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궁합>의 한 장면.

영화 <궁합>의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역학 3부작' 중 <관상>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영화 <궁합>은 의심의 여지없이 사랑이야기다. 사극의 탈을 쓴 사랑이야기라면 몇 가지 연상되는 전개 방식이 있는 법.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은 남녀가 여러 장애물을 넘고 사랑을 완성한다는 전형적인 구조에서 이 영화는 벗어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야기 전개와 구조면에서 <궁합>은 신선하다. 옹주라는 신분에 궁궐에서 화려한 삶을 살지만 그만큼 선택이 제한된 송화옹주(심은경)가 직접 자신의 신랑감을 확인해 나간다는 이야기다. 이 명료한 뼈대에 영화는 총 4명의 신랑후보 에피소드를 나열하며 살을 붙였다.

설정의 신선함

영화 초반은 송화옹주가 왜 결혼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전하는데 주력한다. 조선 영조시대 오랜 가뭄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자 신하들은 음양오행의 조화를 들며 젊은 남녀의 혼사를 강조한다. 송화옹주도 그 대상이었다. 왕족인 송화옹주부터 음양조화를 맞추면 하늘이 이에 반응해 비를 내릴 것이라는 게 신하들의 설명이다. 영조(김상경)는 수긍하며 신랑감을 직접 간택하겠다고 천명한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왕 앞에 많은 후보군이 등장하고 이 중 최종 후보 4명을 가려내는 과정에 옹주가 몰래 나선다. "평생 사랑하며 살 사람을 직접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영화는 여성의 주체성이 제한받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그 억압을 온몸으로 이겨내려 한 옹주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궁합>의 한 장면.

영화 <궁합>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사극 멜로 혹은 사극 로맨스 장르의 전형성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일단 <궁합>은 점수를 줄만하다. 옹주 곁에 나타난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옹주 신랑 후보의 사주와 궁합을 보는 식으로 돕는다. 눈과 귀를 자극하는 강렬한 액션이 아닌 역술만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만한데 영화 속 서도윤은 문과 무를 어느 정도 갖춘 인물로 설정돼 긴장감을 더하는 역할도 한다.

이야기의 출발과 설정은 좋지만 풀어가는 방식에선 아쉽다. 4명의 부마후보를 하나씩 열거하며 옹주가 직접 그들의 진면모를 시험하고 확인한다는 식인데 야심 있는 능력남(윤시경, 연우진 분), 경국지색 절세미남(강휘, 강민혁 분), 효심 있는 매너남(남치호, 최우식 분) 등. 남성성을 대표하는 주요 키워드가 영화에선 효과적으로 분배돼 있지 않다. 분량이나 비중의 차이가 그 원인으로 보인다. 또한 각 신랑 후보를 나열하는 구성이 효과적이었는지도 의문이다. 관객에 따라서는 지루함을 느낄 여지가 있다.

이 여성을 주목 

 영화 <궁합>의 한 장면.

영화 <궁합>의 한 장면. ⓒ CJ엔터테인먼트


이런 약점을 제외하면 <궁합>은 꽤 진정성 있는 여성 영화로 해석될 수 있다. 그간 여성이 중심에 선 영화가 있었지만 그 역시 사건 전개에 있어서 소극적 역할을 하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강하게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궁합> 역시 서도윤의 존재가 있지만, 서도윤이 위험에 빠졌을 때 옹주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서라도 진짜 사랑을 찾으려 했던 옹주의 행동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인생사에서 사랑을 빼면 무슨 소용인가요"라며 옹주가 되묻는 대사는 <궁합>이 전하려 한 주제기도 하다.

여러 배우의 노고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심은경과 이승기의 조합이 어색하지 않고, 조화롭다. 또 이승기 곁에서 각종 깨알 웃음을 담당하는 조복래(이개시 역)의 활약도 돋보인다. 일단 이것만으로도 관객 입장에선 볼 요인이 충분할 것이다.

한 줄 평 : 조선 시대에서 들여다 본 한 여성의 분투기

평점 : ★★★(3/5) 

영화 <궁합> 관련 정보
연출 : 홍창표
출연 : 심은경, 이승기, 김상경, 연우진, 강민혁, 최우식, 조복래
제공 및 배급 : CJ엔터테인먼트
제작 : 주피터필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09분
개봉 : 2018년 2월 28일


궁합 심은경 이승기 연우진 조복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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