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일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 역을 맡은 르네 젤위거

▲ 브리짓 존스의 일기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 역을 맡은 르네 젤위거 ⓒ UIP코리아


다가오는 따뜻한 봄기운과 달콤한 화이트데이 때문인지 이 때쯤엔 로맨스 영화를 찾아보게 된다. 그렇다고 아무 영화나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작품이 없을 땐, 이미 검증된 작품을 보자. 여기, 예전부터 뭇 여성들과 남성들의 로망을 책임져온 영화들이 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노팅힐>이다.

우리가 감정이입을 할 두 인물, 브리짓과 윌리엄

두 작품 모두 관객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내용이 다소 허황되긴 하지만, 우리가 이를 모르는 바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온전히 그들의 시선에 감정을 맡기면 된다. 우선 관객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인물들이자 감정이입의 대상인 브리짓(르네 젤위거)과 윌리엄(휴 그랜트)부터 살펴보자.

30대 솔로인 브리짓은 아직 결혼을 못 했다는 주변의 조롱과 애타는 외로움으로 하루빨리 연애와 결혼 즉, 사랑이 하고 싶다. 하지만 주변에 남자라고는 변태뿐이다. 그녀의 가슴만 보는 XX변태, 귀엽다면서 엉덩이를 만지는 삼촌(심지어 친삼촌도 아니다), 바람둥이 상사인 다니엘(휴 그랜트)까지. 마음이 급한 브리짓은 결국 누가 봐도 성희롱인 다니엘의 작업 멘트에도 넘어가 그를 받아들인다. 심지어 결혼식을 올리는 상상의 나래까지 펼치며.

영화는 브리짓을 직업적 자립에는 관심 없이 이성에만 매달리는 백치미로 묘사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브리짓의 매력인 솔직함, 순수함 등을 맛깔나게 소화하는 르네 젤위거가 이를 중화시킨다. 말 나온 김에 덧붙이면 이 영화의 장르인 로맨틱코미디에서 코미디는 르네 젤위거가 거의 전적으로 맡았다. 로맨틱코미디는 자연스러운 유머가 중요하다. 억지스럽거나 재미가 없으면 영화의 재미도 반감되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르네 젤위거 캐스팅은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반면, <노팅힐>의 윌리엄은 이혼남이다. 또 브리짓과 달리 주변의 시선도, 외로움도 그다지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인기 영화배우인 안나(줄리아 로버츠)와 우연히 엮이며 변한다. 그녀 앞에만 서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 대목에서 대다수가 공감하리라 싶다. 눈앞에 대스타가 서있다고 상상해보자. 과연 초연할 수 있을까. 이성이고 동성이고를 떠나서 나는 말 한마디 못 붙일 듯싶다.

어쨌든 안나를 만나고부터 그의 머릿속은 그녀밖에 없다. 그래서 세 번의 굴욕 및 상처에도 그녀를 포기하지 못한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다니엘과 <노팅힐>의 주인공인 윌리엄 둘 다 휴 그랜트가 맡았는데 한 쪽은 바람둥이, 다른 한 쪽은 순정남 역할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외모 자체가 다정한 순정남에 최적화돼있다고 생각한다.

뭇 남성과 여성의 로망, 마크와 안나

노팅힐 왼쪽부터 안나 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 윌리엄 역을 맡은 휴 그랜트

▲ 노팅힐 왼쪽부터 안나 역을 맡은 줄리아 로버츠, 윌리엄 역을 맡은 휴 그랜트 ⓒ 유니버셜 픽쳐스


마크(콜린 퍼스)는 이성으로서 완벽에 가까운 남성상이라 할 수 있다. 키 크고 잘생기고 능력도 있으며 좋아하는 여성 즉, 브리짓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좋아해준다. 심지어 브리짓이 적어놓은 자신의 치부를 건드리는 일기 내용 보고도 화를 내지 않고 새 일기장을 사오는 인내심과 센스까지 갖췄다. 다만 브리짓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생략된 게 아쉽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 속 대부분의 시점이 브리짓이기 때문에 생략한 듯싶다. 이렇듯 마크라는 이상적인 캐릭터와 콜린 퍼스의 이지적인 이미지 그리고 영국식 발음까지 합쳐지며 상승효과를 만들어낸 제작진과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노팅힐>의 안나는 유명한 영화배우임에도 소위, '배우 병'이 없다. 인기에 비해 소탈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대상에게 적극적이다. 그래서 윌리엄을 몇 번 본 적 없음에도 그의 여동생 생일 파티에 같이 가서 즐긴다. 이 같이 따스하고 편한 관계 또는 모임에 대한 결핍도 있었던 듯싶다. 그래서인지 대스타임에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구타경험, 성형사실 등까지 털어 놓는다. 하지만 역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사는 직업인만큼 이에 히스테릭한 면도 보인다.

사실 안나라는 인물 자체는 로망의 대상까진 아니다. 우리가 감정이입하고 있는 윌리엄을 대함에 있어서도 의도했든, 안했든 무려 세 번의 상처를 준다. 다만 인기 배우와 연애라는 설정에서 남성 관객들을 설레게 만든다. 더불어 줄리아 로버츠의 보기만 해도 시원한 웃음까지 더해진 점도 한 몫 한다.

두 작품 모두 로맨틱코미디의 특성을 따라 엔딩부에 명장면이 있다. 브리짓은 자신이 일기에 써놓은 마크 욕을 본 그가 말없이 나간 것을 알고 허겁지겁 뒤쫓아간다. 그것도 팬티 바람으로. 한편 윌리엄은 이별했을 때 아픔이 두려워 그녀의 고백을 밀쳐냈지만 이내 그녀가 진심이었음을 깨닫고 그녀의 기자회견장으로 달려간다. 위에 말했듯 마크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새 일기장을 사서 그녀에게 건네며 키스를 나누고, 안나는 기자회견 석상에서 다시 받아줄 수 있냐는 윌리엄의 물음에 환하게 웃으며 받아들인다. 이렇듯 두 영화 모두 극적인 해피엔딩을 통해 관객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소개했듯이 영화를 보는 우리는 브리짓, 월리엄과 시선을 공유하며 대리만족을 경험한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본 후에는 이제 현실 속 판타지를 찾아야한다. 현실과 판타지, 사뭇 동떨어진 단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마크나 안나는 아니더라도 어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이야말로 현실에서도 가능한 판타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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