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 MB 형제와 포스코의 비밀’ 편 방송 화면.

▲ MBC ‘PD수첩 : MB 형제와 포스코의 비밀’ 편 방송 화면. ⓒ MBC


지난 2월 27일 MBC 시사 프로그램 < PD수첩>은 'MB 형제와 포스코의 비밀' 편을 공개했다. 이날 방송은 최근 많은 대중 매체에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다스'보다 더 큰 비리가 있다는 내용의 제보가 들어왔다는 진행자 언급으로 시작됐다. 소위 MB 정부 시절 포스코가 자원외교에 동원됐고 그 과정에서 수조 원의 돈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방송은 포스코가 자원외교에 동원됐다는 점과 수조 원의 돈이 사라졌다는 점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지 못했다. 또한 포스코가 자원외교에 동원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와 관련한 소문과 의혹을 전달하는 데 그쳤을 뿐 이를 명백히 입증할 만한 근거나 팩트를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MB 형제와 포스코의 비밀'이라는 제목에서 '포스코의 비밀'에 해당하는 부분에 관한 한, 제작진이 성실한 취재와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자신들이 도출한 관련 의혹들에 합당한 이유가 있음을 설명하는 데 충분히 성공했다고 본다. 이를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다.

먼저 2011년 포스코가 에콰도르 소재 엔지니어링 기업 '산토스 CMI'를 인수하는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이 회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당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지시가 있은 후 실무진은 이 회사에 대해 조사했다. 이들 의견은 인수불가. 그러나 이 기업에 대한 인수 안건이 이사회에 다시 상정됐고 애초 100억 원대로 추정됐던 매입 가격이 800억 원대로 딱 정해져서 올라오기까지 했다.

두 번째는 이때 함께 인수됐던 'EPC 에쿼티스'라는 기업에 대한 의혹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당시 '산토스 CMI' 매입비용 가운데 약 552억 원이 이곳에 들어갔는데, 문제는 영국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는 이 회사가 '유령회사'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후 이 기업에 대한 포스코의 투자가 수상하게 이루어졌다. 2011년 매입 후 2년간 6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으나 3년 만에 전액 손실 처리됐고, 2017년 다시 약 800억 원을 투자한 직후 0원에 매각된 것이다. 현재 포스코는 이와 관련된 세부 내용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은 'EPC 에쿼티스'를 포함한 '산토스 CMI' 매입 과정과 이들을 다시 매각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큰 재정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다. < PD수첩> 추정에 따르면 포스코는 이 일련의 과정에서 약 1732억 원의 손실을 봤다. 그런데 이처럼 명백하게 실패한 사업을 추진했던 주역들이 이후 오히려 승진을 했다는 것이다.

MBC ‘PD수첩 : MB 형제와 포스코의 비밀’ 편 방송 화면.

▲ MBC ‘PD수첩 : MB 형제와 포스코의 비밀’ 편 방송 화면. ⓒ MBC


이날 < PD수첩>은 이런 문제점들과 의혹들을 지적하면서, 포스코가 내부에서 인수불가 의견이 나온 외국 기업에 웃돈을 주면서까지 이를 인수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 포스코가 'EPC 에쿼티스'라는 유령회사를 통해 무슨 일을 한 것인지 그리고 포스코 내부에서 이 실패한 사업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왜 없었던 것인지 등의 질문들을 던졌다.

필자는 이 방송을 보면서 이런 질문들이 지극히 타당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 의혹들을 풀기 위해 사법 당국이나 감독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 PD수첩> 입장에도 적극 동의하게 됐다.

위에 정리된 상황들이 그야말로 기업 운영을 전혀 해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보더라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고 어처구니없는 것들이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 방송이 언급한 것처럼 포스코는 국민들이 낸 연금이 3조7천억 원이나 투자된 '국민기업' 아니던가.

하지만 이런 의혹 뒤에 'MB 형제'가 있다는 < PD수첩> 주장은 이날 방송 내용만 놓고 보면 동의하기 어려웠다. 제작진은 제목처럼 'MB 형제와 포스코의 비밀' 사이의 연관성을 방송 내내 보여주려 애썼지만, 결과적으로 이와 관련해서 이들이 보여준 것이라고는 전부터 무성했던 소문들과 '∼카더라'는 의혹들의 반복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MB 형제와 포스코의 비밀'이라는 제목은 미디어업계에서 통용되는 '어뷰징(abusing)'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방송 말미에 앞으로도 이 사안에 대한 제보를 계속 받겠다면서 추가 취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이처럼 내용이 부응하지 못하는 제목을 붙인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또한 이렇게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진의 '의욕'이 무분별하게 방송을 통해 전시된 일은 MBC 새 경영진이 내세우고 있는 '정상화' 작업과도 거리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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