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가사들이 간직한 심리학적 의미를 찾아갑니다. 감정을 공유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까지 생각하는 '공감'을 통해 음악을 보다 풍요롭게 느껴보세요. -기자 말

사랑이란 어떤 것일까? 많은 문화와 종교적 전통은 물론,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통념 안에서 사랑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 온유하게 참고 견디는 것이 사랑이며, 타인에게 헌신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배워왔다. 그런데 정말 이런 것이 심리학적으로도 건강한 사랑일까? 최근 나란히 발표된 신곡 로이킴의 '그 때 헤어지면 돼'(작사 로이킴/작곡 로이킴)와 에일리의 '다시 쓰고 싶어'(작사 김이나/작곡 김근태, 웹드라마 <이런 꽃 같은 엔딩> OST)는 서로 다른 사랑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결말에 이른다. 두 곡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를 따라가며 '건강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에게 충실한 사랑, '그때 헤어지면 돼'

 로이킴 '그때 헤어지면 돼'

로이킴은 지난 12일 신곡 '그때 헤어지면 돼'를 발표했다. ⓒ MMO 엔터테인먼트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조심스레 밀고 당기면서 사랑을 시작한다. 때로는 '밀당'이 지나쳐 상대방의 마음을 추측하느라 일상의 에너지를 소진해 버리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거절당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이킴 '그때 헤어지면 돼'의 화자는 다르다. 분명 사랑을 시작하는 노래 같은데 그냥 솔직하게 말한다. "나를 사랑하는 법은 어렵지 않아요"라고 사랑해달라고 당당히 말한다. 그리고 "지금 모습 그대로 나를 꼭 안아 주세요"라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 즉 내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어떻게 로이킴 노래 속 화자는 이렇게 솔직하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솔직한 사랑이 가능한 이유

아마도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한 경험이 있을 것이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통합해 스스로의 정체감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심리적으로 매우 건강한 자아 통합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때문에 상대방에게 "지금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아니 벌어지지 않을 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쓸데없이 걱정하지도 않는다. 지금 나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기에, 충분히 현재를 누릴 수 있고, 정해지지 않은 미래는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이 된다. "우리 나중에는 어떻게 될 진 몰라도 정해지지 않아서 그게 나는 좋아요"라는 가사처럼 말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동시에 자신의 욕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상처를 투사하지도 않고, 나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채워달라고 주문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또한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사랑의 정도에 나의 자존감이 좌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사랑해 주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그래서 로이킴 노래에서는 "너를 사랑하는 법도 어렵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기쁨에 "한 번 더 웃어주고", 파트너가 힘들 때 "조금 더 아껴주면"서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태도로 사랑을 하게 되면, 지속되는 관계 속에서 상대방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은 기쁨이 된다. "우리 사랑하는 법도 어렵지 않아요. 매일 처음 만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봐 주며"라는 가사처럼 말이다.

끝이 있음을 인정하기

그런데 사랑의 시작을 알리던 노래는 문득 이별을 이야기한다. 로이킴은 "네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내가 너 없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라고 갑작스레 툭 내뱉는다. 실존주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사랑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별'이다. 죽음을 떠나 삶이 없듯, 모든 사랑의 끝은 이별이다.

그것이 연애 도중 헤어짐이든, 결혼 후 이혼이든, 긴 결혼생활 끝에 맞는 배우자의 죽음이든 종류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죽음이 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매 시간들의 소중함을 알 수 있듯이, 사랑에도 끝이 있기에 지금 사랑하는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해진다.

로이킴의 노래는 이런 사실마저 인정하고 있다. "네가 다른 사람이 좋아질 때", "내가 너 없는 게 익숙해질 때", "내가 더 이상 지쳐 걷지 못할 때" 등 언젠가는 이 사랑에 끝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막연히 이별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려 하지 않고 끝이 있음을 받아들였기에 로이킴의 사랑은 더 당당하고 두렵지 않다. 그래서 그는 "남들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서로가 없음 죽겠는데 뭐를 고민해요. 우리 함께 더 사랑해도 되잖아요"라고 지금 여기서 더 충실히 사랑하자고 노래할 수 있는 것이다.

'너'에게 충실한 사랑, '다시 쓰고 싶어'

 에일리 '다시 쓰고 싶어'

에일리는 지난 9일 웹드라마 <이런 꽃 같은 엔딩>의 삽입곡 '다시 쓰고 싶어'를 발표했다. ⓒ YMC엔터테인먼트


에일리의 노래는 완전히 다르다. 에일리는 "세상엔 좋은 게 정말로 많았었더라. 그 때는 모든 게 지루했는데"라고 노래를 시작한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더라면, 함께 살아갈 내일을 보았을 텐데"라며 아쉽고 회한 가득한 마음을 노래한다. 도대체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토록 후회가 가득한 걸까. 에일리 '다시 쓰고 싶어'의 화자는 "비좁은 내 맘에 너만을 가득 채워놨던 나였으니까"라고 이유를 알린다. 내 마음을 상대방으로 가득 채우고 헌신하는 것. 이건 우리가 익히 듣고 알고 있는 사랑의 모습이다. 그런데 에일리는 왜 너로만 가득채운 것이 후회된다고 이야기했을까?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할 때

아마도 나 자신을 잊은 채, 나는 사랑하지 않고 상대방만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은 채 깊이 사랑에 빠지게 될 경우,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존중해 주지 않고, 그가 나를 사랑하는 지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내가 하고픈 말,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계속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모양새가 된다.

