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오랜만에 공격수들의 부활에 웃음을 짓고 있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이동국-김신욱(전북), 석현준(트루아)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들이 최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건재를 확인했다.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축구대표팀의 막바지 승선 경쟁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유럽파' 손흥민과 황희찬은 나란히 컵대회에서 멀티골을 신고하며 기나긴 골 침묵을 깼다. 손흥민은 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치데일과의 잉글랜드 FA컵 16강 홈경기서 2골 1도움을 기록해 시즌 12호·13호 골을 터트리며 팀의 6-1 완승을 이끌었다.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해리 케인과 손흥민 선수. ⓒ 연합뉴스/EPA


지난 1월 14일 에버턴전 이후 46일(10경기) 만의 득점이자 올 시즌 첫 멀티골이다. 전반 손흥민이 성공시킨 PK가 비디오 판독으로 무산되지 않았다면 해트트릭까지도 노려볼수 있었던 경기였다. 최근 에릭 라멜라-루카스 모우라 등 포지션 경쟁자들과 다시 시작된 주전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손흥민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경기였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레드불 아레나에서 치른 SK 아우스트리아의 오스트리아컵 8강전 경기서 전반에만 시즌 10호·11호 골을 기록하며 팀의 8-0 대승에 힘을 보탰다. 황희찬은 지난해 11월 라피드 빈과 정규리그 16라운드에서 시즌 9호골을 작성한 뒤 부상과 슬럼프가 겹치며 장기간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을 선보이면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했다. 지난해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신태용호에 승선하지 못했던 황희찬은 이번 활약으로 건재를 과시하며 다가오는 3월 A매치를 앞두고 신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흥민-황희찬의 득점, 대표팀에도 '청신호'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황희찬이 상대 문전을 향해 슛을 하고 있다.

지난 2017년 6월 7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라스 알카이마 에미레이츠 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라크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한국의 황희찬이 상대 문전을 향해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과 황희찬의 부활은 대표팀에도 청신호다. 현재 대표팀의 공격진은 부동의 주전으로 꼽히는 손흥민을 중심으로, 김신욱, 이근호(강원) 등이 월드컵 유력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이다. 여기에 황희찬, 석현준, 지동원 등 유럽파 선수들이 남은 1~2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모양새다.

대표팀의 주전술인 4-4-2에서 투톱의 한 자리는 손흥민의 몫이라고 했을 때 '손흥민의 파트너' 자리를 놓고 높이의 김신욱과 활동량의 이근호가 주전 자리를 놓고 가장 앞서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지난해 동아시안컵과 올해 터키 전지훈련을 통하여 A매치 6경기에서 7골을 터뜨리는 눈부신 활약으로 신태용호의 핵심 요원에 자리잡았다. 소속팀 전북으로 복귀한 이후에는 골소식이 다소 주춤하지만 시즌이 이제 막 개막했고 대표팀 합류로 자리를 비웠던 기간을 감안하면 적응기가 필요하다. 김신욱의 강력한 제공권을 바탕으로 한 '대갈타카'나 손흥민과의 '빅 앤 스몰' 투톱 조합은 월드컵에서 만날 강팀들을 상대로 한국이 기대할 수 있는 히든카드로 꼽힌다.

이근호는 공격수로 기용되었을 때 골이 없는 게 약점이지만 뛰어난 연계능력과 다양한 포지션 소화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대표팀에서 이근호의 역할은 본인이 직접 마무리하는 임무보다 풍부한 활동량과 공간침투, 수비가담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동료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명품 조연'에 가깝다. 대표팀이 가장 좋은 경기를 펼쳤던 지난해 콜롬비와의 평가전이나 일본과의 동아시안컵 등에서 손흥민-김신욱의 활약 뒤에 항상 이근호라는 파트너가 있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최전방 공격수에서 2선의 전 포지션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이근호의 강점이다.

황희찬은 신태용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의 공격수에 가깝다. 기술도 있고 저돌적인 돌파력이나 투지 면에서 이근호와 겹치는 면이 있지만 아직 큰 무대 경험이나 경기운영 능력 면에서 월드컵 무대에 나설 주전급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약점이다. 황희찬은 신태용호 출범 이후 첫 무대였던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주전 원톱으로 낙점되었지만 아시아권에서도 피지컬과 높이가 좋은 수비수들을 상대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잠재력이 큰만큼 후반 조커로는 분명한 활용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석현준과 지동원은 다소 불리해져... 이동국 월드컵대표팀 승선할까

석현준과 지동원은 현재로서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석현준은 시즌 초반 트루아 이적 이후 좋은 페이스를 유지했지만 부상으로 한동안 주춤하다가 최근에야 복귀했다. 대표팀내에 타깃맨으로서 역할이 겹치는 김신욱이 신감독의 신임을 확보했다는 것도 불리하다. 3월 A매치에 선발되어 신 감독으로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한다면 월드컵 승선이 쉽지않다.

지동원도 2부리그 다름슈타트 이적 이후 출장시간이 크게 늘어나며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대표팀에서 현재 최전방과 2선이 모두 쟁쟁한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지동원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어느 자리에서도 확실한 주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애매한 경쟁력'이 최대 약점이다. 공격수치고는 지나치게 빈곤한 골 결정력도 아쉽다.

개막 첫골 터뜨린 이동국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 개막 첫골 터뜨린 이동국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파와 아시아 리거 공격수들은 지난 동아시안컵-터키 전훈을 통하여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나오지 못한 가운데, 베테랑 이동국이 마지막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최종예선 이후 더 이상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이동국은 불혹의 나이에도 올시즌 3경기에서 벌써 4골을 터뜨리는 물오른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주전이 아닌 후반 교체로 투입되어 짧은 시간에 경기흐름을 바꾸는 '슈퍼서브'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나이에 대한 선입견을 빼고 실력과 성과만 본다면 지금의 이동국은 충분히 대표팀 승선을 기대할만한 선수가 맞다. 신태용 감독이 "이동국을 더 이상 대표팀에 부르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어 월드컵에 승선할 마지막 기회를 줄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