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 땅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2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대회 유치 직후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논란이 일면서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개막 이후엔 줄곧 호평을 받았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관중, 최고의 호평을 받은 선수촌, 완벽한 치안까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게 이번 올림픽은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국 동계 스포츠에 큰 이정표와 메시지를 던졌다. 그동안 대부분 그늘에 가려져 인기를 얻지 못하던 동계 스포츠는 평창을 통해 새로운 빛을 봤다.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메달수

포즈 취하는 여자 쇼트팀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심석희(오른쪽부터), 최민정, 김예진, 김아랑, 이유빈이 21일 오후 강원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포즈 취하는 여자 쇼트팀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심석희(오른쪽부터), 최민정, 김예진, 김아랑, 이유빈이 21일 오후 강원도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이번에 무려 6개 종목에서 역대 대회 사상 최다 메달인 17개(금메달 5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를 수확했다. 직전 최고 성적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기록했던 14개(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다. 그 가운데 빙상종목은 이번에도 역시 '효자종목'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쇼트트랙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한국 선수단의 금메달 5개 가운데 60%를 책임졌다. 초반 남녀 1500m를 석권해 장거리 종목의 자존심을 지키고, 여자 3000m 계주에서 올림픽 통산 6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자존심을 지켰다. 지난 22일 마지막날 경기에서 내심 금메달 3개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여자 1000m와 남자 5000m 계주에서 넘어지는 불운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약세 종목이었던 남자 500m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모두 휩쓸면서 뜻깊은 결과를 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쇼트트랙보다 더 많은 메달을 가져왔다. 이들이 획득한 메달은 금메달 1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빙속 3총사'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신예선수들이 모두 최상의 결과를 냈다는 점이다.

기뻐하는 이승훈 이승훈 선수가 24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 기뻐하는 이승훈 이승훈 선수가 24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가운데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제2의 이승훈으로 주목받는 김민석이 15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500m에서는 차민규가 은메달, 1000m에서는 김태윤이 동메달을 차지했다. 팀추월에서는 이승훈이 후배 김민석, 정재원을 데리고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땄고, 매스스타트는 자신이 초대챔피언에 올랐다. 밴쿠버에서 금메달 3개를 썼던 한국 빙속은 평창에서 밴쿠버 그 이상의 성과를 내며 감동을 줬다.

메달 종목 다변화, 금메달 이상의 '성과'

무엇보다 기쁜 것은 한국이 빙상종목의 한계에서 벗어나 썰매와 설상종목에서도 놀라운 결과를 낸 것이다. 스켈레톤, 봅슬레이, 컬링, 스노보드 등 과거에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종목들에서 금, 은메달을 무더기로 획득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이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했던 대목이다.

스켈레톤과 봅슬레이는 올림픽 개막전부터 기대를 모았으며 결국 현실로 만들었다. 윤성빈이 아시아 최초로 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그는 4번의 주행에서 무려 3번이나 트랙 레코드를 세우며 2위와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차이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봅슬레이는 2인승에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4인승에서 네 명이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아시아 최초로 4인승 은메달을 일궈냈다.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16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금메달 확정 후 태극기를 들고 즐거워 하고 있다.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16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금메달 확정 후 태극기를 들고 즐거워 하고 있다. ⓒ 이희훈


컬링은 이번 대회 최고스타이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종목이었다. 전국에 '안경 선배'와 '영미' 열풍을 일으킨 여자 컬링은 국내는 물론 외신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유명인'이 됐다. 예선에서 캐나다, 스위스, 중국, 영국 등 컬링 강국과 종주국을 모두 격파하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9전 8승 1패로 사상 최초 4강에 올랐다. 준결승에서는 일본과 연장 접전 끝에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한국 여자컬링이 올림픽 출전 단 두 번만에 이 같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 얇은 선수층에서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은 국가들을 격파했고, 어려움 속에서 영미를 외치며 단합된 팀워크로 승리를 쟁취해낸 이들의 스토리는 은메달 한 개로는 대신하기 어려운 감동 그 이상이었다.

스노보드는 '배추보이' 이상호가 사고를 쳤다. 강원도 정선 출신으로 고랭지 배추밭 위에 개조된 스노보드장에서 입문했던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범상치 않은 실력을 보였고, 지난해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로파컵 금메달, 한국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르며 실력파임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그리고 결국 한국 스키의 58년 숙원을 풀어주며 한국의 올림픽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들의 활약은 단순히 메달만으로는 설명하기에 너무나 부족했다. 불모지라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고 해도 이들에게 포기란 없었다. 그랬기에 일궈낼 수 있었던 결과였다.
  
 여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왼쪽부터) 김선영, 김초희, 김경애, 김영미, 김은정 선수가 2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경기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메달을 들고 있다.

여자 컬링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왼쪽부터) 김선영, 김초희, 김경애, 김영미, 김은정 선수가 25일 오후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경기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메달을 들고 있다. ⓒ 이희훈


전 종목에서 '최고성적' 기록

메달을 따지 못한 종목에서도 거의 대부분 최고 성적을 냈다. 대표적으로 피겨스케이팅이다. '피겨여왕' 김연아를 보고 성장한 김연아 키즈들의 성장은 실로 눈부셨다. 이미 평창을 앞두고 올림픽 전 종목에 최초로 출전한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음에도 대회 이후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2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최다빈이 연기하고 있다. ⓒ 이희훈


최다빈이 김연아 이후 최초의 올림픽 톱10에 오르며 7위로 최고 성적을 냈고, 한국 선수단의 막내 김하늘도 개인 최고기록으로 13위에 오르며 모두 선전했다. 차준환도 역대 한국 남자피겨 최고 순위이 15위에 올랐고, '아리랑'과 '흥유라'로 대회기간 많은 화제를 낳은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은 올림픽 최초 프리댄스에 진출해 감동의 연기를 선보였다. 페어에서는 김규은-감강찬이 출전해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프리스타일 모굴스키에서는 최재우와 서정화가 활약했다. 최재우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어 다시 한 번 결선 2차까지 레이스를 펼쳤고, 서정화는 올림픽 3수 끝에 결선무대에 진출해 목표달성에 성공했다.

루지와 바이애슬론 등에서는 귀화선수들이 역대 최고성적을 냈다. 루지에서는 에일린 프리쉐가 8위에 오르며 선전했고, 바이애슬론에서는 티모페이 랍신이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직전 대회까지는 한국이 결선 진출 내지 50위권 진입도 힘들었던 종목이었다.

 바이애슬론 티모페이 랍신 선수

바이애슬론 티모페이 랍신 선수 ⓒ 이희훈


메달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올림픽이었다. 지난 17일간 한국 선수단은 연일 최고성적을 경신해 나갔고 동계스포츠가 더 이상 불모지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평창은 한국 동계스포츠의 희망을 노래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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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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