"나에겐 말할 게 정말로 많았었더라. 그때는 그냥 다 참았었는데 앙 다문 입안에 네 이름만 꾹 채워놨던 나였으니까"라는 노랫말은 이런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알아채지도 표현하지도 못하고 이게 사랑이니까, 사랑으로 다 참으며 지낸 시간들은 결국 "사랑한다는 말로만 전부 지우고 덮었던 서투른 날들"이 되고 만다.

이렇게 나의 마음은 돌보지 않고 상대방에게 맞춰주게 되면, 억눌린 나의 욕구가 상대방에게 투사된다. 때문에 내 마음에 온통 '그'만으로 가득 차 있는데도,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이럴 때 보이는 상대방은 투사된 나의 모습이거나 혹은 내가 보고 싶은, 내 방식대로 해석한 모습일 뿐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어렸을 적 어머니와 합일됐던 상태, 즉 아무 조건 없이 온전히 하나가 되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상태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나를 잊은 채 상대방에게만 집중하는 사랑은, 나 자신은 물론 상대방도 존재 그대로 존중해주지 못하게 된다. 건강한 사랑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에일리 노래의 화자는 "가만히 눈 감아보면 너의 맘 소리가 들렸을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가만히 눈 감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너를 보았다면, 좀 더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깨달음이다.

좁아지는 시야

동시에, 오직 상대방에게만 향하는 내 마음은 다른 걸 전혀 볼 수 없게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주변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나를 멀어지게 한다. 때로는 현실 감각을 잃게 되기도 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함께 살아갈 내일"도 보이지 않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도 놓치게 된다. 나 자신도, 주변도 잊은 채 상대방의 마음만 살피다 결국 길을 잃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에일리는 "가만히 마주 보다가 사랑하다가 우린 길을 잃어버린 거야"라고 슬프게 반복한다.

에일리의 노래 속 사랑은 아마도 이별이 다가오고 있거나 이미 이별한 상태일 것 같다. 하지만, 괜찮다. 에일리는 지금의 사랑이 힘든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 노래를 통해 충분히 그 슬픈 감정을 표현해냈고, 노래를 마무리하며 이제라도 "우리는 어디쯤인 걸까"라며 성찰을 시작한다. 이걸로 충분하다. 충분히 후회하고, 성찰을 시작했으니, 다음에는 다르게 사랑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일리의 바람대로 사랑을 '다시 쓸'때는 보다 나 자신에게 충실하게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랑이란

심리학적으로 건강한 사랑은 자아를 확장시키고 나와 상대방을 성장시킨다. 로이킴 노래의 사랑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에 기초해 있고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즉, 건강한 자기애에 기반한 사랑이다. 이런 사랑을 하면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사랑하는 경험을 통해 자아는 확장되고 사랑의 끝도 두렵지 않다. 결과가 어떻든 나는 사랑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채우고, 나 자신을 돌보지 않는 에일리의 노래 속 사랑은 오히려 시야를 좁히고 자아를 축소시키고 개인의 성장을 방해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벨 훅스는 <사랑의 모든 것>에서 "자기애는 자기중심적인 것이나 이기적인 것과는 다른, 우리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라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가? 혹시 사랑이 어려운가? 그렇다면, 상대방에 대한 생각을 잠시 떨쳐버리고 나에게 좀 더 집중해보자. 내 마음이 소리를 잘 들어보고, 나를 더 사랑해주자.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에 솔직해지자. 그러다보면, 언젠가 사랑이 어렵지 않은 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때 헤어지면 돼' (작사/작곡 로이킴)
나를 사랑하는 법은 어렵지 않아요
지금 모습 그대로 나를 꼭 안아주세요
우리 나중에는 어떻게 될진 몰라도
정해지지 않아서 그게 나는 좋아요

남들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서로가 없음 죽겠는데 뭐를 고민해요
우리 함께 더 사랑해도 되잖아요

네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내가 너 없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

너를 사랑하는 법도 어렵지 않아요
한 번 더 웃어주고 조금 더 아껴주면
우리 사랑하는 법도 어렵지 않아요
매일 처음 만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봐 주면

남들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서로가 없음 죽겠는데 뭐를 고민해요
우리 함께 더 사랑해도 되잖아요

네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내가 너 없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그때 그때

네가 원하든 말든 널 잡을 거고
내가 더 이상 지쳐 걷지 못할 때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
그때 헤어지면 돼

'다시 쓰고 싶어' (작사 김이나/작곡 김근태)
세상엔 좋은 게 정말로 많았었더라
그 때는 모든 게 지루했는데
비좁은 내 맘에 너만을 가득 채워놨던
나였으니까

고개를 돌렸더라면
함께 살아갈 내일을 보았을텐데

가만히 마주 보다가 사랑하다가
우린 길을 잃어버린 거야
가만히 눈 감아보면
너의 맘 소리가 들렸을지도 몰라

나에겐 말할게 정말로 많았었더라
그 때는 그냥 다 참았었는데
앙 다문 입안에 네 이름만 꾹 채워놨던
나였으니까

사랑한다는 말로만
전부 지우고 덮었던 서투른 날들

가만히 마주 보다가 사랑하다가
우린 길을 잃어버린 거야
가만히 눈 감아보면
너의 맘 소리가 들렸을지도 몰라

멀리서 들려오는 그 때 놓친 소리들
이제와 대답해도 된다면

가만히 기다리면은
올 것만 같던
눈이 부신 우리 앞의 날들
우리는 어디쯤인 걸까
단 한 번만 널 다시 쓰고 싶어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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