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로이킴이 힘을 뺀 진심으로 음악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2일 발표한 로이킴의 신곡 '그때 헤어지면 돼'가 열흘째 차트 상위권에 머물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 로이킴은 미국에서 학업 중인 가운데 신곡을 발표했고, 방송 없이 음원만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 더욱 특별한 성과처럼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공감 가는 뮤직비디오

로이킴 로이킴이 지난 12일 신곡'그때 헤어지면 돼'를 발표했다.

▲ 로이킴로이킴이 지난 12일 신곡'그때 헤어지면 돼'를 발표했다.ⓒ CJ E&M


JTBC <효리네 민박>에서 오간 대화 중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뭘 하려고 하지 마"라는 이상순의 한 마디였는데 의욕 넘치는 이효리에게 장난처럼 건넨 말이지만 꼭 프로그램의 '한 줄 기획의도'처럼 들렸다.

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꼭 이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로이킴이 실제 학업 중인 미국 조지타운대학교를 배경으로 유학생활이 겹쳐지게끔 찍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단 '뭘 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에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슬픈 노래의 뮤비에서 주인공은 그리움이나 슬픔에 흠뻑 취해 눈물짓거나 멍하게 감상에 젖곤 하는데 '그때 헤어지면 돼'의 남자 주인공은 일상을 덤덤하게 살아갈 뿐이다.

이 뮤직비디오의 남자는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진부한 행동들을 하지 않는다. 가령 우수에 찬 눈빛으로 빗속을 걷는다든지, 연인과의 행복한 추억이 담긴 사진을 불태운다든지 하는 행위 말이다. 다만 뮤비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행동을 계속하는데 그건 휴대폰을 수시로 열어보는 일이다. 친구들과의 농구가 끝난 후에도, 혼자 놀이터에 앉아 있을 때도, 밤에 졸면서 과제를 하다가 깼을 때도 수시로 휴대폰을 확인한다.

오지 않는 연락을 기다리며 자꾸 휴대폰을 열어보는 것. 참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행동인데, 더없이 공감 가는 장면이다. 특별히 슬픈 심경을 드러내는 무엇을 하지 않는 주인공, 그의 평범한 하루를 담은 뮤직비디오는 역설적이게도 소소하고 반복적인 행동에서 그의 외롭고 공허한 심경을 짙게 전한다.

하긴, 평범한 사람들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딱 이런 모습이지 않나. 일상을 뒤로 하고 광활한 대지에서 바람을 맞으며 홀로 걷거나, 분주한 지하철 플랫폼에서 우두커니 멈춰서있는 건 영화 속 주인공들의 방식일 뿐이다. 현실은 이 뮤비처럼 마음 한 구석에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지닌 채 아무렇지 않게 사는 것, 분명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크게 표내지 않는 것이다.

'별것 아닌' 인상적 장면은 또 있다. 주인공 로이킴은 자신의 하얀 상의 위로 비친 무지개색 빛을 보고 오늘은 기다리던 전화가 오지 않을까 잠깐 희망을 갖는 듯하다. 그러다 정말 전화벨이 울렸고, 짧은 순간이지만 설렘과 기대, 실망, 허무함 등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눈치다. 하지만 모든 건 나의 짐작일 뿐이다. 카메라는 굳이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 해서 표정을 과잉되게 그리려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순 없다. 다만 전화를 끊은 주인공 얼굴에서 방금 자신의 기대가 우스웠다고 여겼는지 피식 하는 웃음이 지나간다. 이렇듯 별것 아닌 듯한 소소한 행동의 결을 중요하게 잡아내는 것, 감정을 터뜨리지 않고 감추면서 더 짙게 드러내게끔 하는 것이 이 뮤직비디오의 매력이다. 

아날로그적 감성의 포근함


'그때 헤어지면 돼'는 로이킴의 지난 노래들보다 더 솔직하고 진정성이 있게 다가온다. 작사와 작곡을 로이킴 본인이 한 것도 그 이유겠지만 힘을 뺀 가사와 창법에서 특히 진정성이 전해져온다.

기타선율의 포근함도 이 곡의 포인트다. 기타리스트 홍준호, 베이시스트 최훈이 연주해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또, 가수 조규찬이 코러스로 참여해 포근한 느낌을 배가했다. 로이킴의 특기인 아날로그적 감성을 잘 살린 작사·작곡도 겨울에 듣기 좋은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역설적인 가사도 눈에 띈다. "우리 나중에는 어떻게 될진 몰라도/ 정해지지 않아서 그게 나는 좋아요" 라며 이별 앞에서 긍정적이고 쿨한 척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노래의 끝으로 갈수록 점점 처절한 느낌이 강해진다. "네가 원하든 말든 널 잡을 거고/ 내가 더 이상 지쳐 걷지 못할 때/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 그때 헤어지면 돼"라는 가사가 그렇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지금은 절대 헤어지지 말자'는 직접적인 애원 대신, '그때 가서 헤어지면 되지'라는 투의 쿨한 어조로 끝까지 말한다는 점에서 이 노래가 더욱 짠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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