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김윤호 선수와 가족들 모습. 김 선수는 16일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돔 SB-LL2 부문 경기에서 부상 악화로 기권했다. 아내 서민정씨는 "우리에겐 당신이 1등"이라고 김 선수를 격려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김윤호 선수와 가족들 모습. 김 선수는 16일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돔 SB-LL2 부문 경기에서 부상 악화로 기권했다. 아내 서민정씨는 "우리에겐 당신이 1등"이라고 김 선수를 격려했다. ⓒ 이경태


16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김윤호(35) 선수가 쩔뚝이면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부축을 받은 상태였다. 경기장 뒤편에서 미리 나와 있던 가족들이 그를 반겼다. 김 선수의 아내 서민정(38)씨가 눈물을 쏟는 그를 안았다.

패럴림픽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돔 SB-LL2 부문 경기 1차 주행 때였다. 김 선수는 스타트를 끊은 지 26초께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기문을 중심으로 'S'자를 그리면서 활강하는 뱅크드 슬라돔은 세 번의 주행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놓고 승부를 다투기에 2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었다. 그래서 앞서 넘어졌던 선수들은 다시 코스로 기어 올라가 경기를 완주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김 선수는 넘어진 후 좀처럼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가까스로 일어선 그는 코스를 다시 타지 않은 채 느리게 결승선으로 내려왔다.

부상이었다. 지난 12일 김 선수 본인이 16강에 진출했던 스노보드 크로스 SB-LL2 경기 때부터 아팠던 왼쪽 무릎이 끝내 견디지 못했다. 2001년 오토바이 사고로 절단해야 했던 바로 그 다리였다. 의족과 맞닿은 절단 부위에 탈이 났다고 했다. 스노보드 자체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해야 하는 종목인데 의족과 맞닿은 살이 짓무르고 힘줄 등이 자극 받으면서 피가 7cm 가량 차올랐다. 이날 경기 전엔 주사기로 피를 20cc씩 계속 빼내야 했다.

"지금까지 한 걸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한 김윤호 선수가 경기 중 넘어지며 부상이 심해져 경기를 포기하고 슬로프를 내려가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한 김윤호 선수가 경기 중 넘어지며 부상이 심해져 경기를 포기하고 슬로프를 내려가고 있다. ⓒ 이희훈


김 선수는 결국 2, 3차 주행을 모두 포기했다. 하지만 경기장은 떠나지 못했다. 경기장 뒤편 의자에 앉아 대형 전광판을 바라보면서 다른 선수들을 응원했다. 아쉬움은 당연했다.

"12일 경기 때도 통증을 줄이려고 계속 엉덩이 주사(진통제)를 맞았다. 오늘은 왼쪽 무릎 여러 군데에 주사를 맞았다. 솔직히 힘들었지만 올림픽(패럴림픽)이고 마지막 경기니깐 뛰어보겠다고 한 건데 잘 안 됐다."

가족과 동료들을 봤을 때 눈물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뛸 수 없겠구나',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그렇게 마음이 탁 놓아지니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면서 "지금까지 한 걸 쏟아 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후회가 된다"고 했다. "회사(인천시설공단)에서도 와서 격려하고 트레이너도 괜찮다고 하는데 계속 눈물이 흘렀다"고도 덧붙였다.

그런 그의 곁을 지킨 것은 가족이었다. 그의 품 안으로 7살, 4살 아이들이 안겼다. 아내 서민정씨는 "우리 신랑도 속상해서 울고 있고, 아무 말도 못하겠더라. 그냥 안아줬다"고 말했다. "다친 데를 또 다친 거라서. 엊그제도 (남편과) 통화했는데 우울한 편이었다"면서 "그래서 더 걱정한 편이었는데 이렇게 돼서 얼마나 아플까 걱정도 되고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한 김윤호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실격된 후 경기장 밖에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한 김윤호 선수가 부상으로 인해 실격된 후 경기장 밖에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이희훈


그는 "항상 자상하고 배려가 많은 신랑, 자기가 아프더라도 내색 않고 나를 먼저 위로해주는 남편"이라고 김 선수를 표현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1등은 김 선수'라고 말했다. 

"정말 정말. 너무 너무. 대단한 거다. 다치고 아팠을 텐데 끝까지 들어왔잖아요. 결과가 어떻든 우리에겐 1등이다. 우리 마음속에선 다른 선수보다 제일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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