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항승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항승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항승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항승 선수가 출전해 경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사실 저는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다. 이런 평범한 사람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으니깐 너무 힘들어 마시고 힘내셨으면 좋겠다. 많이 응원하고 있다고 그분들께 전하고 싶다."

평창동계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박항승(32) 선수가 세월호 참사 가족들에게 16일 전한 말이다. 장갑을 벗고 점퍼 소매를 걷자, "REMEMBER 20140416"이란 문구가 적힌 노란색 팔찌가 드러났다. 왼쪽 손목이었다. 박 선수는 4살 때 교통사고로 오른팔과 오른다리를 잃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한 박항승 선수 왼쪽 팔에는 '세월호 기억팔찌'를 차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한 박항승 선수 왼쪽 팔에는 '세월호 기억팔찌'를 차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한 박항승 선수 왼쪽 팔에는 '세월호 기억팔찌'를 차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한 박항승 선수 왼쪽 팔에는 '세월호 기억팔찌'를 차고 있다. ⓒ 이희훈


그는 세월호 팔찌를 차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아직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선수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인데 아직 완벽히 해결됐다고 보지 않는다"라면서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고 진상규명이 명확히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세월호 팔찌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월호 사건이 있은 후론 계속 팔찌를 찼다. 이것만 아니라 노란 리본도 달고 차에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 사건을) 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선수만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의 아내 권주리(33)씨도 이날 경기장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항승씨도 학교 선생님이었고 저도 학생들을 만나는 연극 강사였다. 교사로서 (세월호 참사가) 상당히 부끄러웠다. 그래서 팔찌를 차고 차에 스티커를 붙여 기억하려고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 '주리메달' 들고 웃는 부부... "다른 메달은 필요 없어요" )

"마지막까지 원없이 탔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아내와 가족 덕분"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했던 박항승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아내 권주리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했던 박항승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아내 권주리씨와 포옹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했던 박항승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관중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했던 박항승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관중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항승 선수가 출전하자 박 선수의 아내 권주리씨와 지인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박항승 선수가 출전하자 박 선수의 아내 권주리씨와 지인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사실 박 선수가 스노보드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아내 권씨였다. 그에게 2012년 아내의 권유로 처음 스노보드를 타게 됐을 때를 묻자, "처음엔 (내가 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연애 초기 단계라서 뭐든 하고 싶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연습했다"고 웃었다.

그가 스노보드에 전념한 것은 2014년부터였다. 박 선수는 특수학교 교사도 그만두고 스노보드를 탔다. 그리고 이날 강원도 정선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패럴림픽 스노보드 뱅크드 슬라롬(BSL) 경기 SB-UL 종목에서 22명 선수 중 12위를 기록했다. 개인 최고기록인 57.07초. 무엇보다 그는 이 종목에서 유일하게 팔·다리 모두 장애가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원없이 탔다. 부담도 있고 욕심도 있었는데 모든 걸 슬로프에 털어놓으니 마음이 후련해졌다"면서 그 '공(功)'을 아내와 가족들에게 돌렸다. 그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마다 아내와 가족들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 90도로 인사하고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했던 박항승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아내 권주리씨가 직접 준비한 ‘주리 메달’을 목에 걸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6일 오후 강원도 정선알파인스키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패럴림픽 스노보드 남자 뱅크드 슬라롬에 출전했던 박항승 선수가 경기를 마치고 아내 권주리씨가 직접 준비한 ‘주리 메달’을 목에 걸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희훈


"사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아내와 사랑하는 가족 분들 덕이다. 작은 '공(功)'이지만 완주했다는 것을 제 사랑하는 가족에게 전하고 싶다. 사실 아내가 3년간 고생이 많았다. 혼자 있는 자체가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많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 출전은 '물음표'로 남겨놨다. 그는 애초 "평창패럴림픽까지 남은 3년 동안만 도전해 보자"고 아내와 약속을 한 터였다. 그리고 아내 권씨는 2014년 이후 박 선수의 꿈을 응원하면서 가계를 홀로 꾸렸다.

박 선수는 "추후 다시 이야기 해봐야겠지만 우선 아내와의 약속이 평창까지였다. 그 약속을 지키려 한다"면서 "사실 욕심은 더 나지만 운동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기회가 더 주어진다고 해도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박항승 스노보드 세월호 참사 노란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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