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폐막한 평창 동계 올림픽 중계의 승자는 KBS였다. KBS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은 23%를, 폐막식 시청률은 18.5%(닐슨 코리아)를 기록해 MBC와 SBS를 앞질렀다(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사실 KBS는 올림픽 개막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언론노조 KBS 본부의 파업으로 중계가 가능할지조차 불투명했다. 그러나 1월 22일 고대영 KBS 사장이 KBS 이사회에서 해임되면서 노조의 파업이 중단됐고, 올림픽 중계 준비를 시작했다. 올림픽 개막까지 단 2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KBS 구성원들은 밤낮 없이 일했고 시청률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소감이 궁금해 개막식과 폐막식, 그리고 쇼트트랙 중계를 맡았던 이재후 KBS 아나운서를 만나 올림픽 중계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이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 KBS 중게방송 한 장면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 KBS 중게방송 한 장면ⓒ KBS


-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이어 폐막식도 KBS가 1위를 차지했어요. 진행자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저 혼자 만들어낸 성과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해설위원, 프로듀서, 작가, 엔지니어들이 쏟아부은 노력을 제가 망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제일 크게 들었습니다. 그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를 많이 쓰셨는데... 제가 잘못하거나 혹은 실수해서 프로그램 전체를 망치지 않았다는 그 점이 가장 기쁩니다."

- 파업 때문에 준비가 많이 늦어져서 많이 초조했을 것 같은데.
"초조했죠. 다른 방송사에선 올림픽 예고 방송이 나오는데, 저희는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을 하고 있었잖아요. 평창동계올림픽의 의미는 무엇이고 2010년대 종반인 지금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리고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등 동북아시아서 3번 연속으로 올림픽이 열리는데, 그 물꼬를 트는 올림픽의 의미 등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개막식과 폐막식 중계방송에서 그런 고민이 약간은 나타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약 파업이 없었다면 스포츠라는 쪽으로 한정해서 좁게 볼 수밖에 없었을 텐데, 파업을 통해 이른바 '정세'라는 것을 고민하다 보니 시야가 조금 넓어지지 않았나, 결과적입니다만 그런 생각도 듭니다."

- 파업 중단 후 2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준비 기간이 짧진 않았나요?
"절대적으로 짧았습니다. 파업이 끝나자마자 방송단을 꾸렸지만, 저희 아나운서 같은 경우에는 종목도 나누어야 하고, 가편성표 놓고 예상 배정도 해봐야 해서, 정말 하루가 짧았습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프로듀서나 기자, 엔지니어 등 방송단원 전체가 그리 생각했을 겁니다. '파업 때문에 우리 중계방송의 질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 파업을 핑계로 방송의 수준이 낮아져선 안 된다'하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KBS는 파업해서 준비 기간이 짧았으니까 너희들은 이 정도 수준이어도 괜찮아'라고 하시지는 않을 테니까요. 동료들은 그런 공감 속에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준비했습니다만, 평가는 시청자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청률 1위 한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첫째는 같이 준비를 했었던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고, 둘째는 1TV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1TV는 광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1TV가 좀 더 젊어지고 활기차고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개막식 중계, 과장 왜곡 없이 전달하는 것에 중점 둬"

 이재후 KBS 아나운서

이재후 KBS 아나운서ⓒ 이영광


- 개막식 중계하면서 어떠셨어요?
"평창에서 베이징동계올림픽 문화공연이 있었던 것처럼, 소치 동계 올림픽 폐막식 때 평창 동계 올림픽을 소개하는 문화공연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현장에서 문화공연을 지켜봤는데 솔직히 기대 이하여서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홈런이었어요. 개막식과 폐막식 때 전 세계인에게 전통과 현대, 지향하는 미래를 수준 높은 형태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자긍심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잘 드러났고 평화를 지향하는 소망도 잘 나타나 올림픽의 개막식, 폐막식에 걸맞은 수준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KBS는 공연에 대한 배경지식을 잘 설명해준 게 좋았던 것 같아요.
"개막식 해설은 폐막식 연출자, 폐막식 해설은 개막식 연출자가 해주셨기 때문에 훨씬 더 풍부하고 다채로우며 가장 정확하게 해설해 주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개막식과 폐막식은 추상화돼 있는 부분들, 이를테면 현대 무용 부분은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틀은 잡아주는 게 필요한데 저희 해설위원이 이 부분을 잘 짚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개막식에 등장했던 거북이가 폐막식에도 다시 등장하는 등의 수미쌍관적인 부분에 대한 정확한 해설은 시청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 개·폐막식 중계에서 중점을 준 부분은 어디인가요?
"말 그대로 중계는 가운데에서 연결시켜 주는 거잖아요. 현장이 아닌 텔레비전을 통해 개막식과 폐막식을 보는 분들에게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묘사와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고, 과장이나 왜곡 없이 전달하는 데 중점을 줬습니다."

