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여파로 집행위원장 사퇴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지난해 행사 포스터

미투 여파로 집행위원장 사퇴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지난해 행사 포스터 ⓒ DMZ영화제, 울주산악영화제


국내 영화제들의 집행위원장 변동 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정권 교체 등의 영향으로 부산영화제 정상화가 이뤄지고 세대교체가 진행된 영화제들도 있으나, 미투 운동으로 일부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변화하는 곳이 더 늘어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아래 DMZ영화제)를 9년 동안 이끌었던 조재현 집행위원장은 미투 운동에 따른 폭로글에서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월 25일 사퇴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아래 울주산악영화제)도 집행위원장 공석 상태다. 2015년 프레 페스티벌부터 이끌어온 박재동 집행위원장이 최근 성추행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위원장 사퇴로 DMZ영화제는 정기총회가 미뤄졌고, 올해 사단법인이 되는 울주영화제는 출범식을 연기했다.

두 영화제의 개최 시기가 모두 9월이라 다소 여유가 있지만, 곧 영화제를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후임자 선정을 마냥 늦출 수는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앞으로 누가 영화제를 이끌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고 영화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들이 물망에 오르는 모습이다.

DMZ영화제는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경기도지사가 집행위원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정관에 규정돼 있다. DMZ영화제는 지난 5일과 8일 미뤄졌던 이사회와 총회를 잇따라 열고 기본적인 안건을 가결했다. 이 자리에서 후임 집행위원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경기도 관계자가 이사진과 집행위원들에게 '좋은 분들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DMZ영화제 측은 "너무 길게 공석으로 놔둘 수는 없어 늦어도 2~3개월 안에는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후임 위원장에 대해서는 집행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주산악영화제는 집행위원장에 대해 정관상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돼 있을 뿐 선출 절차나 과정에 대해 명시적인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주산악영화제 관계자는 "연기된 출범식과 집행위원장 선출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총회는 이사진과 집행위원으로 구성된다"고 말했다.

배우·제작자·감독·평론가 등 집행위원장 후보군에 다양한 인물 거론돼

 권해효 배우, 김동원 감독, 정상진 대표

권해효 배우, 김동원 감독, 정상진 대표 ⓒ 오마이스타


영화계 내부에서는 '영화제인 만큼 영화인들이 집행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적합한 인물로 평가되는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두 영화제의 후보군으로 권해효 배우, 김동원 감독,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 권칠인 전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오동진 마리끌레르영화제 집행위원장, 최낙용 아트하우스 모모 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권해효 배우는 반듯한 이미지에 상업영화와 독립예술영화를 넘나들고 있고, 오래전부터 다큐멘터리 홍보와 지원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에 집행위원장 후보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는 재일 조선인 학교를 다룬 다큐멘터리 <우리학교>를 지원하는 활동도 했고, 이후에는 이들 학교의 존재를 알리는 <몽당연필>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수차례 여성의 날 기념식 사회를 맡았고, 호주제 폐지 1인 시위에 나서는 등의 꾸준한 사회적 활동으로 주목받아 왔다. 미투 운동의 여파로 위원장이 물러난 상태에서 분위기 전환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 권해효의 장점으로 거론된다.

김동원 감독은 '한국다큐멘터리의 대부'라고 불릴 만큼 독립다큐멘터리의 역사와 같은 영화인이라는 점에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교수를 역임했다. DMZ영화제 집행위원으로서 영화제 기간 중에는 극장에 살다시피 하며 가장 많은 영화를 보는 등 뜨거운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국내 제작과 수입 배급, 극장 운영 등 영화산업에서 전방위적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공범자들>과 <자백>, <천안함 프로젝트> 등을 배급했고, <침묵의 시선> 등 국내에서 주목받은 해외 다큐를 수입해 왔다. DMZ영화제 1회 때부터 역할을 해 왔고, 몇 해 전까지 부집행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후보군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한 데다 영화제의 안정적 기틀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돼 젊은 독립영화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권칠인 감독, 오동진 평론가, 최낙용 아트하우스 모모 부사장

권칠인 감독, 오동진 평론가, 최낙용 아트하우스 모모 부사장 ⓒ 오마이스타


권칠인 감독은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역임했고 최근 영진위원장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권 감독은 인천영상위와 더불어 다큐멘터리 피칭 프로그램인 인천다큐멘터리포트와 디아스포라영화제를 이끌었다. 또한 영화 행정과 영화산업, 영화제 등에 관해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무게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력과 경력 덕분에 DMZ영화제나 울주산악영화제 어디든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기에 적합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동진 평론가도 마찬가지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서울국제환경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마리끌레르영화제 집행위원장, 사람사는세상 영화축제 예술감독, 독립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영화제를 이끌어 본 경험도 있고 다양한 영화행사를 주관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최낙용 아트하우스 모모 부사장은 울주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최 부사장은 울산 출신이면서 울주산악영화제 집행위원이기도 하다. 영화관 운영과 제작 및 수입배급 등을 맡고 있고, 아세안영화제나 스웨덴영화제, 아랍영화제 등을 개최하는 등 영화제 운영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해에는 다큐멘터리 <노무현입니다>를 제작해 크게 흥행시켰다. 지역과의 연고성에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전문성도 있는 등 '스펙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후보 등장할 가능성도... 적합한 인물 찾기 고심

이들 중 일부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는 해외에 나가 있거나 유보적인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두 영화제 모두 경기도지사와 울주군수에게 사실상의 임명권이 있다. 또한 이사진이나 집행위원 구성이 다양하게 돼 있어, 앞서 거론한 이들 외에 다른 후보군이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따라서 영화계의 의견이 어느 정도 수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두 영화제 모두 미투 운동의 여파에 따른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모이고 있다. 그리고 영화적 전문성이 있는 인물이 영화제를 맡아야 한다는 인식에 영화계 인사들이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어, 비전문가들이 집행위원장을 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적합한 집행위원장을 위한 영화제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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