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 / 첼시FC


EPL(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새로운 '앙숙'으로 자리잡은 주제 무리뉴와 안토니오 콘테가 재회한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콘테 감독이 이끄는 첼시는 오는 25일 오후 11시 5분(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리는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에서 만난다. 이번 라운드 최고의 빅매치다.
 
무리뉴와 콘테의 악연은 지난 시즌부터다. 무리뉴 감독이 2015-16시즌 중반 첼시에서 성적부진으로 경질되고 난후, 거스 히딩크 임시감독 체제를 거쳐 콘테 감독이 2016-17시즌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았고, 무리뉴 감독은 첼시의 대표적인 리그내 라이벌인 맨유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기며 '첼시 전-현직 감독'간의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콘테 감독은 2016년 10월 홈에서 무리뉴 감독의 맨유에 4-0으로 완파했다. 무리뉴가 맨유 감독으로서 스탬포드 브리지(첼시의 홈구장)를 찾은 첫 경기이기도 했다. 당시 무리뉴는 경기도 대패한데다 첼시 팬들로부터 '유다'라는 야유를 받으며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상황에서 콘테 감독이 경기후반 홈팬들의 성원을 유도하는 격한 퍼포먼스까지 펼치자 발끈했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후 콘테 감독에게 다가가 무언가 귓속말을 주고받았는데 "한골차라면 몰라도 4-0이나 앞선 상황에서 그런 식의 세리모니는 나를 모욕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진다. 두 감독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한 계기였다.
 
이후 무리뉴와 콘테는 여러 차례 공개적인 설전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콘테의 첼시가 2016/17시즌 우승을 향해 순항하던 상황에서 무리뉴는 "카운터어택과 세트피스에 의존하는 수비적인 팀이 우승을 가져가고 있다"라며 콘테의 전매특허인 스리백 전술을 깎아내렸다. 콘테는 그해 결국 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후 "무리뉴의 시즌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챔피언이 다음 시즌에 10위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서 2014-15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이듬해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것을 비꼰 발언이었다.
 
두 감독간의 누적된 감정싸움은 2017-18시즌에도 계속되며 급기야 막말에 가까운 인신공격으로 치닫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리뉴 감독이 "터치라인에서 광대 같은 행동을 저지르는 감독들처럼 해야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을 한 것이 도화선이었다.
 
발단은 한 기자가 무리뉴 감독에게 젊은 시절과 달리 골을 넣어도 셀레브레이션을 하지않는 이유에 대하여 질문을 던졌고, 무리뉴 감독은 굳이 과장된 제스츄어를 보일 필요가 없다는 반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광대같은 행동을 하는 감독'이 누구인지에 대한 주어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영국 언론들은 무리뉴의 발언이 평소 화끈한 세리머니로 유명한 콘테를 염두에 둔 '디스'로 해석했다. 무리뉴의 과거 독설 전력이나 콘테와의 불편한 관계를 감안할 때 충분히 그렇게 해석할만한 여지도 있기는 했지만, 사실상 언론이 두 사람의 싸움을 부추긴 셈이었다.
 
언론을 통하여 무리뉴의 발언을 전해들은 콘테 감독은 당연히 발끈했다. "무리뉴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성 치매'를 앓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과거 무리뉴 감독이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에게 '관음증 환자'라고 조롱했던 발언의 데자뷰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무리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는 할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누구처럼 승부조작으로 징계를 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콘테 감독이 이탈리아 세리에A 시절 승부조작 혐의를 제대로 알리지못했다는 혐의로 징계를 받았던 아픈 흑역사를 건드린 것이다. 이에 콘테는 "징계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법원에서도 재심으로 무죄를 증명받았다."고 반박하며 "잘알지도 못하고 함부로 말하는 것은 소인배(little man)다. 무리뉴는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쭉 소인배일 것"이라고 비난했다.

두 감독의 설전이 길어지고 위험수위를 넘기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에는 무리뉴와 콘테 모두 서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잠시 휴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자존심이 누구보다 강하고 싸움닭 기질을 타고난 두 감독의 성향을 감안할 때 언제든 계기만 생기면 다시 폭발하게 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 모두 시즌의 중요한 고비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맨유는 현재 승점 56점으로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리버풀(승점 57점)에 2위 자리까지 빼앗긴 상황이다. 4위 첼시(승점 53점)와도 3점차다. 선두 맨시티와의 우승 경쟁이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에서 이제는 TOP4 수성도 낙관할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첼시 원정을 앞두고 주중에 치른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도 세비야(스페인)에 졸전 끝에 무승부에 그쳤다. 최고 이적료를 주고 영입한 중앙 미드필더 폴 포그바의 전술적 활용도에 대한 논란과, 지루한 수비축구에 대한 비판 여론까지 겹쳐 무리뉴 감독을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반면 첼시는 상승세다. 2월 초까지만 했다. 리그에서 중하위권 팀들에게 연달아 연타를 맞으며 콘테 감독의 입지에도 물음표가 달라는 듯 했지만 지난 13일 웨스트브롬을 3-0으로 대파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는 스페인의 강호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비록 아깝게 무승부에 그쳤지만 충분히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치며 콘테 감독의 역량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올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지난해 11월 6일 11라운드 경기에서는 첼시가 홈에서 알바로 모라타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한바 있다. 무리뉴 감독은 콘테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말싸움이 아닌 축구로서 다시 맞붙게된 두 감독의 대결에서 웃는 쪽은 어디일지, 과연 그라운드에서 재회한 두 감독이 서로를 향하여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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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콘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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