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을 침범당해 요즘 기분이 나쁜 둘째 아리

영역을 침범당해 요즘 기분이 나쁜 둘째 아리ⓒ 박은지


최근에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이사를 했다. 이사 후에는 에어컨, 인터넷, 조립 가구 등 여러 기사님들이 집에 방문하시다 보니 고양이들도 제각기 손님맞이를 했다. 소심한 둘째 아리, 셋째 달이는 초인종 소리가 들리는 순간 바로 각자의 은신처로 달려가 숨는다. 반면 겁이 없는 첫째 제이는 기사님들 옆에 바짝 붙어서 호기심 넘치게 작업을 지켜봤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친한 척을 하는 제이를 보며 몇몇 분들은 "혹시 강아지냐" 물으며 신기해했다. 보통 고양이들은 붙임성이 없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도도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보니, 고양이를 별로 접하지 않는 분들에게 제이의 모습은 고양이답지 않은 독특한 모습으로 비춰지곤 한다. 이렇게 애교 부리는 제이의 모습을 보는 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고양이는 개보다 키우기 쉽죠?"

글쎄, 고양이는 물론 모래만 깔아주면 알아서 배변을 본다. 강아지처럼 산책을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고양이는 사람 손길이 없어도 혼자 알아서 잘 지내는 동물은 결코 아니다. 고양이 집사들에게도 그 나름대로의 아주 다양한 고충들이 있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조용하지 않다 

개는 짖는 소리 때문에 간혹 이웃들과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고양이는 비교적 조용한 동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한밤중이 되면 집안을 전력질주하며 뛰어다니기 때문에, 통 잠을 못 잔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집사들도 있다. 사냥 본능으로 인한 에너지를 해소하는 것인데 일명 '우다다'라고 한다. 게다가 우리집에선 최근 보호소에서 입양한 셋째 고양이가 웬 맹수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자꾸만 낸다.

고양이는 개보다 손이 덜 가서 여러 마리를 키워도 괜찮을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이 새로운 동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점이다. 기존에 키우던 고양이와 새로 데려온 고양이를 한 공간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꽤 긴 합사 과정이 필요하다. 대뜸 서로 대면하게 하면 피 튀기게 싸워보자는 격한 갈등의 현장을 볼 수 있게 된다.

먼저 공간을 격리한 뒤 서로의 냄새가 묻은 물건을 통해 냄새부터 맡게 해주고, 그 뒤에는 만나지는 않되 투명한 유리 등을 사이에 두고 모습만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 식으로 서로의 존재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준 다음에야 천천히 한 영역에 두 마리가 공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도 부부가 거실과 안방에서 떨어져 자면서 고양이들끼리 약 2주간의 격리 및 합사하는 기간을 거쳤으나, 아리는 달이의 존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제 눈에 띄기만 해도 아르릉 소리를 내며 화를 냈다. 점점 나아지긴 했지만 한 달쯤 지난 지금도 여차 하면 주먹질을 하려고 든다. 두 마리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 같이 행복하자고 입양해온 집사는 고양이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개라면 '개통령' 강형욱 훈련사에게 SOS를 칠 텐데, 고양이에게도 '세나개'가 필요하다!

고양이도 훈련이 되나요? 

 시무룩한 셋째 달이

시무룩한 셋째 달이ⓒ 박은지


동물병원을 다니면서 한 곳에 정착하는 데 꽤 고충을 겪었다. 보호자의 예민함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병원에서 고양이의 습성을 이해하고 세심하게 대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눈병인지 허피스인지, 종양인지 여드름인지 툭 하면 오진을 겪는 것뿐 아니라 환경 변화에 예민하여 한껏 긴장한 고양이를 거침없이 대하는 수의사를 만나면 왠지 신뢰감이 떨어진다. 많은 집사들이 고양이 전문 병원을 찾거나 고양이를 잘 다룬다고 입소문난 수의사를 일부러 찾아다닌다.

그만큼 여태껏 고양이에 대한 신뢰할 만한 가이드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나만 고양이 없어!'를 외치는 랜선 집사로서 보기엔 고양이를 키우는 건 쉽고 귀엽기만 한 일처럼 보일 수 있는데, 사실 고양이를 키우는 데에도 개 못지않게 손이 많이 간다. 게다가 고양이는 훈련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각 가정마다 크고 작게 겪고 있는 고양이들로 인한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2일 EBS <펫다이어리>의 신설 코너 '고양이를 부탁해'가 첫 방송되었다. 반려견의 고민되는 행동을 제보하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고양이 버전이다. 고양이는 개와 습성이 다르고 훈련법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들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처럼 속 시원한 해결책을 제공해줄지 궁금한 한편 기대감도 크다. 무엇보다 반려인 입장에서 '세나개'가 좋은 프로그램이었던 이유는 개를 개답게, 사람의 눈높이가 아니라 개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문제를 풀어갔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부탁해' 첫 방송에서는 동거묘 동글이와 동율이의 첨예한 갈등 상황을 보여주었다. 동율이가 새끼 때는 동글이가 엄마처럼 보듬어주고 사이가 좋았다는데, 언제부턴가 동율이가 일방적으로 동글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계기나 이유를 모르는 집사로서는 나름대로 스트레스 안정제나 아로마를 사용하는 등 노력했다고 하는데, 둘의 관계가 나아지지 않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화장실에 가는 동글이를 따라가 날카롭게 '하악질'을 하는 동율이의 모습은 일반적인 동거묘들의 싸움이라기에는 확실히 그 정도가 심각해 보였다.

첫 방송은 반려묘의 문제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 주, 그에 대한 첫 솔루션이 제공될 예정이다. 고양이도 개처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도 무척 궁금하다.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 중에서도 고양이의 행동 언어나 습성에 대해 잘 모르거나 대처 방법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각각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상황이 다양하다 보니 명쾌한 답변을 얻기가 어렵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고양이에 대한 속 시원한 솔루션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고양이 키우기의 다양한 면모가 속속들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