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공이 있건 없건 위협적이었다. 도르트문트는 황희찬의 압박과 순간 스피드에 매우 고전했다. 박지성(은퇴)의 전성기 시절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러나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스트라이커다.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새로운 역사에 힘을 보탰지만, 만족할 수 없었던 이유다. 

황희찬이 선발 출전한 잘츠부르크가 16일 오전 5시 5분(아래 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2017·2018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16강 2차전 도르트문트(독일)와 홈 맞대결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잘츠부르크는 1, 2차전 합계 2-1 우위를 점하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2009·2010시즌 UEL 개편(전신 UEFA컵) 이후 오스트리아 클럽으로는 최초로 8강 무대를 밟는 쾌거다.

잘츠부르크의 중심, '들소' 황희찬

지난 9일,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따낸 승리(2-1)는 우연이 아니었다. 이날도 잘츠부르크의 축구는 매력적이었고, 위협적이었다. 그 중심에 최전방 스트라이커 황희찬이 있었다.

전반 5분, 황희찬이 다부르의 패스 타이밍에 맞춰 슈팅 공간으로 달려들었다. 로만 뷔르키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찍어 차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선방에 막혔다. 전반 7분,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중앙 수비수 단-악셀 자가드의 실수를 유도했다. 전반 11분에도 상대 진영에서의 순간 압박으로 볼 소유권을 빼앗아왔다.

전반 16분, 공이 후방에서 길게 넘어왔다. 황희찬과 자가드가 1대1로 경합했다. 자신보다 무려 20cm(황희찬 177cm, 자가드 196cm)나 컸지만, 힘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렇듯 황희찬이 전방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도르트문트 수비진은 큰 부담을 느꼈다. 전진 패스가 여러 차례 끊겼고, 공격 속도가 느려졌다.

전반 21분, 황희찬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도르트문트 중앙 수비수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포울로스의 패스를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뺏어냈다. 전방이 텅 빈 상태였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내며 페널티박스 안쪽에 진입했고, 슈팅을 시도했다. 뷔르키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황희찬의 진가를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도르트문트는 매우 답답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가 어울리는 팀이지만, UEL에서 만난 잘츠부르크에게 고전했다. 황희찬의 압박과 저돌적인 움직임을 막지 못해 주도권을 내줬고, 위협적인 슈팅 하나 시도하지 못했다. 도르트문트의 전방을 책임진 미치 바추아이, 마리오 괴체, 마르코 로이스는 존재감이 없었다.

황희찬의 활약은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높은 위치에서부터 쉼 없는 압박에 들어갔고, 저돌적인 드리블과 날카로운 침투를 보여줬다. 그러나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후반 7분, 볼을 빼앗으려는 과도한 압박이 불필요한 반칙으로 이어졌다.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고, 황희찬은 경고 누적으로 인해 다음 경기에 뛸 수 없게 됐다.

후반 20분, 잘츠부르크 마르코 로즈 감독이 첫 교체 카드를 활용했다. '들소'처럼 그라운드를 누빈 황희찬을 빼고, 프레드릭 굴브란드센을 투입했다. 이후 분위기는 도르트문트가 가져갔다. 최소 2골 이상이 필요했던 만큼, 라인을 상당히 끌어올렸다. 그러나 득점은 없었다. 잘츠부르크 수비진의 육탄 방어와 발케 골키퍼를 뚫지 못했다. 0-0 무승부, 8강행 티켓은 도르트문트가 아닌 잘츠부르크가 가져갔다.

박지성 보는 듯했던 황희찬, '골 결정력' 끌어올려야

어떤 감독이 승리를 위해 '들소'처럼 뛰어다니는 선수를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황희찬은 정말 열심히 뛰었고, 팀의 8강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골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했다. 이날도 황희찬은 득점 기회를 잡았다. 뷔르키 골키퍼와 마주한 상황도 두 번이나 있었다. 슈팅의 세밀함, 타이밍이 매우 아쉬웠다. 상대 진영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움직임은 좋았지만, 수비를 등진 상태에서 공격을 이어가는 능력은 조금 부족했다. 시선을 끌고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패싱력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황희찬 선발' 잘츠부르크, 합계 2-1로 8강 진출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도르트문트(BVB)와의 경기에서 잘츠부르크의 황희찬(왼쪽)이 상대팀 선수와 볼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황희찬은 선발 출전해 66분 동안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도르트문트 수비를 흔들었다. 이날 0-0으로 비긴 잘츠부르크는 1, 2차전 합계 2-1로 8강에 진출했다. 황희찬은 후반 7분 받은 옐로카드로 경고 누적이 돼 8강 1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 '황희찬 선발' 잘츠부르크, 합계 2-1로 8강 진출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도르트문트(BVB)와의 경기에서 잘츠부르크의 황희찬(왼쪽)이 상대팀 선수와 볼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황희찬은 선발 출전해 66분 동안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도르트문트 수비를 흔들었다. 이날 0-0으로 비긴 잘츠부르크는 1, 2차전 합계 2-1로 8강에 진출했다. 황희찬은 후반 7분 받은 옐로카드로 경고 누적이 돼 8강 1차전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 EPA/연합뉴스


황희찬은 한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기대주' 중 하나다. 2015·2016시즌, 오스트리아 2부 리그 FC 리퍼링에 임대돼 11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에는 잘츠부르크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정규리그 12골을 포함해 총 16골을 폭발시켰다. 팀 내 최다 득점이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올 시즌 황희찬은 부상으로 전반기를 날렸다. 그사이 경쟁자들은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로즈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핵심은 이 부분이다. 황희찬은 부상을 털어낸 후반기부터 잘츠부르크의 핵심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리그 득점이 없다. 아직 4골에 머물러 있다. 꾸준히 기회를 받지만, 움직임만 돋보이는 모습이 반복된다. 반면, 경쟁자인 무나스 다부르는 16골, 굴브란드센은 7골을 기록 중이다.

가장 먼저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일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 최근 황희찬은 교체 1순위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선발로 나선 8경기 중 7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스트라이커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는 '결정력'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소리다. 황희찬이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즌 이상의 폭발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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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VS도르트문트 황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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