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벨라스케즈가 부상을 털고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팬들은 벨라스케즈가 부상을 털고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UFC 아시아 제공


지독한 상대성, 완벽한 천적 베우둠

사실 벨라스케즈의 천적은 따로 있었다. 도스 산토스는 분명 강한 상대였지만 자신의 강점으로 공략가능한 상대였다. 반면 챔피언타이틀을 빼앗아갔던 파브리시오 베우둠의 존재는 벨라스케즈 입장에서 악몽 그 자체였다. 베우둠 자체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상대성 측면에서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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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즈는 헤비급치고 신장이 작은 편이다. 갈수록 거대화되는 헤비급에서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벨라스케즈가 제왕으로 군림한 배경에는 동급최강의 레슬링 실력을 장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맞붙는 상대들은 하나같이 그의 레슬링을 두려워했다. 테크닉, 파워를 두루 갖추고 있는지라 일단 한번 깔리게 되면 그야말로 낭패를 당한다. 벨라스케즈는 이를 이용해 스탠딩에서도 자신있게 타격전을 펼칠 수 있었다. 여차하면 붙잡고 넘겨버리면 되는지라 오롯이 타격에 집중하는 플레이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또 한명 있었으니 바로 베우둠이다. 베우둠 또한 상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전장이 옮겨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타입이다. 종합무대로 넘어오기 전부터 주짓수 무대에서 맹위를 떨치던 베우둠의 그래플링은 파이터 생활을 이어가는 내내 탑클래스 수준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타격가, 레슬러는 물론 같은 블랙벨트 주짓떼로 출신들 역시 맞상대 자체를 극도로 꺼린다. 그라운드 싸움에 일가견이 있다는 선수들이 베우둠을 상대로 탑 포지션을 잡고 유리한 입장에선 상황에서도 공격을 포기한 채 벗어나려 애쓰는 모습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다. 아무리 상대가 자신보다 그래플링 능력이 뛰어나도 포지션의 우위를 가져가게되면 공격적으로 나오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베우둠은 이를 이용해 스탠딩에서 마음껏 타격전을 펼치는 것은 물론 여차하면 스스로 누워서 하위포지션으로 가기도한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그라운드에서는 무조건 자신이 유리하다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다. 정타를 맞추고 베우둠이 쓰러져도 낚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쉬이 못 들어가는 파이터들도 상당수다.

때문에 벨라스케즈가 베우둠과 붙는다고 했을 때 상당수 팬들과 관계자들은 최고의 공격성을 가진 레슬러가 모두가 꺼리는 주짓떼로에게 그라운드 싸움을 가져갈 수 있냐는 부분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벨라스케즈는 베우둠에게 자신의 최대 무기인 레슬링을 활용하지 못했다. 잠깐 상위포지션을 잡은 상황에서 베우둠이 너무 여유 있게 대응하자 다른 선수들이 그랬던 것 처럼 이후 그래플링 공방전을 아예 피해버렸다. 그렇게되자 두 선수는 스탠딩에서 싸우게 됐다. 물론 베우둠 역시 실체는 주짓떼로지 전문 타격가는 아니다. 레슬링을 못 쓴다고는 하지만 벨라스케즈가 아예 못해볼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서 사이즈의 차이가 드러났다. 베우둠은 벨라스케즈보다 신장(193cm)에서 훨씬 앞선다. 거기에 무에타이를 수련한 선수답게 거리를 잡고 차주는 킥에 능하다. 벨라스케즈 입장에서 자신보다 큰데다 킥까지 잘 쓰는 선수를 맞아 펀치위주의 타격으로는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스탭을 잘 활용하는 유연한 카운터 펀처같으면 모르겠으나 스탠딩에서의 벨라스케즈 패턴은 펀치 압박이 주를 이룬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벨라스케즈는 정타횟수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짧은 벨라스케즈가 훅을 휘두르는 것보다 큰 베우둠의 잽과 킥이 사정거리에서 앞섰던 것이 이유다. 거리차 앞에서 벨라스케즈의 핸드스피드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높은 타점에서 계속 내리꽂히는 잽 공격이 계속되자 압박이 주무기인 벨라스케즈는 역으로 뒤로 밀려버리는 모습이었다.

