 열정과 자부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LG는 인기나 명성에 비해 실적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무려 23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고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올랐던 2002년 이후에는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지 못했다.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가 최근 5년 동안 2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급기야 두산이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작년 시즌에는 가을야구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자존심이 상한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를 통합 4연패로 이끌었던 '야통' 류중일 감독을 데려왔고 FA시장에서는 115억 원을 투자해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타격기계' 김현수를 보강했다. 검증된 명장과 잠실 구장이 누구보다 익숙한 강타자의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한 LG의 올 시즌 목표는 가을야구 복귀, 그 이상이다.

[투수] 풍부한 선발진과 든든한 허리, 새 마무리는 미지수

LG 선발 윌슨 역투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 LG 선발 윌슨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8.3.13

▲ LG 선발 윌슨 역투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 LG 선발 윌슨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LG는 2016년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음에도 95억 원을 투자해 좌완 차우찬을 영입했다. 가을야구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시기가 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LG는 작년 시즌 정규리그에서 4.30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10개 구단 1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성적은 6위. 타선이 빈약했던 것도 있었지만 선발과 불펜의 엇박자와 주요 선수들의 부상이 컸다.

LG는 작년 시즌 에이스로 활약했던 데이비드 허프(야쿠르트 스왈로즈)와의 재계약이 결렬되고 기존의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와 빅리그 8승 경력의 타일러 윌슨으로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토종 에이스 차우찬과 소사가 KBO리그 경력이 풍부한 검증된 투수들인 만큼 세 선수가 부상 없이 40승 이상을 합작해 준다면 LG는 강력한 선발 트로이카를 구축할 수 있다.

LG의 강점은 4~5선발 후보들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베테랑 류제국이 허리디스크 증세를 보여 개막전 합류가 불투명하지만 작년 6승을 따낸 임찬규와 풀타임 2년 차를 맞는 김대현 등이 스프링캠프부터 꾸준히 좋은 구위를 선보이고 있다. 작년 시즌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리그를 정복한 좌완 유망주 임지섭은 LG선발진의 히든카드. 워낙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만큼 제구만 잡힌다면 '깜짝스타'로 등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LG는 작년 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음에도 풀타임 마무리 투수가 없었다. 올해는 돌아온 임정우와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정찬헌, 경험이 풍부한 '로켓' 이동현 등이 마무리 자리를 놓고 다툴 전망이다. 전천후 사이드암 신정락과 홀드왕 진해수, 그리고 마무리 경쟁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맡게 될 허리도 상당히 든든하다. 강속구를 던지는 2년 차 고우석의 성장을 지켜 보는 것도 LG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이 될 것이다.

[타선] 김현수-가르시아 합류로 포지션 정리, 유격수 고민 해법은?

김현수, LG 유니폼 입고 시범경기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LG)가 6회초 첫 안타를 때리고 1루코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18.3.13

▲ 김현수, LG 유니폼 입고 시범경기 한국프로야구 시범경기가 개막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 경기.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LG)가 6회초 첫 안타를 때리고 1루코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2018.3.13 ⓒ 연합뉴스


LG는 작년 시즌 탐 타율 7위(.281), 팀 득점(699점), 팀 타점(663개), 팀 홈런 10위(110개)를 기록했다. 어렵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 놓고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아 무위로 그친 장면은 작년 시즌 LG 경기의 흔한 패턴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이자 팀 타율 1위(.302) KIA 타이거즈는 팀 내 3할 타자만 7명이었는데 LG는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가 단 2명(박용택,양석환)뿐이었다. 냉정하게 표현하면 LG는 실험만 하다가 한 시즌을 보낸 셈이다.

따라서 올 시즌 LG의 가장 큰 목표는 안정된 주전 라인업 구축이다. 물론 포지션 경쟁도 중요하지만 라인업이 안정돼야 감독이 소위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가 미국 진출 전까지 8년 연속 120경기 이상 출장했던 '건강한' 강타자 김현수를 선택한 이유도 라인업 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였다(김현수 영입으로 LG는 적어도 좌익수 고민은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김현수와 빅리그 통산 29홈런의 3루수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영입하면서 LG는 포지션 변경이 불가피하다. 작년 시즌 1루와 3루를 오가던 양석환은 풀타임 1루수로 고정될 가능성이 높고 류중일 감독이 선호하는 수비 범위가 넓은 외야수 안익훈이 붙박이 중견수로 자리 잡는다면 채은성, 이형종, 이천웅이 우익수를 놓고 경쟁할 전망이다. 물론 장타력을 갖춘 유강남과 수비가 뛰어난 정상호의 안방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LG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유격수 자리다. 군 입대 시기가 다가온 오지환의 합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백승현과 장준원을 경쟁시키고 있지만 두 선수의 통산 1군 경력은 각각 9경기, 42경기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 2015년의 김하성(넥센 히어로즈) 같은 신데렐라가 등장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아직 활약이 미진하다. 오지환 해법조차 잘 풀리지 않는다면 유격수는 올 시즌 내내 류중일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할 지 모른다.

[주목할 선수] LG불펜의 '지드래곤', 초심 찾아 부활할까

2010년 영동대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김지용은 첫 해 5경기에 등판한 후 부상과 군복무 등으로 2014년까지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언제 방출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아슬아슬한 프로 생활을 이어가던 김지용은 2015년 24경기에 등판해 1승1패4.13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2016년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한 김지용은 51경기에 등판해 3승4패17홀드3.57의 성적으로 LG불펜의 핵심 투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LG불펜이 배출한 '늦깎이 스타' 김지용의 성공스토리는 2017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김지용은 작년 시즌 53경기에서 53이닝을 던지며 피홈런을 무려 13개나 기록했다. 작년 시즌 50경기 이상 등판했던 투수 중에 김진성(NC다이노스),송창식(한화 이글스)과 함께 가장 많은 홈런을 허용한 투수가 바로 김지용이었다. 그렇다고 김지용이 김진성이나 송창식처럼 멀티이닝 소화도 마다하지 않는 '노예형 투수'도 아니다.

김지용의 올 시즌 화두는 '초심'이다. 1군에서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2015년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 마운드에서 패기 있게 타자들을 상대하겠다는 뜻이다. 류중일 감독도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구위를 유지한 김지용을 핵심 불펜 후보군 중 한 명으로 분류했다. 김지용은 지난 1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1이닝 1탈삼진 퍼펙트 투구로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17일 두산전에서는 0.2이닝 2실점으로 다소 불안한 투구를 펼쳤다.

김지용은 하위순번으로 프로에 입단해 5년이라는 긴 무명생활을 이겨내고 1군 선수로 자리 잡았다. 1군 마운드의 소중함이나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LG불펜에는 임정우와 정찬헌, 이동현 등 많은 우완 투수들이 있지만 안정된 제구를 바탕으로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지드래곤' 김지용이 2016년의 구위를 되찾는다면 LG불펜은 작년보다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LG트윈스 2018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LG트윈스 2018 시즌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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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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