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에서 정형돈, 데프콘이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에서 정형돈, 데프콘이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MBC에브리원


22일 MBC에브리원 인기 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의 터줏대감 MC '도니' 정형돈과 '코니' 데프콘이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MBC에브리원 측은 "봄 개편을 맞아 프로그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우리 같은 시청자가 속 사정을 알 길은 없다. 그러나 '도니&코니'의 하차 소식은 <주간아이돌>을 오랜 기간 애청해 온 팬들에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사실 <주간아이돌>은 여타 예능 프로그램과는 차별되는 독특함으로 7년여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휑하다 싶을 만큼 아무 장식 하나 없는 텅 빈 흰색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주간아이돌>은 제목 그대로 매주 아이돌 그룹의 끼와 웃음의 재능을 맘껏 보여줄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2배속 댄스' 등 인기 코너 발굴, 신인 팀에겐 선망의 대상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의 단골 출연자 그룹 인피니트.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의 단골 출연자 그룹 인피니트. ⓒ MBC에브리원


표면적인 시청률(평균 0.5% 전후)은 높지 않았지만 '랜덤플레이 댄스', '2배속 댄스'와 같은 재기발랄한 코너는 큰 화제를 모았다. K-Pop 인기에 힘입어 해외에서도 눈여겨 볼 만큼 폭넓은 시청자 층을 확보했다. 특히 '사실상 고정 출연진'처럼 자주 등장하는 그룹 인피니트, 에이핑크 등의 팀들은 <주간아이돌>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얻는 데 큰 도움을 얻었다. 가수 지드래곤, 아이유 같은 톱스타부터 신인 그룹까지 '연말 시상식'과 더불어 꼭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손꼽을 만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때 정형돈의 방송활동 중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빈 자리를 메워준 김희철(슈퍼주니어), 하니(EXID) 등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해 3월 열린 '2017 케이블 방송 대상' 예능 코미디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는 등 장수 프로그램의 저력를 보여줬다. 최근 아이돌이나 가수 대신 더블브이(송은이, 김숙), 셀럽파이브(송은이, 안영미, 김신영, 김영희, 신봉선) 등 비가수 예능인 출연 등이 빈번해지다 보니 프로그램 정체성 논란도 있었지만, 안방 극장에 큰 웃음을 선사하는 등 여전히 나름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터줏대감 빠진 <주간아이돌>, 순항할 수 있을까

 최근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에는 셀럽파이브, 더블브이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에는 셀럽파이브, 더블브이 등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 MBC에브리원


지난 몇 년 새 각종 케이블 및 종편 채널에선 <주간아이돌>의 콘셉트를 벤치마킹한 유사 프로그램이 여럿 등장했다. 하지만 대부분 몇 달 버티지 못한 채 소리소문 없이 폐지의 쓴 맛을 보고 말았다. 단순히 인기 아이돌그룹을 매주 출연시키면 장사가 잘 될 줄 알았겠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이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MC 기용 및 제작 기획으론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주간아이돌>은 그만큼 아이돌 그룹 및 팬들의 기호를 잘 이해하고 필요한 사항을 꼭 집어낸 내용을 중심으로 방송을 꾸몄기에 장수 프로그램이 드문 케이블 채널 시장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일 수 있었다.

여기엔 '웃음 콤비' 정형돈과 데프콘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한때 정형돈이 '예능 4대천왕'으로 불렸고, 변변한 고정 프로그램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원조 보따리 장수' 데프콘이 MBC <무한도전> 게스트부터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고정 투입 등을 통해 새로운 전성기를 누린 시발점도 바로 <주간아이돌>이었다.

아직까지 <주간아이돌> 프로그램 개편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인기몰이의 주역들이 모두 빠진다는 사실이 이 프로그램의 미래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만약 두 MC의 퇴진이 자발적 의사에 따른 게 아니라면 마치 '유재석 없는 무한도전', '송해 없는 전국노래자랑'처럼 자칫 악수가 될 공산도 클 수밖에 없다.

이미 10년 전 MBC에브리원은 당시 인기프로그램이던 <식신원정대>에서 MC 정준하와 외주 제작업체를 모두를 교체하고 새 시즌에 돌입했다가 악화된 여론에 직면해 프로그램 폐지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얻었던 전력이 있었다(반면 정준하는 타 채널로 자리를 옮겨 유사한 성격의 프로그램 <식신로드>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어찌되건 간에 대대적인 개편이란 사실은 확실히 정해졌다. 부디 '개악'이 아닌, 발전적인 방향에서의 개편이 이뤄지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바랄 따름이다. 이와 함께 지난 7년간 매주 수요일 오후의 웃음을 책임져온 정형돈-데프콘 두 MC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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