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포스터

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지난 2014년 12월 국내에서 개봉하여 호평받았던 <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2014)는 지난 14일 세상을 떠난 세계적 물리학자 고 스티븐 윌리엄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을 다룬 전기영화다.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1988년 출간한 <시간의 역사>를 통해 물리학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이바지했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그의 일생을 소재로 하거나 호킹 본인이 직접 출연한 영화도 여러 편 있었다. 그런데 에디 레드메인이 호킹 박사로 분했던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스티븐 호킹과 그의 첫째 부인인 제인 호킹 사이에서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훗날 함께 가정을 꾸리는 제인(펠리시티 존스 분)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스티븐은 건강했다. 영국 최고 명문대인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두루 섭렵할 정도로 촉망받는 물리학도인 스티븐은 캠브리지에서 불어와 스페인어를 전공하는 제인을 만나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무신론자인 이과생 스티븐과 독실한 성공회 신자인 문과생 제인은 서로의 상반된 성향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사랑을 쌓아가던 찰나, 스티븐이 소위 루게릭병이라 불리는 '근 위축성 측색경화증'을 앓게 된다.

스티븐은 온 몸이 서서히 마비되고 수년 내에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제인은 스티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티븐과 결혼을 결심한 제인은 스티븐의 곁을 지키며, 그가 최고의 물리학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한 장면

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하지만 여자 혼자서 육아와 살림에 사지가 마비된 남자까지 돌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했던 제인은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고, 그러던 찰나 제인의 앞에 브라이언(해리 로이드 분)이라는 남자가 나타난다.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휘하는 브라이언은 스티븐처럼 온 우주가 주목하는 천재는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혼자 스티븐을 돌보다가 지쳐버린 제인이 기댈 수 있는 품이 넓은 남자였다. 그렇게 제인은 자신의 가정을 도와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브라이언의 도움을 받으며 스티븐을 굳건히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호킹 박사의 첫째 부인인 제인 호킹의 회고록 <무한으로의 여행: 스티븐 호킹과 함께한 인생(Traveling To Infinity: My Life With Stephen Hawking)>을 바탕으로 제작된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호킹이 이룬 업적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호킹이 온몸이 마비되는 장애에도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헌신한 제인과의 사랑을 말하고자 한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본 어떤 이는 아픈 남편을 뒤로하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국 호킹 곁을 떠난 제인에 대해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건강했던 스티븐이 온몸이 마비가 되는 순간에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던 제인은 최선을 다했고, 그녀 혼자 장애인을 돌보는 일에 있어서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많은 사람들은 스티븐 호킹을 두고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세계적인 물리학자로 우뚝 선 그의 성공스토리에만 주목했다. 그러나 스티븐 호킹이 현대 물리학에 있어 놀라운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스티븐을 위해서만 살아온 아내 제인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이 부분을 담았다.

호킹 박사의 만남과 결혼, 이별을 통해 바라본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한 장면

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죽기 직전까지 스티븐 호킹은 2017년 영국 보수당 정부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 했던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강화를 주장한 대표적인 인사로 알려져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물리학자에 <시간의 역사> 등 발간한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등극해서 윤택한 삶을 살았던 호킹 박사가 공공 의료체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그 자신이 NHS 시스템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킹 박사는 생전에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NHS가 없었으면 나는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때로 장애는 당사자와 가족의 책임과 노력만으로 딛고 일어서기에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스티븐 호킹은 아내의 헌신과 사랑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물리학을 계속 연구할 수 있었지만, 아내가 본인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에 호킹 박사는 아내를 자신에게서 놓아주기로 결심한다. 대신 호킹은 아내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활동 보조인을 만나 자신의 연구와 대중 강연 활동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호킹의 사생활을 아름답게 포장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영화 말미 호킹의 간병인으로 등장했고 훗날 호킹과 재혼하는 일레인은 2006년 호킹을 지속적으로 구타하고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는데, 영화에서는 호킹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그의 활동을 지지하는 따스한 성격의 간병인으로 묘사된다.

그럼에도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 마냥 아름답지만 않았던 스티븐 호킹의 결혼생활을 전면으로 다룬 이유에는, 사랑이나 누군가의 일방적인 헌신만으로는 유지할 수 없는 결혼의 어려움을 보여주고자 함이 커 보인다. 또한 부부 둘이서만 장애의 고통을 짊어지느라 힘든 나날을 보냈던 호킹 부부가 외부의 도움을 통해 안정을 되찾는 과정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활동 보조와 지원 강화 필요성을 암시하기도 한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스티븐과 제인은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를 위해 헤어졌다. 실제 호킹 박사와 제인 호킹이 갈라서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제인 호킹의 헌신이 있었기에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있었다는 것이다. 진짜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 같은 에디 레드메인의 메소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한 장면

지난 14일 타계한 세계적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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