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으로 국내 복귀 신고한 박병호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 넥센 박병호가 시범 경기 첫날 3회초 2사 주자없이 오른 두 번째 타석에서 시원하게 홈런포를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 홈런으로 국내 복귀 신고한 박병호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 넥센 박병호가 시범 경기 첫날 3회초 2사 주자없이 오른 두 번째 타석에서 시원하게 홈런포를 날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 연합뉴스


역시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는 우리가 알고 있던 그 홈런왕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박병호는 3월 13일 대전 동구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렸던 KBO리그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선발 출전하여 4년 연속 홈런왕의 존재를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이 날 1루수 겸 4번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번째 타석에 나선 박병호는 한화의 선발투수 김민우를 상대로 볼 카운트 1볼 노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시속 136km 짜리 빠른 공을 그대로 받아쳤다.

타격 타이밍이 조금 늦기는 했다. 하지만 박병호의 파워는 늦은 타이밍에도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보내기에는 충분했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첫 날에 5회말까지 경기를 소화한 뒤 교체되었는데, 2타수 1안타(홈런) 1볼넷을 기록했다.

2년의 공백, 빠르게 고국리그 적응하는 박병호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이승엽(현 KBO리그 홍보대사) 이후 처음으로 리그 MVP를 연속으로 수상했고, 2년 연속 50홈런 시즌은 이승엽도 성공하지 못했던 박병호만의 유일한 기록이었다(이승엽 50홈런 시즌 통산 2회).

KBO리그 타격 부문에서 역사적인 기록들을 써 내려가고 있던 박병호는 더 큰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한 박병호는 4월과 5월에는 뛰어난 파워로 홈런도 많이 날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후 점차 타격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결국 후반기에 마이너리그 옵션이 적용된 박병호는 이후 손목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게 되면서 메이저리그 타석에 다시 서지 못했다. 2017년 스프링 캠프가 시작되기 전에는 지명 양도 공시(Designed for Assignment)를 통해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도 제외되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고, 결국 초청선수로 캠프에 참가는 했으나 메이저리그 로스터 복귀에는 실패했다.

1년 내내 트리플A 로체스터 레드윙스에 머물렀던 박병호는 결국 그 해 11월에 트윈스와의 남은 계약을 해지했다.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한 박병호는 원 소속 팀이었던 넥센과 연봉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고국리그로 돌아오게 됐다.

한때 리그 홈런왕을 차지했지만, 생활 문화도 언어도 다른 해외리그에서 2년을 보냈던 박병호였기 때문에 국내리그에 다시 적응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도 보였다. 그러나 8월에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으로 인하여 올 시즌 시범경기는 팀당 8경기로 크게 줄어들었고, 박병호에게도 컨디션 점검 및 리그 재적응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지난 해 트리플A에서 박병호는 전반기 4홈런에 그치는 부진에 빠졌던 이력이 있었다. 비록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하여 공백이 있었다고 하지만, 복귀 이후 타격 감각을 되찾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후반기 10홈런을 기록하긴 했지만, 시즌 도합 14홈런은 우리가 알고 있던 박병호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러나 박병호는 고국에 돌아오면서 다시 힘을 얻었다. 국내 무대에서 홈런을 날린 것은 2015년 목동운동장에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 4차전 5회말이 마지막으로 무려 881일 만이었다. 2015년 프리미어 12 결승전에서도 홈런을 날렸으나 경기가 일본 도쿄 돔에서 있었다. 시범경기 첫 날부터 홈런을 날리면서 박병호는 여전히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국리그에 빠르게 다시 적응해가고 있음을 보였다.

