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조은지 기자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20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조은지 기자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이영광


어느덧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폐막이 다가오고 있다. 동계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한 이번 평창 올림픽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전 국민을 동계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지게 했다. 온 세상이 평창 올림픽을 즐기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 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위원장 박진수, 아래 YTN 노조)다. 파업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올림픽 현장을 누비며 취재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파업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 현장을 취재하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을 현장이 아닌, 방송으로만 봐야 하는 심정이 어떤지 궁금했다. 지난 20일 서울 상암 YTN 사옥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인 조은지 YTN 기자를 만나 올림픽과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조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파업에 돌입한 지 오늘(20일)로 20일째잖아요. 지난주에는 명절도 있었는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설 연휴 이후 거의 일주일 만에 모인 거잖아요. 하지만 동력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최 사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업무 복귀는 없다'는 생각이 들불처럼 퍼졌습니다. 명절에 조합원들이 친척들 만나서 'YTN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최남수가 무슨 잘못 있느냐?'는 얘기를 들었어요.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 걸 설명하면서 동력을 되찾은 거 같아요."

- 아무래도 YTN은 규모가 작아서, 시민들이 자세한 내막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맞아요. 기자들끼리만 알죠. 언론사가 파업하는 이유까지 속속들이 아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고 봐요. 결국 YTN이 알아서 풀어야 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촛불 정신이 정권을 바꾸었듯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있어야 YTN도 더 빨리 최사장 사퇴를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2일 이후 최 사장과 노조의 만남은 없는 것 같은데.
"네, 3주 전 최남수 본인이 '집단 린치'라고 표현한 상황 이후 만난 적이 없죠. 출근도 못 하고 구성원들의 지지를 못 받는 사람이 어떻게 사장인지 일단 의심스럽습니다. 최남수씨는 외부 행사나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이 사장이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얘기를 지속해서 하던데 정말 뻔뻔한 것 같아요. 내부에서 전혀 신임을 받지 못하는데 자꾸 절차적 정당성만 강조하잖아요."

- 지금은 사회부이지만 스포츠 전문 기자라고 들었어요.
"저는 2008년에 서울신문사에 입사해 수습 기간이 끝난 이듬해 2월부터 계속 스포츠를 취재했어요. 체육부에 발령받았을 때 맡았던 종목이, 당시 김연아 선수 때문에 '핫'했던 피겨였거든요. 햇수로 10년 동안 제가 빙상을 담당하면서 피겨,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등 겨울 종목에 애정이 정말 커요. 인맥과 취재력, 경험까지 갖췄다고 자부해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이잖아요. 평창 올림픽에 제가 없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취재든 현장 중계든 하다못해 북한 응원단을 쫓든, 저는 지구촌 축제이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제가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그게 부적격인 최남수씨 때문이라는 건 너무 참담합니다.

3주 전 7층 사장실 앞에서 최남수씨를 만났을 때 몹시 화가 났어요. 최남수씨가 '지금 평창 올림픽이 코앞인데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너희들이 이럴 때냐? 빨리 업무에 복귀해서 국가 행사를 치러야지, 개념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어요. 저는 최남수씨가 올림픽을 입에 담는다는 걸 못 받아들이겠더라고요. '당신 때문에 내가 피눈물 흘리면서 올림픽 취재도 못 하는데, 당신이 감히 올림픽을 논해?'라는 생각이 들었죠.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 하지만 최 사장은 올림픽 개막식에 언론사 사장 자격으로 참석했어요.
"저희 파업 특보에서 최남수씨가 평창 가서 '사장 놀음'을 한다고 썼어요. 그러나 본인은 해명한 게 '개인 자격으로 간 것이 아니라 언론사 사장 자격으로 초대를 받은 거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개인으로 자기가 표 사서 가면 저희가 상관 하겠어요? 본인이 YTN 사장 자격으로 VIP 초대를 받아서 가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 건데요.

능력 있는 스포츠 베테랑 기자들이 올림픽 현장에 가지도 못하고 눈물 흘리면서 찬 바닥에 앉아 파업하고 있는데, 최남수씨는 VIP 대접을 받으며 개회식을 봤습니다. YTN 상암동 사옥에 출근도 못 하는 '바지사장'이 외부 행사는 'YTN 사장'이라며 돌아다니는 것에 분노해요. 엉뚱한 해명을 내놓으니까 어이가 없더라고요. 공감 능력도, 상황 판단 능력도 많이 떨어진다고 봅니다."

- 자국에서 올림픽을 하지만 취재 못 하고 파업해야 해서 마음이 무거울 것 같은데.
"맞습니다. 저번에 최남수 사장을 만났을 때 김대근 앵커가 '앵커 너무 하고 싶은데 당신 때문에 방송을 놨다'고 거의 울었단 말이에요. 제가 '오빠는 최남수 나가면 앵커 다시 할 수 있잖아. 그런데 나는 다시 우리나라 올림픽 취재 못 해'라고 말했어요. 스포츠 기자들은 대부분 그렇겠지만, 저 역시 평창 올림픽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제가 지금 34살이에요. 저와 친한 사람들이 경기에 출전하거나, 지도자로 참여하거나 혹은 해설하거나, 경기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 축제의 현장에 제가 함께하지 못하는 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에요.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서 또 올림픽을 한다고 해도 제가 그때 현장에 있을까요? 은퇴를 앞둬 필드(현장)에서 벗어나 있거나 기자 일을 안 하고 있겠죠.

