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4> 영화포스터

▲ <영웅본색4>영화포스터ⓒ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홍콩 누아르'가 한국의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은 대단했다. 당시 영화잡지 '로드쇼'에 연재된 '도시에' 코너는 홍콩 누아르를 이렇게 설명한다.

"198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수사학에 덧붙여진 새로운 말. 아직은 한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 곳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용어. '홍콩 누아르'라는 말은 <영웅본색>으로부터 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일군의 홍콩판 액션, 스릴러, 현대물을 가리키는 뜻으로 한국의 영화 저널리스트들이 처음 쓰기 시작하였다."
서극이 제작하고 오우삼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던 <영웅본색>(1986)은 홍콩 누아르의 서막을 열었다. 장 피에르 멜빌의 프렌치 누아르와 장철의 무협 서사에 샘 페킨파의 폭력을 결합한 <영웅본색>은 이전까지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을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이후 <열혈남아><강호정><첩혈쌍웅><천장지구> 등 홍콩 누아르 작품들은 아시아, 유럽,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바바리코트를 입고 입엔 성냥개비를 물은 채로 양손은 권총으로 무장했던 주윤발은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또한, 20세기 영화사의 한 페이지였다.

<영웅본색4> 영화의 한 장면

▲ <영웅본색4>영화의 한 장면ⓒ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웅본색4>는 <영웅본색> 3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다. <영웅본색> 시리즈의 주역인 서극과 오우삼은 영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대병소장><폴리스 스토리 2014><세이빙 미스터 우>를 만들었던 딩성 감독. 홍콩 누아르를 보면서 성장한 세대였던 딩성 감독은 누군가 <영웅본색>을 다시 만든다면 자신이 하고 싶었고, 오우삼 감독에 대한 존경심과 걸작에 헌사를 바치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고 밝힌다.

<영웅본색4>는 <영웅본색>에서 스토리의 기본 골격과 주요 인물 관계를 가져온 리메이크 영화다. 인물의 배경, 음모 등 몇 가지 변화는 있지만, 서사 자체는 원작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원작의 주제곡이었던 장국영의 <당년정>은 여러 음원으로 울리며 귀를 자극한다. 원작의 오마주 역시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다.

가장 큰 변화는 배경이다. 홍콩에서 중국의 청도로 무대를 옮겼다. 이에 맞추어 설정도 손을 보았다. 트렌치코트, 선글라스, 네온으로 휩싸인 가상의 도시는 사라지고 청바지와 재킷, 두건과 장신구, 조선소가 들어선 현실의 도시로 바뀌며 현실감이 더해졌다.

원작의 송자호(적룡 분), 소마(주윤발 분), 송아걸(장국영 분)이 무협 세계에서 튀어나온 느낌을 주었다면, <영웅본색4>의 카이(왕카이 분), 마크(왕대륙 분), 차오(마천우 분)는 현실에서 볼 법한 인물들이다. <영웅본색4>는 "지금 오우삼 감독이 <영웅본색>을 만든다면 이런 분위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웅본색4> 영화의 한 장면

▲ <영웅본색4>영화의 한 장면ⓒ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웅본색4>는 <영웅본색>의 껍데기는 가져왔을지언정 '홍콩 누아르'란 정수를 취하는 것엔 실패했다. '홍콩 누아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홍콩'이다. <영웅본색>이 작품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정치적, 사회적 텍스트를 담았기 때문이다.

<영웅본색>에서 송자호, 소마, 송아걸, 아성(이자웅 분)은 다른 시각으로 홍콩을 바라본다. 배신을 하는 아성에겐 반환을 앞둔 한탕주의가 감지되고 송아걸은 부패한 홍콩에 분노한다. 송자호는 동생 송아걸에게 희망을 엿본다. 소마는 "홍콩의 야경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어. 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니 아쉽군"이라고 말한다. 송아걸, 소마, 송자걸이 홍콩에서 목숨을 걸고 지키는 가치는 영화의 영제인 "A Better Tomorrow(더 나은 내일)"로 연결된다.

반면 <영웅본색4>엔 중국의 제대로 된 풍경이 보이질 않는다. 카이, 마크, 차오에게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계속 들려오는 "요즘 세상엔 돈 많은 사람이 영웅이야"란 대사는 표피적인 외침으로 다가온다. <영웅본색4>는 지아 장 커 감독이 현재의 중국을 냉정하게 응시했던 <천주정>과 같은 비판이 없다.

<영웅본색4> 영화의 한 장면

▲ <영웅본색4>영화의 한 장면ⓒ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영웅본색4>는 중국에서 제작된 영화다. 과거 <영웅본색>이 창작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던 홍콩 시절에 만들어진 것과 달리, 중국 정부의 검열을 받았다는 소리다. 당연히 폭력성은 줄어들었고 범죄에 대한 단죄를 엄격하게 내린다. 원작의 주요 액션 시퀀스를 고스란히 가져왔건만, 독창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자연스럽게 액션과 시각 스타일을 새롭게 정의한 <영웅본색>의 '누아르'와 거리가 멀어졌다.

딩성 감독은 최근 성룡의 인상적인 작품을 만든 장본인이다. <폴리스 스토리 2014>는 성룡을 대표하는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에 멋진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그러나 딩성 감독은 "<영웅본색>을 다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란 질문에 어울리는 해답을 <영웅본색4>로 보여주질 못한다. 송해성 감독의 <무적자>처럼 말이다. "A Better Tomorrow(더 나은 내일)"을 보여주지 못하는 <영웅본색4>는 <영웅본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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