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누 캄프에서 열린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FC 바르셀로나(아래 바르사)가 메시의 2골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첼시를 3-0으로 완파했다. 원정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바르사는 1승 1무의 성적으로 첼시를 꺾고 8강행 티켓을 따냈다.

리오넬 메시의 유무가 양 팀의 희비를 갈랐다. 첼시가 결정적인 찬스에서 실수를 범하는 사이 메시는 무서운 결정력으로 경기 결과를 가져왔다. 전반전에는 오른발로, 후반전에는 왼발로 상대 골키퍼 티보 쿠르트아의 가랑이 사이를 공략하며 두 골을 터뜨렸다. 1차전에서 선전하며 8강을 기대했던 첼시의 꿈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번뜩인 메시의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났다.

 2018년 3월 15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캄프 투 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첼시의 은골로 캉테와 공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2018년 3월 15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캄프 투 경기장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첼시의 은골로 캉테와 공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이날 활약으로 '축구의 신' 메시는 자신을 향한 칭찬 모음집에 한 줄을 더했다. 경기 후 BT 스포츠는 이날 경기의 패장인 안토니오 콘테가 "환상적인 선수가 결과를 바꿨다. 그에게 나의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기쁘다. 우리는 놀라운 선수이자 세계 최고의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말로 메시를 향한 칭찬에 대해 전했다.

적장이 상대 선수에 대해 이토록 찬사를 보내는 일은 흔하지 않다. 다만 그 대상이 메시라면 다르다. 이미 다른 차원의 선수인 메시에게 상대팀 감독들은 거부감 없이 경이를 표하고 있다. 메시 때문에 쓴맛을 맛봤지만 그에게 찬사를 보낸 적장은 수없이 많았다. 메시를 인정했던 적장들의 말들을 살펴보자.

"비디오 게임에 나오는 선수 같다" - 아르센 벵거

2011년부터 메시의 실력은 본격적으로 역대급 축구 선수 반열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09년과 2010년에 연속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메시는 매년 발전하는 모습으로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정상의 위치에서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메시에게 가장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당했던 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널이었다.

악몽은 2009-2010 시즌부터 시작됐다. 아스널은 디팬딩 챔피언 바르사를 상대로 홈에서 2-2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했지만, 원정길에서 1-4로 대패하며 짐을 쌌다. 니콜라스 벤트너의 선제 득점으로 기회를 잡았지만 이후 메시에게 4골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 연합뉴스


다음 시즌에도 16강에서 바르사를 만난 아스널은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기록하며 8강에 근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메시의 신비로운 플레이 앞에 침몰했다. 이날 메시는 가볍게 2골을 넣으면서 바르사가 아스널을 3-1로 이기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전반 45분에 터뜨린 첫 번째 골이 백미였다. 패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골키퍼 마누엘 알무니아와 1대1 찬스를 맞이한 메시는 공을 공중으로 들어올려 알무니아를 제친 후에 골을 넣었다. 슈팅을 때리기도 어려운 찰나의 순간에 만화 같은 동작으로 득점을 뽑아냈다.

두 대회 연속 메시의 압도적인 플레이에 탈락한 아스널의 수장 아르센 벵거는 "플레이테이션(비디오게임의 한 종류)에 나오는 선수 같다"는 말로 메시의 플레이의 혀를 내둘렀다. 벵거의 아스널은 챔피언스리그에서 현재까지 메시에게 9골을 내주며 메시의 득점 기록에 일조(?)하고 있다.

"메시 1명이 BBC 트리오보다 위협적이다" - 디에고 시메오네

메시의 비범한 능력에 대한 방증으로 자주 회자되는 발언이다. 2014-2015 시즌 스페인 국왕컵 8강전에서 바르사에 패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아래 ATM)의 감독 디에고 시메오네는 "메시 1명이 호날두, 벤제마, 베일을 합친 것보다 위협적(dangerous)이다"고 밝혔다.

당시 분위기만을 고려하면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시메오네 부임 이후 절정의 수비력을 과시하던 ATM은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바르사에는 번번이 무너졌다. 2014-2015 시즌 ATM은 레알과 스페인 슈퍼컵과 챔피언스리그 등 8번의 맞대결을 가졌는데 4승 3무 1패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레알에게 단 5골밖에 내주지 않았고, BBC 트리오 중 ATM의 골망을 흔든 선수는 호날두(2골)가 유일했다.

반면 동일시즌 바르사와 4번의 대결에서는 모두 패했다. 4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공격에서는 나름 선전했지만 8골을 허용하며 매번 아픔을 겪었다. 8골 중에 7골은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트리오가 작렬시켰다. 공격의 리더는 언제나 메시였고, 메시는 3골을 기록하며 ATM 격파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자신의 동포이자 국가대표팀 후배에게 시메오네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2011년에 ATM의 지휘봉을 잡은 시메오네는 메시가 자신의 팀의 골망을 14번이나 흔드는 걸 지켜봤다. 대부분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득점이었다. 최근에 있었던 리그 경기에서도 메시의 왼발 프리킥 한 방에 ATM의 우승 도전기가 사실상 종결됐다. 적어도 시메오네에게는 BBC 트리오보다 메시가 더 위험한 존재다.

"메시에게는 그 어떠한 전술도 소용이 없다" - 펩 과르디올라

펩 과르디올라 감독 커리어에서 메시를 빼고 설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2008년 여름 바르사의 감독으로 메시와 만난 과르디올라는 감독 부임 후 1년 반 만에 수집할 수 있는 모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과르디올라가 천재적인 전술과 전략으로 경기의 밑그림을 그리면 메시가 그라운드에서 방점을 찍었다. 과르디올라는 메시와 함께한 4년 간 14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메시의 날카로움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던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되어 그 정도를 뼈저리게 느꼈다. 뮌헨의 수장으로서 2014-2015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바르사를 만난 과르디올라는 애제자의 무자비함에 무릎을 꿇었다. 바르사에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일단 뮌헨은 비교적 메시를 잘 통제했다.

맨시티, EFL컵 4강 1차전서 브리스톨시티에 2-1 역전승 맨시티는 지난 1월 9일 열린 EFL컵 4강 1차전서 브리스톨시티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사진은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호셉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호셉 과르디올라. ⓒ EPA-연합뉴스


그러나 후반전 중후반 잠시 방심했고 대가를 치렀다. 후반 31분 뮌헨이 역습 과정에서 볼을 잃으면서 바르사가 재역습 기회를 잡았고, 메시는 간결한 슈팅으로 선제 득점을 만들었다. 메시는 3분 뒤 제롬 보아텡을 드리블로 쓰러뜨린 후 마누엘 노이어에게 '보스(boss)'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득점을 또 한 번 창조했다. 추가시간에는 네이마르의 득점도 도왔다.

경기 전 과르디올라가 말한 "메시에게는 그 어떠한 전술도 소용이 없다"는 말은 현실이었다.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만든 '만능열쇠' 앞에 완전히 뚫렸다. 과르디올라는 맨체스터 시티 사령탑 자리에 앉은 지난 시즌에도 메시에게 당했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메시를 만난 과르디올라는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좌절을 겪었다. 과르디올라의 어떠한 전술도 메시에게는 통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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