올림픽 취재를 못 하는 건, 제 기자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을 앗아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너무 소중한 것을 빼앗겼어요. 이렇게 소중한 걸 빼앗겼으니 더 소중한 걸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최 사장 사퇴를 비롯한 YTN의 정상화입니다.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면, 올림픽을 빼앗겼어도 의미는 있을 거라고 '정신 승리'를 하면서 버티고 있어요."

- 올림픽 취재하는 일을 많이 상상하셨을 것 같아요.
"엄청 많이 했죠. 평창올림픽에서 위대한 경기를 하는 걸 보면서 제가 기사를 쓰지 못하는 게 새삼 슬펐어요. 경기장에서 보긴 했는데 당연히 감동적이었고 좋았지만, 일손을 놓고 있으니까 김이 빠지더라고요. 기사를 써야 하면 아무래도 더 집중해서 열심히 보게 되거든요. 2% 허전한 느낌이었어요. 제가 상상하던 평창 올림픽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죠."

- 재미있는 일이라도 그걸 업무로 하는 것과 좋아서 즐기는 건 다르잖아요.
"18일 이상화 선수 경기를 보면서 '내가 지금 기사를 쓴다면 이렇게 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기사를 낼 공간이 없어서 너무 속상하죠. 스포츠 보는 걸 워낙 좋아해서 스포츠 기자가 된 건데, 10년을 일로 스포츠를 접하면서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기사를 안 쓰면 재미가 없어진 것 같아요. 파업 1일 차인 2월 1일, 사옥 1층에 앉아 있는데 로비 큰 화면으로 방송이 나오더라고요. 올림픽 소식, 아마도 북한 일행이 내려왔던 것 같아요. 속상하고 화도 나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조은지 기자는 "평창 올림픽에 내가 없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는 "평창 올림픽에 내가 없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영광


- 올림픽은 4년마다 열리는데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의미는 뭔가요?
"1988년 88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하는 거잖아요. 서울 올림픽은 당연히 기억 안 나요. 우리나라에서 하는 올림픽은 이슈가 넘치잖아요. 러시아 소치나 브라질 리우에서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잖아요. 동 시간대에 하는 거고 우리 선수들이 많이 나가고 우리나라에서 가족, 친구가 응원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축제죠. 날카롭게 비판할 점도 훨씬 많고요. 콘텐츠의 양과 질에서 다른 올림픽과 자국 올림픽은 비교할 수가 없어요. 그런 중요한 순간을 빼앗은 게 최남수씨라는 게 속상하고 울분이 터집니다."

- 동계 스포츠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제가 수습을 떼고 취재를 시작한 게 2009년 2월인데요. 그땐 김연아 선수가 아사다 마오. 선수와 경쟁하며 이슈에 오를 때였어요. 제가 피겨를 맡으면서 겨울 종목을 맡게 됐죠. 자연스럽게 밴쿠버 올림픽에 취재를 간 거죠. 그 당시 취재 기자가 열 명 남짓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동계종목 선수, 지도자들과 많이 친해졌죠. 친해지다 보니 관심도 가고 그게 쭉 쌓였어요."

- 동계 종목의 매력은 뭐라고 보세요?
"모든 스포츠가 나름의 매력이 있죠. 동계 종목은 얼음 위에서 날로 싸우기 때문에 0.01초에 승부가 갈리거든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수들은 자기가 몇 초인지를 다 알더라고요. 삐끗했고, 실수했다면서. 찰나의 승부가 잔인하기도 한데 되게 '쫄깃한' 부분도 있잖아요. 다른 종목보다 겨울 종목이 유독 그런 것 같아요."

- 한편으로는 온 국민 관심이 올림픽에 쏠려서 파업이 묻히는 느낌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결국은 저희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KBS나 MBC랑 달리, 저희는 공영방송의 성격을 띤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결국 주주들이 해결해야 하거든요.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공정보도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들도 많이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올바른 언론이 있어야 다시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차원에서 저희 YTN의 싸움에 힘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 최 사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선임 절차를 밟아 사장에 취임했잖아요. 그럼 지난 9년과 분리해서 봐야 하는지 아니면 그것의 연장선상이라고 봐야 하나요?
"당연히 연장선상이죠. 저는 이 분을 '바지사장'이라고 부르거든요.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다 누군가의 말을 듣는데 그 누군가가 기존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득세했던 이른바 적폐들이고, 그분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최남수씨는 당연히 한 몸이고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 최 사장은 계속 노조에게 대화로 풀자고 하잖아요. 대화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네, 없어요. 저도 노조 집행부를 하고 있지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 수 있다면 사장은 누가 오든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확실해졌어요. 최남수씨는 안 됩니다. 무조건 사퇴해야 해요."

- 왜죠? 보도만 잘할 수 있으면 되지 않나요?
"사장 선임의 전제조건을 자기가 깼잖아요. 사장에 오를 수 있는 약속 자체를 파기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게 됐어요. '정신 승리'일 수도 있지만, 조합원 모두가 대동단결해서 한마음 한뜻으로 최남수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된 건 그나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저에게는 다시 없을 자국 동계올림픽을 빼앗겼습니다. 조합원들도 각자 소중한 걸 빼앗겼고, 빼앗기는 중이에요. 모두 최남수 한 사람 때문이에요. 모두가 소중한 걸 빼앗겼기 때문에 더 소중한 걸 얻을 거예요. 열심히, 재밌게, 으쌰으쌰하면서 일하는 것, 그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YTN, 정말 절박하거든요. 꼭 승리하고 좋은 보도로 인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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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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