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봄 봄날의 풍경

▲ 봄봄날의 풍경ⓒ 손화신


3월은 '나름의 계절'이다. '넌 벌써 봄옷을 입고서 춥지도 않느냐' 묻는 사람 옆에, '넌 아직도 두꺼운 겨울코트를 입고 갑갑하지도 않느냐' 묻는 사람이 공존하는 그런 계절이다. 겨울이고 싶다면 겨울일 수도, 봄이고 싶다면 봄일 수도 있는 나름의 계절로써 존재하는 달.

지난 주말 낮에 나도 모르게 하이포의 '봄 사랑 벚꽃 말고'를 찾아 듣고서 '올해 나의 체감계절은 작년보다 이르구나' 생각했다. 그냥 '온도' 말고 '체감온도'란 게 있듯이, 그냥 '계절'과 별개로 '체감계절'이란 것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3월이야말로 사람마다 체감하는 계절이 천차만별인 상대적 달이 분명해보인다.

'봄캐럴'이야말로 체감계절에 꽤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리라. 봄이 와서 '벚꽃엔딩'을 듣는 게 아니라 '벚꽃엔딩'이 들리기 때문에 봄이 오는 그런 신비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온도계의 절대온도보다 스피커의 상대온도를 더 존중하는 이들을 위해 봄을 당겨오는 노래 몇 개를 꺼내보려 한다.

하이포(HIGH4), '봄 사랑 벚꽃 말고' (Feat. 아이유)


"길었던 겨우내 줄곧 품이 좀 남는 밤색 코트/ 그 속에 나를 쏙 감추고 걸음을 재촉해 걸었어/ 그런데 사람들 말이 너만 아직도 왜 그러니/ 그제서야 둘러보니 어느새 봄이"

도입부의 가사가 참 좋아 봄마다 꺼내게 되는 노래다. "봄 사랑 벚꽃 말고"라고 반복하는 후렴구도 인상 깊지만 특히 위의 도입부가 마음에 든다. 돌아보면 매년 봄을 맞이한 나의 방식도 이랬다. '그제서야 둘러보니 어느새 봄이'었기에 별것 아니지만 공감가는 구절이다.

"손 잡고 걸을 사람 하나 없는 내게 달콤한 봄바람이 너무해/ 나만 빼고 다 사랑에 빠져 봄노래를 부르고/ 꽃잎이 피어나 눈 앞에 살랑거려도"

벚꽃좀비 혹은 벚꽃연금으로 불리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봄과 사랑의 황홀함을 노래했다면, 하이포의 '봄 사랑 벚꽃 말고'는 위의 가사처럼 봄이라서 외로운 사람들의 감정을 노래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봄의 설렘이 있으면 봄의 외로움도 있는 게 당연지사. '벚꽃엔딩'이 봄을 지배할 때 이 노래가 나온 건 반작용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이 곡은 아이유가 가사를 쓰고 피처링했다. 분명히 상큼한데 또 분명 쓸쓸하기도 한 아이유의 특색 있는 목소리가 아이러니한 내용의 가사와 잘 어울린다.

케이윌, 'Love Blossom(러브블러썸)'


"입안에서 바람 맛이 달콤한 아침/ 새하얀 이불위로 닿는 햇살이 좋아/ 설레는 전화벨소리 그대인가요/ 설탕 한 스푼 담긴 소리 hello, hello"

이 노래 역시 도입부가 참 좋다. 세상에 있는 모든 '설렘'이란 감정을 다 끌어모은 노래같다.

"팝콘 같은 꽃잎이 저 높이 날아요/ 사랑한다 말하면 난 정말 녹아요/ 오늘 같은 바람이 불면 하루 종일 미치겠어/ 그대가 아른아른 거려서"

눈 감고 이 후렴구를 들으면 봄꽃잎이 머리 위로 '분홍분홍거리며' 쏟아지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다. 봄바람이 마음을 간질거리는 그 느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뮤직비디오에서 엘과 다솜이 따분한 일상을 벗어버리고 봄의 달콤함에 흠뻑 취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노래와 잘 어울리는 장면이다. 봄내음에 마음이 녹듯이 아이스크림이 녹아 흐르는 장면이 특히 강렬하다. 

정은지, '하늘바라기' (Feat.하림)



"꽃잎이 내 맘을 흔들고/ 꽃 잎이 내 눈을 적시고/ 아름다운 기억 푸른 하늘만/ 바라본다"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2016년 4월에 발표한 '하늘바라기'도 꽃잎이 날리는 가사부터 하늘거리는 멜로디까지 봄의 감성으로 가득하다. 특히 멜로디가 정말 봄스럽다. "뚜루뚜뚜두 두두두/ 뚜루뚜뚜두 두두두/ 뚜루뚜뚜두 두두두" 하는 후렴구엔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봄의 가벼움과 따사함, 발랄함과 달콤함이 충분히 담겨있다.

이 곡도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하길 추천한다. 정은지의 실제 고향인 부산의 작은 동네, 골목의 소박한 이미지가 옛추억과 어우러지며 나른한 행복감을 준다. 제목에 '봄'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데도 봄이 되면 이 노래가 떠오르는 걸 보면 '봄의 기운'이 곡 전반에 걸쳐 잘 스민 곡인 듯하다. 정은지가 가진 포근한 목소리도 봄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진다.

위의 세 곡 외에도 봄을 담은 노래는 많다. 방탄소년단 '봄날', 10cm '봄이 좋냐', 이문세 '봄바람' 등등.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은 이미 봄의 교과서 같은 존재가 돼버렸으니 말할 필요도 없겠다. 취향대로 골라듣고 '체감계절'을 조금 일찍 당겨와 봄을 맞이하는 것도  3월이란 좋은 계절을 즐기는 방법 아닐까. 그러고 보니 오늘(6일)은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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