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 정민규


서병수 시장이 오기 인사를 고집하다 결국 큰 망신을 당했다.

앞서 서 시장은 최윤 부산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사실상 해임하고 후임으로 이상조씨를 내정했지만, 이씨가 21일 전격 사퇴하면서 머쓱하게 됐다. 내정자는 부산을 넘어 서울의 영화단체들까지 강력하게 반발하자, 심적인 압박을 느낀 듯 8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이상조씨는 "부산영상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위원장직을 수행하려고 했지만 일부 영화인들의 반대로 갈등이 커지는 등 부산 영상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가 갑작스럽게 사퇴를 결정한 것은 영화단체들의 성명과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비난 여론이 커지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상조씨와 친분이 있는 영화계 인사들도 그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화계 인사는 "늦지 않게 적절하게 사퇴한 것이라면서, 정말 잘 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영화계는 이상조씨의 내정 사실이 알려진 지난 7일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부산지역 영화단체뿐만 아니라 영화단체연대회의와 국내 영상위원회들까지 성명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관행과도 같은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 연임이 거부된 이유가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복귀에 대한 보복 성격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부산영화제 이사인 최윤 위원장은 부산영화제 이사회에서 이용관 이사장의 복귀를 앞장서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서병수 시장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영화계의 시각이다.

오기 인사로 망신 자초

 부산영상위원회 촬영 스튜디오

부산영상위원회 촬영 스튜디오 ⓒ 부산영상위원회


서병수 시장의 오기 인사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낙하산으로 앉히려 했던 측근 인사가 영화계의 압박에 자진사퇴하면서, 무리한 인사였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병수 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전문가를 앉히려 했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망신을 자초한 셈이 됐다.

영화계 인사들은 "서병수 시장이 한국영화를 만만하게 보다가 제대로 되치기를 당한 것 같다"거나 "4년 임기 내내 힘들게 성장한 부산의 영화산업을 망치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며 비판과 냉소를 보내고 있다.

2014년 박근혜 정권과 함께 <다이빙벨> 상영 중단 압박한데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쫓아낸 이후 서병수 시장은 끊임없는 무리수를 행하며 부산영화제를 망쳐 놓은 대표적 주범으로 꼽힌다.

서병수 시장이 박근혜 정권 시절, 부산영화제 탄압 과정에 주요 역할을 했음이 각종 자료를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아직 공식 사과 등은 하지 않았다. 영화계의 사과 요구 역시 계속 묵살하고 있는 서 시장은 현재 한국영화의 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무리한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 교체도 이처럼 반성 없는 태도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시장으로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이고 옹졸한 태도만 보인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지적이다.

서 시장이 고발했던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지난 1월 31일 이사장으로 복귀한 것도 그에게 심적인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행대로 최윤 위원장을 연임시켰으면 아무 문제가 없던 사안인데,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감정만 앞세웠다는 것이 부산 영화계 인사들의 평가다. 

한편에선 이상조 내정자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최윤 위원장의 연임 대신 사무처장 직무대행 체제로 가겠다고 한 것을 두고 '지역 영화산업 발전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 지역 인사들은 '순리대로 하면 될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서 시장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임명권자는 시장 아니냐"며 "그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새로운 운영위원장 선임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과도기적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조 내정자에 앞서 부산지역의 한 영화과 교수가 운영위원장 제안을 받았으나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 전체가 최윤 위원장 교체에 반발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칫 제안을 수락할 경우 영화인들과 등질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영상위원회 일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영화제작자는 "서병수 시장이 영화인들을 상당히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 불쾌하다"면서 "영화인들의 반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브라늄 맞아도 정신 못 차릴 듯

 <블랙 팬서> 제작사 마블이 부산에 기증한 촬영 기념 조형물

<블랙 팬서> 제작사 마블이 부산에 기증한 촬영 기념 조형물 ⓒ 부산영상위원회


최근 <블랙 팬서>도 흥행도 서병수 시장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해외 촬영 팀을 유치해 안팎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실무 책임자를 해임한  것에 대해 영화 관객들도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관객은 <블랙 팬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활용해 "서 시장은 비브라늄에 맞아도 정신 못 차릴 듯하다"고 비꼬았다.

부산지역 영화인들은 영상위원회의 정상화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 논란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부산영화평론가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이석 교수는 23일 "최윤 위원장에 대한 연임이 정상적으로 이뤄져 원상회복 돼야 논란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시가 기존 위원장의 업무나 능력에 대한 평가 절차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체하려는 것은 문제가 크다"라며 "제도적 정비가 필요할 것 같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영상위원회 서병수 최윤 블랙 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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