다시 불붙을 홈런 레이스, 최정과의 대결 예고

박병호 화끈한 국내 복귀 신고식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 넥센 박병호가 3회초 2사 두 번째 타석에서 시원하게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 박병호 화끈한 국내 복귀 신고식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 넥센 박병호가 3회초 2사 두 번째 타석에서 시원하게 홈런포를 가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병호가 메이저리그에 가 있는 동안 KBO리그의 홈런왕은 최정(SK 와이번스)이 차지하고 있었다. 최정은 2016년 처음으로 40홈런 시즌을 만들면서 KBO리그 최초의 40홈런-100타점-100득점을 기록한 3루수가 됐다. 그 동안 30홈런 시즌이 한 번도 없었던 최정인데, 장타력이 크게 향상되면서 이뤄낸 성과였다.

최정은 2017년에도 46홈런 113타점으로 2년 연속 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부상으로 14경기를 빠지고, 대타 출전 경기도 꽤 있었기 때문에 건강하게 풀 타임으로 출전했다면 박병호 이후 또 다른 50홈런 타자가 나올 수도 있었던 아쉬운 시즌이었다.

그런 와중에 박병호가 돌아왔다. 박병호의 소속 팀 넥센과 최정의 소속 팀 SK 와이번스는 KBO리그 10구단 중에서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사이를 제외하고 서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고척-잠실 21.9km, 고척-문학 21.6km). 서로 이웃 팀에 홈런왕 후보들이 있는 만큼 올 시즌 화끈한 홈런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박병호가 KBO리그 복귀 시즌에 대한 각오가 강하다면, 최정은 개인 기록과 커리어 측면에서 각오가 강하다. 최정은 일단 올 시즌 통산 300홈런-1000타점에 도전하게 된다. 아직 만 31세(1987년생)밖에 되지 않는 최정이 올 시즌에 이 기록을 달성할 경우, 역대 최연소 달성 선수가 된다. 300홈런-1000타점까지 29개의 홈런과 89타점만 남아있기 때문에 부상 없이 풀 시즌을 뛸 경우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더불어 최정은 2015년부터 적용되었던 4년 86억원의 첫 번째 FA 계약이 올해를 끝으로 만료된다. 원래는 2015년에 부상 등으로 1군 엔트리 등록일수가 모자라지만, 프리미어 12 및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등 국가대표 출전 이력이 있기 때문에 경기일 및 소집기간을 포함하여 등록일수를 채울 수 있다.

최정이 올 겨울 FA를 다시 취득하게 된다면, 재자격 FA 중에서도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게 된다. FA 시장에서 같은 가치를 지닌 선수들이라면 젊을수록 더 많은 가격에 계약이 가능한 만큼 이미 올 겨울 FA 시장의 최대어를 예약해 놓은 상태다.

일단 최형우(KIA 타이거즈)의 4년 100억 원 기록과 김현수의 4년 115억 원 기록은 충분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타점 생산이 뛰어난 최형우보다는 나이가 젊고, 조금 어린 김현수보다는 타격의 파워가 강한 최정이다. 올해 300홈런-1000타점 최연소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면 베테랑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세웠던 4년 150억 원 기록을 충분히 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박 계약은 최정이 올 시즌 건강하게 풀 타임을 소화하고 타격 부문 최연소 기록을 달성했을 경우 성립될 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올 시즌 KBO리그에 복귀한 박병호가 경쟁 상대로 의식될 것은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해 넥센은 괴물 신인 이정후가 등장하면서 서건창과 함께 리드오프로 맹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센은 아쉬운 승차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게다가 구단주 겸 사장인 이장석 대표이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어 구단 사정도 영 좋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넥센은 경기력 향상을 통해 팬들을 붙잡아야 할 요소가 필요했고, 그 시점에 박병호가 돌아왔다. 아직 고척 스카이돔에서 정식으로 리그를 뛰어본 적이 없는 박병호이기에 박병호 자신도 올 시즌 새로운 경기장에서 뛴다는 생각에 의욕이 강한 시즌이다.

박병호의 복귀는 KBO리그 자체의 흥행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최정과 함께 홈런왕 레이스에 화끈한 불을 지피게 될 2018년 시즌이 시범경기 첫 날부터 그 불씨가 드러났다. 시범경기 첫 날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 박병호가 그 역할을 얼마나 수행하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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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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