이럴 경우 벨라스케즈에게는 마지막 선택지가 있다. 도스 산토스를 침몰시켰던 클린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베우둠에게는 클린치마저 통하지 않았다. 그라운드 싸움이 두렵지 않은 베우둠에게 벨라스케즈의 클린치는 전혀 부담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무에타이 훈련 중 다듬은 빰 클린치 이후 니킥공격을 통해 신장의 우위를 살려 벨라스케즈를 더욱 괴롭혔다. 붙었다싶은 순간 묵직한 니킥이 들어오는지라 클린치싸움이 되면 손해를 보는 쪽은 벨라스케즈였다. 결국 벨라스케즈는 베우둠을 맞아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처참하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완벽한 천적이었다. 비록 단한차례의 격돌이었지만 다시 붙는다고 해도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물론 테이크다운 시킨 후 파운딩 등 공격을 극도로 자제한 채 포지션 유지에 집중하는 등 전략적으로 점수에 집중하는 식의 방법도 있다. 잠깐이지만 오브레임 등이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베우둠의 그라운드 지옥을 견디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내내 베우둠이 당해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때 평창동계올림픽 체험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있는 벨라스케즈의 모습.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때 평창동계올림픽 체험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있는 벨라스케즈의 모습.ⓒ UFC 아시아 제공


벨라스케즈의 부활 가능성은?

벨라스케즈의 부활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의 파이팅 스타일은 분명 위협적이지만 거기에는 괴물 같은 신체능력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경기내내 쉬지 않고 상대를 압박해 진흙탕싸움으로 승리를 가져간 배경에는 빼어난 격투센스와 레슬링 실력도 중요했겠으나 맷집, 체력이라는 요소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갈수록 디테일한 전략·전술이 발전을 거듭해가는 현대 MMA지만 벨라스케즈의 알고도 못 막는 '닥공(닥치고 공격)'은 제대로만 가동되면 시대 흐름과 관계없이 가장 무서운 패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계속해서 몸이 망가지고 나이도 적지 않은 만큼 이러한 숨막히는 압박 전술을 현재 본인의 육체가 견디어낼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벨라스케즈는 부상만 떨치고 돌아오면 아무리 위력이 줄었어도 헤비급 내에서 당해낼 선수가 많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상위랭커들과의 승부다. 예전만큼의 압박능력이 떨어진다면 천적 베우둠은 물론 챔피언 미오치치를 필두로 은가누, 오브레임 등 위험한 경쟁자들에게 승리를 장담 못한다. 때문에 벨라스케즈의 부활가능성은 몸 상태가 가장 큰 변수를 쥐고 있다고 보는게 맞다.

현재 벨라스케즈는 팬들 사이에서 '사이버 파이터'로 불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유달리 잔부상이 많은 벨라스케즈는 취소된 경기만 해도 여러 번이다. 최근 4년 3개월 사이에 단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2016년 7월 트래비스 브라운전 이후 감감 무소식이다. 만약 챔피언이었다면 타이틀을 박탈당했을지도 모른다.

벨라스케즈는 다니엘 코미어의 팀 동료로 오래전부터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를 드러내듯 미오치치와 경기를 가질 코미어의 훈련을 앞장서서 돕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벨라스케즈가 경기를 뛸 수 있는 몸 상태로 돌아와 직접 미오치치와 격돌하기를 바라고 있다. 현시점에서 가장 기대해볼 수 있는 헤비급 드림매치이기 때문이다.

만약 둘간 매치업이 성사될 수만 있다면 미르코 크로캅 vs.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케인 벨라스케즈 vs.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에 버금가는 메가파이트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빅뱅의 키는 벨라스케즈가 쥐고 있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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