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남자 계주 선수들 쇼트트랙 김도겸, 임효준, 서이라, 곽윤기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5000미터 계주 결승에 출전했으나, 경기도중 넘어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허탈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 허탈한 남자 계주 선수들 쇼트트랙 김도겸, 임효준, 서이라, 곽윤기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5000미터 계주 결승에 출전했으나, 경기도중 넘어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허탈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 이희훈


'쇼트트랙의 맏형' 곽윤기(29·고양시청)는 특별하다. 그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잡았고 끊임없이 달려왔다. 비록 목에 메달은 걸지 못했지만, 서른의 나이에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으며 선수 생명이 짧은 한국 쇼트트랙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곽윤기를 비롯한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은 22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에서 임효준 선수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행하면서 4위로 마감했다.

모든 선수들이 계주 금메달을 목표해온 가운데, 맏형 곽윤기는 특히 계주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계주는 모든 선수들이 함께 시상대에서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종목이다. 특히 맏형이었던 곽윤기는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 이후 12년간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남자 계주와 올림픽의 악연을 끊고자 더욱 매달렸다. 하지만 끝내 운이 따라주지 않아 그의 목표는 이뤄지지 못했다.

부상 딛고 복귀... 끝나지 않은 레이스

곽윤기가 대중들에게 계주로 각인됐던 것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였다. 당시 그는 남자 계주 결승 마지막 주자로 뛰며 한국에 은메달을 안겼다. 특히 시상식 세리머니에서 걸그룹 춤을 추며 자축하던 모습 덕분에 '깝윤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올림픽 직후 동갑내기 스케이터 이정수(29·고양시청)와 짬짜미 파문을 겪으면서 대표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징계 이후 국가대표로 복귀한 곽윤기는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2012년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에서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고 노진규 등을 꺾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012-2013에도 꾸준한 활약 속에 생애 두 번째 올림픽으로 예정된 2014 소치 대회가 어느덧 눈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올림픽 선발전을 앞두고 큰 부상을 당해 결국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끝나 버리고 말았다. 모든 사람들은 '그의 선수 인생이 아쉽지만 여기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시 그의 나이가 한국 쇼트트랙 선수로는 노장이라고 할 수 있는 20대 중반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는 소치 이후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복귀했다. 곽윤기는 소치 바로 직후 시즌이었던 2014-2015 시즌과 2015-2016 시즌 두 시즌 연속해서 대표로 활동하면서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500m부터 1500m까지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며 당당히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리고 올 시즌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복귀했다. 비록 평창에서는 개인전이 아닌 밴쿠버 때와 마찬가지로 계주에만 뛸 수 있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8년만에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족적이다. 곽윤기 특유의 인코스 추월능력 감각은 여전했고, 계주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올림픽 준결승에서도 곽윤기가 여러 차례 인코스 추월을 시도해 1위 자리를 탈환해 낸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베이징까지 선언한 곽윤기... 쇼트트랙의 모범이 돼라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 쇼트트랙 김도겸, 임효준, 서이라, 곽윤기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5000미터 계주 결승에 출전했으나, 경기도중 넘어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 쇼트트랙 김도겸, 임효준, 서이라, 곽윤기(맨 왼쪽)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5000미터 계주 결승에 출전했으나, 경기도중 넘어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전부터 지금까지 곽윤기의 재활 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엄성흠 고려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포티움 대표는 "누구보다 정신력이 강하기 때문에 평창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다른 선수들의 경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그로 인해 경기전에 상당히 많은 우려를 하고 시합에 임하는데 곽윤기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자' 는 생각으로 임한다. 그것이 매 대회마다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보기와 다르게 집중력이 상당히 좋은 선수라고도 평가했다. 엄 대표는 "일반적으로 재활을 할 때 단순한 동작을 수 십번 반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곽)윤기는 모든 걸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는데 이것이 본 경기에서도 찬스가 나왔을 때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그대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윤기는 22일 계주 경기를 마친 후 기자들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아쉬움으로 베이징에 도전할 이유가 생겼다"며 베이징까지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20대 중반 선수 생활을 포기하는데 반해, 그는 이미 서른 나이에 다시 올림픽에 출전해 새로운 기록을 썼다. 그리고 선수생활을 계속해서 이어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쇼트트랙 선수들에게는 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쇼트트랙의 전설 중 하나인 찰스 해믈린(샤를 아믈랭·캐나다)의 경우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평창까지 무려 5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는 곽윤기보다 5살이 많고 현재까지도 캐나다 간판으로 활약해, 이번 계주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쇼트트랙은 동계 최고 인기종목이지만 선수 인구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곽윤기와 같은 사례가 계속해서 늘어나야만 한다.

두 번째 올림픽에서 그토록 그가 원하던 12년만의 계주 금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다. 개인의 영광은 누리지 못했지만 쇼트트랙계에는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그의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우리는 앞으로를 더욱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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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평창동계올림픽 곽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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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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