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프링트레이닝 캑터스 리그에서 LA 다저스가 신시내티 레즈와 연습 경기를 가졌다. 7회에 다저스의 한 신인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첫 두 타자로 조이 보토와 애덤 듀발을 상대했다. 좋은 타자들 앞에서 긴장을 했는지 볼넷에 이어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듀발의 홈런 이후 체이스 어틀리는 마운드를 방문해 처음 보는 이 신인에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난 체이스라고 해." 이어서 "방금 그건 엄청난 홈런이었어. 아웃 좀 잡아봐!"라며 막 커리어를 시작하는 신인 투수의 긴장을 풀어줬다. 긴장이 풀렸는지 이어서 3개의 아웃 카운트를 잘 잡아내었다.

이 루키 투수는 베이스볼 아메리카(BA) 선정 2018 다저스 유망주 랭킹 1위, 빅리그 전체 유망주 랭킹 13위에 이름을 올린 워커 뷸러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속한 다저스의 신인이기에 뷸러의 이름은 한국 팬들에게 그리 낯선 이름은 아니다. 9월 확장 로스터에 맞춰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뷸러는 출전한 8경기 모두 불펜으로 나와 9.1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은 7.71로 좋지 않았지만 평균 98.23마일(약 158km/h)의 빠른 볼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중간 투수로 나와 메이저리그 맛보기를 한 뷸러는 올 시즌은 선발 투수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뷸러는 2018시즌 선발로 뛸 것"이라고 공언했다.

물론 개막전 로스터에 곧장 합류할 확률은 다소 낮다. 클레이튼 커쇼, 알렉스 우드, 리치 힐, 류현진, 마에다 겐타로 이어지는 5명의 선발진은 신인이 넘보기엔 아직 높은 벽이다. 롱 릴리프 역할을 소화할 수 있지만 기존 자원인 로스 스트리플링, 브록 스튜어트가 경험 면에서 우세하다.

하지만 팀의 제 6선발로 평가받는 만큼, 선발진의 예상치 못한 부상, 부진이 발생하면 팀의 선발 로스터에 합류할 것은 분명하다. 빠른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고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기에 잠재성이 충만하고 그런 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팀의 미래를 위한 가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

다만 뷸러가 좋은 내구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반더빌트 대학 3학년부터 안고 있었던 팔꿈치 통증은 지명 이후 악화돼 결국 토미 존 수술을 받기까지 이르렀다. 6피트 2인치(약 189cm)의 큰 키에도 175파운드(약 80kg)밖에 나가지 않는 왜소한 체구는 내구성에 대한 걱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따라서 뷸러에 대한 다저스 프런트의 섬세한 관리가 앞으로 이루어 질 것을 보인다.

일단 훌리오 유리아스와 같이 선발 등판해서 짧게 던지고 내려가는 방식으로 기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팀 사정상 선발진에 장기간 고정 합류하게 되어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호세 페르난데스와 같이 팀 내부에서 투구 이닝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페드로 마르티네스, 팀 린스컴 등 전성기 시절에는 전설적인 활약을 보여줬던 투수들이 결국은 왜소한 체격으로 인해 급 하락세를 탄 사례들이 있기에 뷸러 스스로도 체구를 키우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구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남아 있지만 뷸러에 대한 팀 내외의 기대치는 꽤 크다. 29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렸던 지난 시즌, 뷸러를 지키기 위해 벌렌더 트레이드를 포기했던 프런트의 태도는 그에 대한 팀의 기대를 보여준다. 그를 팀 내 유망주 1위로 선정한 BA는 2021년에 뷸러가 커쇼, 유리아스 등과 함께 다저스 선발진을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했다.

뷸러는 그를 둘러싼 대단한 기대에 맞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그의 내구성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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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표석환
워커뷸러 LA다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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