-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뭔가요?
"개막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김연아씨의 성화 점화 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김연아씨가 성화를 점화할 것이란 건 예상했던 거 같아요. 그렇지만 성화점화 전에 성화대에서 스케이팅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잖아요. 그 부분은 개막식 연출자들의 빛나는 아이디어였고 또 수십 번의 리허설까지 흔쾌히 수용해준 김연아씨도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쇼트트랙도 중계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또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쇼트트랙 강국이고 그도안 성적도 좋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기대만큼의 성적은 못 낸 것 같은데...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중계방송을 하는 캐스터와 해설자는 선수들과 한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에 그 선수들과 똑같이 일희일비합니다. 우리나라 선수들 성적이 좋고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으면 중계하는 입장에서 신 나고 즐겁죠.

저희가 개막식과 폐막식 그리고 중계하는 중간중간에도 말씀드렸지만, 매달의 색깔이 선수 가치를 결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경기에서 최선을 다 했는지 또 최선을 다 해 그 경기를 준비했는지 그건 선수 본인만이 알잖아요. 나는 100명 중에 100등을 했지만 후회 없이 경기를 했다고 하면 그것으로 된 거잖아요. 물론 메달을 따고 그중에서도 금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반드시 메달의 유무 또 메달 색깔로 선수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를 땄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말은 할 수 있지만, 그게 모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쇼트트랙에선 미끄러지거나 실격당하는 등의 일이 좀 많아서 더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
"그 선수도 납득이 안 되겠죠.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렇겠지요. 넘어지지 않으려고 훈련하고 연습하지만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어마어마한 연습량, 훈련량이 쌓여있다는 걸 우린 알죠.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 전에 보여줬던 월드컵시리즈만 보더라도 대단했잖아요. 아마도 홈에서 하는 게 더 부담됐던 것 같습니다."

- 이번엔 선수들이나 국민들이 성적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즐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은메달 따고도 죄송하다며 울기도 했었잖아요. 그러나 이번엔 은메달이나 동메달 따고도 웃는 게 보기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예전엔 결과만을 놓고 박수치고, 아쉬워했는데, 이번엔 그 과정도 중요하게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최선을 다한 8위, 최선을 다한 43위 같은 결과에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폐막식 전 전날 바람 때문에 리허설도 못 해"

 이재후 KBS 아나운서

이재후 KBS 아나운서ⓒ 이영광


- 이번 올림픽 중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날씨였던 것 같아요. 평창은 정말 추웠거든요. 제가 2월 4일에 평창으로 갔고 9일에 개막식을 했어요. 폐막식은 그로부터 2주 뒤에 있었죠. 제가 평창에 있었던 기간 동안 딱 두 번만 날씨가 좋았던 것 같은데 바로 개막식과 폐막식 날이었어요.

개막식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개막식을 잘 치를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추웠거든요. 개막식 참석자 중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방한용품을 사용한다고 해도, 지붕 없이 야외에 노출된 개막식장에 두세 시간 앉아 있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개막식 그날만 기온이 올라가고 바람도 안 불었어요.

폐막식 전 전날 드레스 리허설을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안전문제 때문에 다 하지 못했어요. 당시 바람이 초속 20.1m로 불었거든요. 태풍의 바람이었던 거죠. 그 다음 날도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기 때문에 폐막식이 잘될까 싶었어요. 그러나 폐막식 날만 바람이 없었어요. 기온도 올라갔죠. 하늘이 도운 평창 올림픽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은데.
"컬링이 10엔드까지 있잖아요. 길어지면 3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해요. 그런데 방송국에서는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다른 종목들을 준비해놓습니다. 하지만 컬링이 워낙 재미있고, 매 경기 박진감 있게 진행됐잖아요. 다른 종목 해설을 준비하고 있던 캐스터나 해설위원 중엔 컬링 때문에 중계방송을 하지 못한 적이 몇 번 있었어요. 그러면 농담삼아 '컬링을 미워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잖아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아나운서가 할 수 있는 여러 부분이 있지만, 스포츠 캐스터는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을 만나도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어요. 교양프로그램만 하더라도 출연하는 패널이 많잖아요. 스포츠는 방송 중에 만나는 사람이 해설위원인데, 많아야 2명이니까요. 제가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거나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제 성격과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  SBS의 배성재 아나운서나 MBC의 허일후 아나운서는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스포츠 아나운서잖아요. 라이벌이 있을까요?
"제가 누가 라이벌이라고 하면 그 분들이 기분 나빠 할 것 같은데요. 연차로 보면 그분들이 제 후배들인데, 라이벌이기보다는 저의 좋은 스승들이에요. 과장이 아니라 정말 그분들에게 많이 배워요. 지상파를 대표하는 스포츠캐스터들인데, 저도 그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보고 싶은 마음에 그분들 방송을 많이 따라 하고 있습니다."

- 도전해 보고 싶은 경기 종목도 있을 것 같아요.
"대단히 빠른 속도를 갖고 있는 종목, 그러면서도 정통적인 종목에 대한 중계방송을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경마 같은 거요. 지상파에서는 할 수 없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해보고 싶습니다. 순간을 묘사하는 능력, 서사를 풀어가는 능력,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한 반전과 빠른 속도로 나와야 하는 순위에 대한 문장들에 대한 동경이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스포츠는 힘을 갖고 있어요. 단순히 보고 즐거울 수 있는 힘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과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 그리고 패자에 대한 위로와 승자에 대한 존중 같은 스포츠의 정신이 있어요. 그런 관념이 사회 전반에 내재화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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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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