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포스터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포스터 ⓒ (주)스마일이엔티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지난 4일 진행된 아카데미 시상식 전후로 후보작이었던 묵직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같은, 흥미로운 작품들도 끊임없이 개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의외의 흥행을 이끌어가고 있는 작품이 있다. 개봉 열흘 만에 70만 관객을 스크린으로 이끈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다.

감독 토미 위르콜라는 앞서 영화 <헨젤과 그레텔: 마녀 사냥꾼>(2013)을 통해 안정적으로 할리우드에 데뷔했지만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주연 배우 누미 라파스 역시 영화 <프로메테우스>(2012)와 같은 작품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역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월요일이 사라졌다>가 관객들에게 어필할만한 외적 요소들을 갖고 있다고는 보기 힘들었다. 국내에서는 CGV 단독 개봉이 결정되면서 흥행의 어려움이 더욱 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관람하고 나온 관객들의 평가는 기대보다 훨씬 더 좋은 편이다. 영화는 관람 전의 낮은 기대감을 충분히 극복해 낼 만큼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02.

영화 속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지구는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이를 막기 위해 유전자 변형 재배가 시작된다.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해 다둥이 자녀들이 급증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이에 니콜렛 케이먼 박사(글렌 클로즈 역)는 1가구 1자녀로 인구를 제한하는 '아동제한법'을 발의하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단체 CAB를 조직한다. 이제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팔찌를 착용해야 하며, 가정에서 다둥이가 태어나면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냉동 수면 장치로 보내져 강제로 잠들게 된다. 여기에 테렌스 셋맨(윌렘 대포 역)의 일곱 쌍둥이가 등장해 스토리 전개를 위한 장치가 마련된다. 기본적인 뼈대 자체는 그리 새롭지 않다. SF 장르의 작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초반부 설정인 데다, 서로 이율배반적인 두 가지 설정으로 스토리의 갈등과 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접근법이다.

03.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스틸컷. 밖에서는 같은 모습이지만, 안에서는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스틸컷. 밖에서는 같은 모습이지만, 안에서는 저마다의 개성을 표현할 자유가 있다. ⓒ (주)스마일이엔티


다만,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영화의 초반부에서 설정한 갈등과 위기만으로 극을 이끌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설정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적 갈등의 위치를 옮겨간다. 특히 앞서 언급한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내외적 갈등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일곱 명의 자매가 살아남기 위해 '카렌 셋맨'이라는 하나의 인격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극의 초반부에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이율배반적 상황이 발생한다.

한 자녀 이상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와 일곱 명의 아이를 지키려는 테렌스 셋맨. 이들 가족의 삶은 일곱 명이 발각되지 않고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유지된다. 누구든 바깥세상에서는 '카렌 셋맨'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고 자신의 이름과 같은 요일에만 외출할 수 있다. 또 매일 밤 밖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에게 공유해야 한다. 여기에는 비상시 대피를 위한 훈련과 같은 노력 역시 모두 포함된다. 해선 안 되는 일을 비밀리에 실행하는 상황에서, 이 영화의 스토리 구조는 범죄물에서 등장하는 갈등 구조와 유사하다.

04.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외부와의 갈등은 내부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다. 특히 누구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자아에 대한 욕구가 강한 써스데이(목요일)는 바깥세상에서 공유하는 카렌 셋맨이라는 인물과 집 안에서의 진짜 자신에 괴리를 느끼기 시작한다. 그동안 테렌스 셋맨의 통제 하에서 모든 것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됐지만,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요소가 이를 뚫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여기서 자연적 성장과 인위적 제한의 관계는 니콜렛 케이먼 박사의 행위와도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선데이 역시 죽기 직전에 "I don't Know who I am"이라는 말을 남기며 이에 대한 직접적 문제를 던진다. 개인의 내면에서 발생한 괴리는 자라나 집단에까지 퍼져나가기 시작하고, 우리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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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스틸컷. 할아버지가 일곱 자매를 대하는 마음은 사랑이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 스틸컷. 할아버지가 일곱 자매를 대하는 마음은 사랑이다. ⓒ (주)스마일이엔티


가장 착실한 이미지를 주던 먼데이(월요일)가 저녁 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런 모든 문제를 일순에 터뜨리는 기폭제가 된다. 안정적이던 외부 상황은 무너지고, 동시에 암묵적인 믿음으로 유지되던 내부 상황까지 불안에 놓인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먼데이가 숨겨왔던 진실에 대해서도 나머지 자매들은 알게 된다. 실재하는 요일이 독립적일 수 없듯, 그들의 생존 역시 서로와 긴밀히 연결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 정해진 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불안은 아주 쉽게 모습을 드러낸다.

일곱 쌍둥이가 모두 함께 살아남기 위해 일주일 중 6일을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그녀들의 삶은 영화 <인타임>(2011)과 유사한 면이 있다. 생존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지불할 수밖에 없고, 지불한 시간만큼 생명이 줄어드는 디스토피아. 명시된 시간 속에 존재 자체를 구속 받는다는 설정이 말이다.

06.

영화의 또 다른 축을 구성하고 있는 일곱 자매의 할아버지, 테렌스 셋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출산 중 세상을 떠난 딸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을지, 사회 체제에 대한 강한 불만 때문이었을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유를 떠나 그가 일곱 쌍둥이 모두를 지키려고 했던 것은 본능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영화에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아동제한법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면들도 있다.

테렌스 셋맨이 일곱 자매 모두를 같은 모습으로 유지하기 위해 가혹한 짓을 벌인 것은 그들을 살려야 한다는 하나의 목적에서 기인한다. 먼데이의 눈을 통해 보았듯, 그 날 밤 테렌스 셋맨은 심한 자책감에 괴로워한다. 이 지점에서 테렌스 셋맨과 니콜렛 케이먼 박사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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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장면을 포함한 몇몇 장면에서 다소 가벼운 설정이 극의 흐름을 깨는 듯한 느낌이 있지만, 이는 <데드 스노우> 시리즈로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을 인정받은 토미 위르콜라 감독의 스타일이 반영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놀라운 점은 처음의 설정이 엔딩까지 무너지지 않고 견고히 그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는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상황만 모면해보고자 단편적인 방법으로 인구를 조절하려고 했던 니콜렛 케이먼 박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다. 미봉책은 결코 결정적 해결방법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코믹 액션물로 무난한 할리우드 데뷔를 하게 해 준 <헨젤과 그레텔: 마녀 사냥꾼>에 이어 이번 작품 <월요일이 사라졌다>까지. 감독의 다음 작품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영화 무비 월요일이사라졌다 누미라파스 CG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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