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배우 임창정 영화 <게이트>의 배우 임창정이 20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임창정이 영화 <게이트>로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 중이다. ⓒ 이정민


영화 자체는 단순 명료하지만 제작 과정은 꽤 지난했다. 좌충우돌 케이퍼 코미디 영화 <게이트> 이야기다. 설정과 소재를 두고 '국정농단 최순실'이 모티브라는 사실이 최초 보도되면서 영화에 대한 여러 소문이 있었던 것.

이미 언론 시사회 당시 임창정이 정리한 바 있다. "여러 나쁜 사람들의 비리로 모인 거대 비자금을 훔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그는 "그렇게 (최순실로) 보였다면 부정하진 않겠지만 노골적으로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고 답했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농단 사건보단 도둑들의 코미디로

"처음 영화에 대한 기사가 났을 때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소재로 했다고 하니 일반분들이 다소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 '국정농단을 어떻게 다뤘나 보자!' 이러시면서 너무 영화가 가벼우면 질타하실 수도 있잖나. 본인의 심신건강을 위해선 마음을 가볍게 하고 오셔야 한다. 이 영화로 어떤 사회적 메시지를 찾기 보단 통쾌한 감정을 얻으시면 될 것 같다."

그가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물론 최순실을 상징하는 캐릭터(정경순)가 있긴 하지만 일종의 이미지만 차용한 셈이다. 임창정은 "아직 (법원 심리 등이) 진행 중인 끝나지도 않은 사건을 이 영화로 파헤친다는 것도 이상하고, 가볍게 다룰 소재도 아니다"라며 "(국정농단) 그걸 소재로 파헤치려면 10년은 지나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영화 <게이트>의 한 장면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 사건을 건드린다는 반응이 나올까 걱정이었다. 우린 그걸 다루는 영화가 아닌데 말이다. 최순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장면이 딱 하나 있긴 한데 패러디를 의도한 건 아니었다. 이렇게 보시면 된다. 그런 비리들이 벌어지던 와중에 이런 좀도둑들이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좋다. 좀도둑이 (훔치다 보니) 비자금까지 털게 됐다는 거지." 

기획 단계부터 이런 우려가 있었기에 임창정은 신재호 감독의 시나리오를 모니터링 하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했다. 영화에선 취업난에 허덕이는 소은(정려원)과 빚더미에 앉은 소은의 친구 미애(김보은), 수 십 년 절도 경력을 자랑하는 프로 도둑이면서 소은의 가족이기도 한 장춘(이경영)과 철수(이문식)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특정 사건을 풍자하고 비판하기 보단 영화적 재미를 위한 설정으로 임창정은 "영화에 등장하는 작은 캐릭터 하나하나에 다 의미가 있다"며 제작 당시 일화를 전했다.

"캐릭터를 살려놓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놀 것이라는 게 감독님 생각이었다. 주인공 한 명이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여러 캐릭터들이 어우러지면서 보일 수 있는 코미디를 하려 한 것이지. 기획 의도가 그랬다. 그렇게 나온 지금의 결과물에 그래서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보시면 유쾌하지 않나."

'게이트' 배우 임창정 영화 <게이트>의 배우 임창정이 20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신선한 조합의 배경

<게이트>에서 임창정이야말로 캐릭터가 애매하다.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고 지능도 떨어지게 된 검사 규철(임창정)은 좀도둑을 돕다가도 결정적일 때 실수하기도 한다. 일종의 슬랩스틱 개그가 필요한 지점이었다. 사실 이 역할은 신재호 감독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맡게 됐다. 더구나 출연과 함께 영화 제작에도 임창정이 직접 참여하게 됐다.

"감독님의 시나리오에 대한 의견만 드리고 출연할 생각은 없었다. 근데 나중에 속마음을 말하더라. '형이 이 역할 안 해주면 영화 못 만듭니다!' 감독과 배우 관계이기 전에 아끼는 동생이기도 하다. 마침 시간도 있었고, 안 할 이유가 없었지. 그러면 음악 작업도 도와줄게 해서 제작사(삼삼공구 브라더스)를 같이 만들게 된 것이다. 

제작자와 배우는 분명 다르더라. 배우는 자기 맡은 바 연기만 잘하면 된다. 그게 당연한 거고. 근데 제작자는 현장 전반을 아우를 줄 알아야 하더라. 이번에 그 분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좋은 마음으로 힘을 보탰지만 막상 그가 맡은 규철은 코미디를 담을 폭이 많진 않았다. 임창정은 이 점을 언급하며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하기 보단 최대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코미디 연기 면에서 임창정이 독보적일 때가 있었다. 가수로 스타덤에 올랐을 때 이 선택이 자칫 위험했을 수 있지만 그는 과감하게 도전했다. 이후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영화 <공모자들>과 <창수> 등 정극 스릴러에선 또 다른 개성으로 호평을 얻었다. 그만큼 연기 폭이 넓다는 걸 증명한 셈.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좋으면 자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으로 일단 성공한 게 아닐까? 잠시 작품이 잘 안됐다고 좌절하지 말고 털고 다시 웃을 준비를 한다. 그래야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웃을 준비를 빨리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이를 많이 먹어서 좋은 작품을 만날 수도 있고, 그때 '임창정의 재발견'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팬분들이 배우 임창정이 참 좋았다, 잘했다며 박수쳐줄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역과 장르? 다 열려있다. 조연도 단역도 말이다. 내 직업은 연기자지 주인공이 아니지 않나. 작은 역할이라도 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서 연기할 것이다."

'게이트' 배우 임창정 영화 <게이트>의 배우 임창정이 20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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