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토요 드라마 <착한마녀전>의 한 장면.

SBS 새 토요 드라마 <착한마녀전>의 한 장면. ⓒ SBS


"착한 척 하지 마. 너만 보면 아빠 생각이 나서 짜증나."

아빠(이철민)는 정의로운 경찰이었다. 천성이 착했고 용기도 있었다. 그래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타인의 불행과 위험을 외면하지 못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았다. 표창을 수차례나 받고 모범 경찰이라 불렸다. 사회와 동료들의 존경을 받았으며 아내 이문숙(양금석)과 쌍둥이 딸들도 이를 자랑스러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건 불안 요소이기도 했다. 그만큼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약속하던 날, 여성의 비명소리를 듣고 홀로 현장으로 간 아빠는 괴한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억울한 죽음이었다. 게다가 누명(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을 쓰고, 파면(을 당할 사유를 눈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지만)까지 당하고 만다. 졸지에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고, 가장을 잃은 가족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SBS 새 토요 드라마 <착한마녀전>의 한 장면.

SBS 새 토요 드라마 <착한마녀전>의 한 장면. ⓒ SBS


아버지의 죽음을 겪은 쌍둥이들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 언니 선희(이다해)는 아빠를 닮아 착하기만 하다. 대학도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동생에게 양보한다. 그리고 동생의 등록금을 마련해 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또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항상 웃음이 가득하다. 돈을 떼여도 상대방의 처지를 먼저 걱정할 정도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선희는 '선인(善人)'일까, '호구'일까?

동생 도희(이다해)는 오로지 성공만 좇는 차갑고 냉정한 인간이 됐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다. 착하게 사는 삶의 결과를 불신한다. 다른 인생을 살고자 한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가족들에게 '구질구질하다'는 잔인한 말을 남기고 떠난다. 승무원이 된 도희가 바라는 건 항공사 부조종사인 송우진(류수영)과의 결혼이다. 그래야만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도희는 '단칼 마녀'가 됐다.

 SBS 새 토요 드라마 <착한마녀전>의 한 장면.

SBS 새 토요 드라마 <착한마녀전>의 한 장면. ⓒ SBS


이다해의 1인 2역이 통했던 걸까. SBS 새 토요 드라마 <착한마녀전>은 주말 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3일 첫 방송한 <착한마녀전>은 120분 동안 4회 분량을 연속 방영했다. 이는 MBC 드라마 <돈꽃>의 성공을 벤치마킹했다고 볼 수 있다. 시청률은 9.2%(1회), 10.8%(2회), 11.0%(3회), 11.7%(4회)로 경쟁작인 MBC 드라마 <데릴남편 오작두>의 7.9%(1회), 10.4%(2회)에 근소한 우위를 점했다(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은 2.540%, TV조선 <대군-사랑을 그리다>는 2.519%였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

분명 시청률은 1위다. 코믹적인 요소가 다분해 어느 정도의 재미도 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극단적인 설정들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주인공인 선희와 도희는 '비교체험 극과 극'마냥 과장된 캐릭터로 표현됐다. 아무런 조건 없이 착하기만 한 선희도 이해 되지 않지만, 언니의 결혼식에 찾아와 내 앞길을 가로막지 말라며 악담을 퍼붓고 승무원이 되지 말라고 강요하는 건 매우 오버스럽게 느껴진다.

4년의 공백을 깨고 복귀한 이다해의 연기도 매끄럽지 않았다. 1인 2역을 연기하느라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건 느껴졌지만, 캐릭터의 차별성만 강조한 연기는 평면적으로 다가왔다. 감정의 단면만을 드러내기에 급급한 표정과 대사에 깊이는 없어 보였다. SBS 드라마 <마이걸>(2005), KBS 2TV 드라마 <헬로! 애기씨>(2007)를 떠오르게 하는 발랄한 연기는 여전했으나, 거기에서 얼마나 나아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SBS 새 토요 드라마 <착한마녀전>의 한 장면.

SBS 새 토요 드라마 <착한마녀전>의 한 장면. ⓒ SBS


쌍둥이를 설정한 건 두 사람의 삶이 뒤바뀐다는 것을 염두에 둔 전개라고 예측하기 쉽다. 아니나 다를까 선희는 도희를 대신하게 된다. 의문의 사고를 당해 입원하게 된 동생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부탁만 들어주기로 했었지만 갑작스레 7박 8일 바그다드 행 비행에 투입되면서 일이 꼬여 버린다. 승무원 경험이 전혀 없고 도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선희의 좌충우돌은 어설픈 웃음을 자아냈다.

이 장면이야말로 <착한마녀전>이 계획한 웃음 포인트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색할 정도로 과도한 설정들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 언제 집에 가요?"라는 대사를 반복하고, 이상한 행동을 계속하는 선희를 보고 어찌 몰입하고 웃을 수 있을까. 아무리 웃고 즐기는 드라마를 지향했다고 하나, 적절한 무게감이 없는 터라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붕 뜨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도희가 자신의 성공을 남자를 잘 만나 결혼하는 것이라 여기는 것도 썩 반가운 설정이 아닐 뿐더러 금욕적인 아들(송우진)을 결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민망하다. 무엇보다 선의 가치를 되새겨 본다지만, 일정한 선을 넘어버린 착함을 무작정 옳은 것이라 말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했던 건 아닐까. <착한마녀전>이 1라운드에서 선방하긴 했지만, 앞으로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듯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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