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치즈인터트랩>의 한 장면

영화 <치즈인터트랩>의 한 장면 ⓒ 리틀빅픽쳐스


14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 <치즈 인 더 트랩>이 대기업 독과점 해소를 위해 뭉친 영화계 단일전선에 균열을 내는 조짐이다. 대기업 독과점 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영화단체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배급사가 CGV 단독개봉을 받아들이면서 영화계 내부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15일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아래 반독과점 영대위)는 성명을 통해 "한국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CGV 단독 개봉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GV 단독 개봉 심각하게 우려

반독과점 영대위는 "제법 규모 있는 예산이 투입되고 시장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상업영화가 대기업 멀티플렉스에서 단독 개봉한 것은,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독과점화 되어 있는 영화시장에 더 심한 경쟁을 불러오고, 그 결과 영화시장의 상황을 더 불공정한 쪽으로 고착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한 "단독 개봉이 단편적으로는 비용 절감에 따른 수익 증가로 이어질지 모르지만, 멀티플렉스 간의 과당경쟁과 '배급사 줄 세우기'가 생기면서,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속하지 않은 '독립 극장'과 독립 예술영화관들이 작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관객의 영화 선택권과 문화 향유권이 훼손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멀티플렉스 3사의 시장 장악력은 더욱 커질 것이며 중소 배급사와 제작사 그리고 수입사의 설자리는 그만큼 더 좁아질 것이다"라며, "멀티플렉스 3사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영화 상영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내버려둔 채 선택하는 단독 개봉 방식은 영화산업계의 약자들이 자신의 위상과 힘을 스스로 약화하는 자충수가 될 뿐"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영화 <치즈 인 더 트랩>의 배급사가 '리틀빅픽쳐스'라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리틀빅픽쳐스는 지난 2013년 10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아래 제협)를 포함, 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명필름, 삼거리픽쳐스, 영화사청어람, 주피터필름, 더컨텐츠콤 등 총 10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여 "한국영화 산업의 불합리한 환경을 개선하고 공정한 영화 시장을 조성하기 위하여" 설립됐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그런데, 바로 그 배급사가, 시장에 대한 파급력이 상당히 큰 한국 상업영화 최초의 대기업 멀티플렉스 단독개봉을 통해서,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문제적 양상을 야기하는 선택을 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몹시 안타깝고 허탈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해결책을 찾아서 문제를 풀 것인가? 모든 것은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영화산업 독과점에 따른 폐해와 불공정한 관행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제부터라도, 한국 영화산업의 주체들이 공존공생의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 배급사와 상영관의 수직계열화를 해소하는 방안, 특정 영화가 점유할 수 있는 스크린 수나 상영회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의 핵심 해법을 제도화하기 위해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영화단체 간 입장 차이 커

 지난해 11월 열린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 창립총회

지난해 11월 열린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 창립총회 ⓒ 반독과점 영대위


<치즈 인 더 트랩> 단독개봉에 대해 반독과점 영대위 차원에서 유감 표명이 나왔지만 영화계 내부에서도 단독개봉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비판적인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배급사가 리틀빅픽쳐스라는 점이 논란을 가중시켰다(관련 기사 : <치즈인더트랩> CGV 단독개봉?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

일부 영화단체들은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위해 성명작업에 들어갔으나, 의견 조율과정에서 일부 단체들의 반발이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반독과점 영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에게 비슷한 사례들이 있었는데, 왜 이번만 문제 삼느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단체들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한국영화프로듀서협회,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전국독립예술영화관 모임 등이 영화단체 연명을 통한 성명을 준비하다, 반독과점 영대위로 명의로 발표한 것도 단체간 합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리틀빅픽쳐스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한편으로 이전 사례들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방향으로 절충된 것으로 보인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성명에서 "물론, <치즈 인 더 트랩> 이전에 있었던 여러 단독 개봉 사례의 당사자들도 문제를 야기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심지어, 단독 개봉을 선택하는 환경적 요인이 되는 영화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모두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하지만 상업영화와 예술 독립영화, 반독과점 영대위 출범 전에 있었던 일이냐 후에 있었던 일이냐에 대한 관점 차이가 존재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반독과점 영대위라는 단일 조직을 출범시킨 이후에 벌어진 사안은 문제가 크다는 시각이 있고, 그 전에 있었던 일도 넘어갈 수는 없다는 의견이 부딪히는 모양새다.

일부 영화인들은 반독과점 영대위를 통해 대기업의 문제를 바로 잡으려던 게 개인의 이익과 충돌하면서 앞으로의 활동이 위태롭게 됐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16일 예정된 토론회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영화인들도 나오고 있다.

반독과점 영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독립영화협의회 낭희섭 대표는 "제협이 주도적으로 세운 리틀빅픽쳐스가 CGV 단독개봉을 받아들인 것도 문제지만, 이전의 다른 경우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의 유감 표명이 있었으면 한다"며 이번 일만 문제 삼으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독과점 영대위에 참여하는 영화인들이 어느 정도의 기준을 마련했으면 좋겠다"며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계는 반독과점 영대위의 험난한 길이 초반 드러났다면서 힘이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CJ-롯데로 대표되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 따른 독과점이 심화된 상태에서, 대기업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독과점 반대를 강조하고 있으나, 독과점 기업과 협력을 피할 수도 없는 현실로 인해 반독과점 운동의 방향성이 딜레마에 빠지는 모습이다. 그나마 "다소 논란이 생길 수 있지만 동력은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편 반독과점 영대위는 16일 오후 서울 충무로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새정부 영화정책에 대한 긴급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16일 반독과점 영대위가 주최로 열리는 새정부 영화정책 토론회

16일 반독과점 영대위가 주최로 열리는 새정부 영화정책 토론회 ⓒ 반독과점 영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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