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유쾌한 결혼유발자 가수 자두’ 편. 방송화면 캡처.

▲ 문화방송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유쾌한 결혼유발자 가수 자두’ 편. 방송화면 캡처. ⓒ 문화방송


지난 2월 20일 밤 방송된 문화방송 교양 프로그램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는 '유쾌한 결혼유발자 가수 자두' 편을 내보냈다. '유쾌한 결혼유발자'라는 소제목처럼 이날 방송분은 결혼 5년차를 맞은 가수 자두의 깨가 쏟아지는 결혼생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부부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인생과 행복 그리고 바람직한 부부관계에 관한 지혜를 들려주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2000년대 초중반 왕성하게 활동했던 자두가 한동안 음악활동을 쉴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그로 인해 얻었던 마음의 병을 치유하기까지 과정 그리고 마침내 결혼을 하면서 안정을 찾고 다른 이들의 아픔까지 보듬게 된 이야기 등을 담담하면서도 비교적 경쾌한 분위기로 엮어냈다.

자두는 2001년 '잘 가'라는 곡으로 데뷔했으며, 강두와 함께 '더 자두'라는 이름으로 팀을 이루어 '대화가 필요해', '김밥', '놀자' 등 일련의 곡들을 히트시키며 2000년대 중반까지 큰 인기를 얻었던 아티스트다. 친숙하고 일상적인 노랫말과 톡톡 튀는 스타일 그리고 개성적인 음색 등이 특징이었는데, 그의 소속사가 얽힌 소송이 시작되면서 이후 활동이 뜸해지고 이내 대중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바 있다.

이날 방송 내용에 따르면 자두는 두 번째 소속사에서 계약과 관련된 사기 사건에 말려들었고 4년여 간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일을 반복했다. 하지만 본인 잘못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청과 법원을 드나들게 되고 소속사 빚까지 떠안게 되면서, 그는 이로 인한 중압감과 인간적인 배신감에 시달린 나머지 마음의 병을 얻게 됐다고 한다.

문제는 자두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지난 삶을 부정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그의 배우자는 이를 두고 자두가 수치심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고 회상했으며, 자두 본인은 그 시절을 가리켜 몇 년간 냄새도 맡기 싫을 정도로 김밥을 혐오했던 시기였다고 표현했다. 김밥은 그의 대표곡 제목이자 전성기를 상징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표현은 이때 그가 느꼈을 마음의 상처가 어떤 것이었는지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는 단서로 해석될 수 있을 듯하다.

이 프로그램은 결국 자두의 이런 상처를 보듬어준 것도 사람이고, 그가 새로 행복한 인생을 일구게 된 계기 역시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전자는 자두가 가장 힘들었을 때, 그가 다시 설 수 있을 때까지 안식처가 돼주고 희망을 갖도록 해준 이들을 말한다. 동료가수 소향과 걸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배우 윤은혜가 바로 그들인데, 자두는 이날 방송에서 이 두 사람에게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화방송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유쾌한 결혼유발자 가수 자두’ 편. 방송화면 캡처. 자두 부부의 결혼식 장면.

▲ 문화방송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유쾌한 결혼유발자 가수 자두’ 편. 방송화면 캡처. 자두 부부의 결혼식 장면. ⓒ 문화방송


후자는 지금 자두의 배우자를 가리킨다. 재미교포 출신 목회자인 그는, 자두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치가 없어 보이는 것에서도 가치를 발견하게 해준 사람이다. 덕분에 자두는 정직한 삶의 가치를 알게 됐고, 스스로 감추고 가릴 게 없어지다 보니 인생을 편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방송을 보면 자두가 그런 생각을 할 법하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그만큼 자두의 배우자는 이날 방송분을 통해 인생과 행복 그리고 부부관계에 관한 사려 깊고 인상적인 발언들을 많이 남겼다. 덕분에 자두가 왜 그를 가리켜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라고 단언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결혼생활과 관련한 말이 기억에 남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어요. 사람은 바뀌지 않아요. 퍼즐이나 레고 블록을 맞춰가듯 만들어가야 해요. 서로 다른 부분을 테트리스처럼 맞춰가며 살아야 해요.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곧 사랑한다면 존중해야 하고,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라는 이 깨달음은 그 자체로 울림이 컸다. 또한 이런 생각을 레고 블록이나 테트리스에 빗대 알기 쉽게 표현한 부분이 무엇보다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이 말은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나아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유쾌한 결혼유발자 가수 자두' 편은 그 소제목에 충실히 부응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엮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와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부담스럽지 않게 잘 담아낸 듯하다.

마지막으로 이날 방송을 통해 특별히, 깨진 가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다음 세대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자두 부부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고 싶다.

자두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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