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흥날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기세가 최근 다소 주춤하다. 손흥민은 최근 8경기 연속 무득점에 허덕이고 있다. 손흥민이 마지막으로 득점포를 가동한 것은 지난 1월 13일 에버턴과 리그 23라운드 경기였다. 비록 토트넘은 무패행진을 유지하고 있지만 손흥민의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무승부가 대거 늘었다.

손흥민은 지난 19일(한국시각) 열린 '2017-2018시즌 잉글리시 FA컵' 로치데일(3부리그)과의 16강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풀타임을 활약하며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득점에는 또 실패했고 내용도 대체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은 올시즌도 각종 대회에서 11골(리그 8골) 8도움으로 팀 내에서 해리 케인 다음으로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할만큼 시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류가 다소 미묘하게 변했다. 토트넘의 시즌 판도를 좌우할 '죽음의 2월'에 접어들며 손흥민이 꾸준한 선발기회에도 불구하고 강팀을 상대로는 좀처럼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물 오른 골 감각'으로 주전 자격 증명한 손흥민, 최근에는...

EPL 토트넘, 아스널에 1-0 승리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지난달 14일 에버턴과 경기에서 시즌 11호 골(리그 8호)을 기록한 이후 EPL에서는 4경기째 침묵이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합치면 6경기째 무득점이다.

지난 10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과 토트넘의 27라운드 경기. 손흥민은 70분을 뛰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 연합뉴스/EPA


최근 무득점 행진이 길어지면서 급기야 지난 유벤투스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는 선발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당시 토트넘은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한숨을 돌렸으나 손흥민은 교체멤버로 후반 짧은 시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당연히 손흥민의 선발출전을 예상했던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손흥민도 실망스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이어진 FA컵 로치데일전의 부진도 유벤투스전의 여파로 인한 의욕 저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포지션 경쟁자들의 상승세도 손흥민의 입자에는 위협이 될만하다. 2016년 부상으로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해있던 에릭 라멜라가 복귀 이후 포체티노 감독의 신임 속에 차츰 경기감각을 끌어올려가고 있다. 라멜라는 지난 유벤투스전에서 손흥민을 제치고 선발출장하며 국내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또한 겨울 이적시장에서 새롭게 영입한 루카스 모우라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첫 선발출전이었던 로치데일전에서 첫 득점을 신고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교롭게 이날 유난히 부진한 모습을 보인 손흥민의 활약과 대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모우라는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으로 프랑스 명문 파리 생제르망에서 5년간이나 활약하며 기량을 인정받은 선수다. 라멜라에 이어 모우라까지 합류하면서 장기적으로 주전경쟁에서 가장 영향을 받을 만한 선수는 바로 손흥민이기도 하다.

국내 언론이나 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손흥민에 대한 토트넘의 대우가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크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까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충분히 보여준 것이 있는데, 이제 다시 라멜라-모우라와 동일선상에서 주전경쟁을 저울질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주장이다.

정작 올시즌 들어 활약이 예전보다 주춤한 델레 알리나, 체력적인 부담을 드러낸 크리스티안 에릭센 같은 경우는 웬만큼 부진하더라도 중요한 경기에서 선발명단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유독 손흥민만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불만도 일리는 있다. 심지어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포체티노 감독이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라 라멜라를 편애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나온다.

포체티노 감독의 시각에서 보면 나름의 이유는 있다. 어느 감독이든 자신이 전술적으로 더 선호하는 선수는 있기 마련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좌우측면에서 개인능력으로 수비를 허물 수 있는 크랙 기질을 갖춘 드리블러를 선호한다. 그런데 토트넘의 2선에는 드리블과 크로스를 강점으로 하는 선수가 부족했다. 알리와 에릭센은 스타일상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고, 전형적인 남미 스타일의 윙어라고 할 수 있는 라멜라와 모우라가 바로 포체티노 감독이 원하는 유형의 선수들이라고 볼 수 있다.

손흥민도 스피드와 골결정력에 강점이 있지만 혼자 힘으로 경기흐름을 바꾸거나 개인기가 출중한 유형의 선수는 아니다. 손흥민이 토트넘이 입단한 첫 해만 해도 주전은 라멜라였고 각종 대회에서 11골 10도움으로 리그에서도 손꼽힐만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라멜라를 살려낸 것이 바로 포체티노 감독이었다. 컨디션만 좋다면 라멜라에게 애착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때 분데스리가 복귀설까지 거론되던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한 것도 라멜라가 한동안 장기 부상으로 이탈했던 시점과 맞물리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손흥민은 2016-17시즌 초반도 로테이션 멤버로 출발했지만 FA컵 등을 통하여 폭발적인 골감각을 발휘하며 스스로 주전의 자격을 쟁취했다.

토트넘 선수 기용에 비판... 여러 대회 소화하려면 공격루트 다양화 필요한 면도

손흥민의 최대 경쟁력은 결국 골냄새를 맡는 능력에 있다. 자신이 직접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최상의 위력을 발휘하는 라멜라나 모우라와는 스타일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손흥민의 골결정력이 한창 절정에 달했던 시점에는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을 주전으로 쓰지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결국 포지션 경쟁자들과의 비교에 연연할 필요 없이 손흥민이 자신의 강점을 꾸준히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은 그동안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등 여러 대회를 병행하면서 한정된 전력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팀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레알 마드리드-유벤투스 같은 강팀들과 대등한 대결을 펼치면서 정작 FA컵에서 3~4부리그팀들에게도 고전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인 이유다.

포체티노 감독이 일부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라멜라 같은 선수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하는 것도 최대한 공격루트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고민 때문이다. 라멜라와 모우라는 손흥민의 포지션 경쟁자이기 전에 토트넘의 전력을 강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원들이다. 손흥민에게도 주전경쟁의 걸림돌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야 할 동료들이기도 하다.

토트넘은 아직도 3개의 대회에서 생존해있다. 다음 시즌 챔스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싸움은 물론이고, 유벤투스와의 챔스 16강 2차전, FA컵 16강 재경기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3월까지 다른 팀보다 빡빡한 일정속에 로테이션은 불가피하며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골결정력은 여전히 중요한 무기다. 경쟁은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 한다. 손흥민의 현재 상황은 위기가 아닌 또 다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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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토트넘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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