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곤지암> 포스터.

영화 <곤지암> 포스터. ⓒ 쇼박스


다시금 제대로 된 공포영화 시대가 돌아올까. 영화 <기담>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 정범식 감독이 새 공포영화 <곤지암>을 들고 왔다. 21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선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직접 해당 작품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영화는 실제로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소름끼치는 장소'에 포함된 곤지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했다. 다양한 괴담이 존재하는 폐허 병원에 공포 체험을 떠난 7명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것이 다르다

일단 눈에 가장 띄는 차별점은 배우들 면면이다. 공포체험단 '호러타임즈' 대장 하준 역의 위하준부터 체험 팀원 캐릭터를 맡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유제윤, 이승욱 등이 모두 신인이다. 대부분 기성 영화를 경험한 적이 없는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섰다.

이에 대해 정범식 감독은 "체험 공포라는 형식에 현실성을 덧붙여야 했는데 기성 배우를 기용하면 아무래도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능숙한 장르 연기를 하지 않는 날 것 같은 배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런 면모를 뽑아내기 위해 배우들 오디션 역시 팀별로 조를 짜서 보는 등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행동파 멤버 지현 역의 박지현은 "많은 오디션을 봐왔는데 이번이 가장 기억에 남는 오디션이었다"며 "현장에 입장해서 자기소개 하는 과정까지 녹화하시고는 그걸 반말로 똑같이 반복하기를 시키시더라. 되게 신선했다"고 전했다.

캐릭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극중 호러 마니아 샬롯(문예원)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이 실제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정범식 감독은 "사실적인 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고, 이 영화를 통해 배우들이 잘 알려져야 하는데 실제 이름을 쓰면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실 것 같았다"며 "영어 이름을 쓴 예원씨 역시 실제 영어 이름이 샬롯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체험 다큐' 형식인 만큼 출연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달거나 들고 다녔다는 사실. 게다가 이들이 직접 찍은 영상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채웠다.

 영화 <곤지암>

영화 <곤지암>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쇼박스


"미국도 페이크 다큐, 파운드 무비 등의 장르가 있다. 진짜 찍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것인데 우리가 페이크 다큐 형식을 그냥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그 이상의 결과물을 못 만들 것 같아서 무모해 보이지만 배우들로 하여금 실제로 찍도록 했다. 이마와 얼굴 부분에 시점카메라를 달고, 고프로 스틱을 쓰는 등 한 사람 당 세 대의 카메라가 달려 있게 했다. 영화엔 6명의 팀원이 나오니 총 18대의 카메라가 영화 촬영에 쓰인 셈이다." (정범식 감독)

마지막으로 여타 호러영화와 달리 음악을 통해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다. 정범식 감독은 "제작 초반엔 음악이나 효과음을 써야 하지 않냐는 걱정들이 많았는데 설정 상 체험 다큐인 만큼 인위적인 느낌을 주면 안될 것 같았다"며 "현장의 여러 공간에서 나오는 현장음만 살리는 걸로 했다"고 말했다.

공포감 느낀 배우들

직접 촬영하며 연기한 것에 배우 박성훈은 "기계와 친하지 않아서 걱정도 되고, 부담도 컸다"며 "나중엔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의 칭찬으로 용기가 생겨서 잘 해낼 수 있었다. 농담으로 엔딩크래딧 촬영 스태프로 이름을 넣어달라 부탁드렸다"고 당시를 소개했다.

극중에선 겁 없는 호러 마니아지만 실제로는 겁이 참 많다고 자신을 소개한 문예원은 "정신 병원 내부를 둘러보다가 외부로 도망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어두운 산길이었고, 스태프 분들도 다 몸을 숨기고 계셔서 진짜로 도망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세트장에 들어 설 때마다 공포감을 느꼈다"던 문예원은 "공포 영화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데 이 영화를 준비하며 감독님의 전작 <기담>을 봤다. 그게 제겐 공포영화 입문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박성훈 역시 "제일 최근에 본 공포영화가 <장화, 홍련>(2003)일 정도인데 <곤지암>이 개봉하고 제가 본다면 성인이 돼서 두 번째로 보는 공포영화일 것"이라며 "팀원들과 따로 떨어져 단독 장면을 찍을 땐 조명으로 제 시야도 좁아지고 다들 절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다.

 영화 <곤지암>

영화 <곤지암> 출연진들 왼쪽부터 배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유제윤. ⓒ 쇼박스


이러한 소재와 장소를 선택한 것에 정범식 감독은 "전 세계적으로 호러 장르가 열품이고 팬 층도 두텁다고 생각하는데 유독 한국 호러가 세계 수준으로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며 "이번에 호러 영화 붐도 만들고 이렇게 장르 영화로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각오를 밝혔다.

"곤지암 병원에 대한 많은 영상들이 유투브에 있더라. 버려진 폐허인데 최근 보면 많이 정리된 사진도 있더라. 원래는 복도 양쪽에 병실이 있는 형태인데 영화적로는 너무 단순해서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 냈다. 이미지에 맞는 장소를 찾기 위해 전국의 폐허란 폐허들은 다 찾아 다녔다. 그러다가 택한 곳이 부산 영도의 해사고 폐고였다. 예전에도 몇몇 영화에 잠깐 나온 적이 있는데 여길 가공하면 무서운 장소로 다시 태어날 것 같았다." (정범식 감독)

한편 현장에선 촬영 당시 관할 지자체 등과의 사이에서 불거진 갈등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공포영화 촬영 과정에서 지자체와 불협화음이 있었고, 실제 곤지암병원 소유자는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지자체와 제작사가 서로 협의 중에 있다"며 "(가처분 신청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부분인데 실제로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면 뉴스나 시사교양 프로에 나오지, 멀티플렉스 극장에 걸리겠나. 실제와 영화적 재미를 혼동시키는 작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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