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끝내 첫 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20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핀란드와의 8강 진출 플레이오프에서 2-5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4전 전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연패를 당했지만 이날 단판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극적으로 8강 진출 티켓을 따낼 수 있는 한국은 몸을 아끼지 않고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역대 올림픽 무대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4개를 따낸 세계랭킹 4위 핀란드는 역시 어려운 상대였다.

김상욱 수비를 뚫어라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진출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한국 대 핀란드 경기. 한국 김상욱(가운데)가 핀란드 수비를 피해 공격하고 있다.

▲ 김상욱 수비를 뚫어라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진출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한국 대 핀란드 경기. 한국 김상욱(가운데)가 핀란드 수비를 피해 공격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이돈구가 퇴장당하며 숏핸디드(우리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 위기에 몰리자 1피리어드 4분 42초 핀란드의 페트리 콘티올라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역시 승리가 절실한 핀란드는 한국을 거세게 압박했다.

곧이어 콘티올라의 슛이 한국 수비수 브라이언 영의 스케이트에 맞고 굴절되면서 들어가는 불운까지 겹치며 추가골도 허용했다. 한국은 김상욱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고, 오히려 미로 하이스카넨에 골을 내주며 0-3으로 끌려갔다.

한국 총공세... '세계 4위' 핀란드도 당황

패색이 짙었으나 한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2피리어드 10분 6초 수비수 에릭 리건이 때린 중거리 스냅샷이 상대 골리의 선방에 막혀 흘러나오자 브락 라던스키가 재차 밀어 넣으면서 만회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불과 2분 만에 신상훈의 패스를 받은 안진휘가 과감한 드리블에 이은 정확한 리스트샷으로 또다시 핀란드의 골망을 흔들면서 1점 차까지 추격했다. 아직 역전은 되지 않았으나 경기장 분위기는 한국 쪽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한국은 수비보다 공격에 집중했다. 한국의 파상공세에 당황한 핀란드는 거칠게 저항했고, 경기가 과열되면서 양 팀 선수들이 감정 섞인 보디체크를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아이스하키가 가진 매력이었다.

맷 달튼 선방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진출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한국 대 핀란드 경기. 한국 골리(골키퍼) 맷 달튼이 퍽을 잡아내고 있다.

▲ 맷 달튼 선방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진출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한국 대 핀란드 경기. 한국 골리(골키퍼) 맷 달튼이 퍽을 잡아내고 있다. ⓒ 연합뉴스


핀란드의 반격을 골리 맷 달튼의 선방으로 잘 버틴 한국은 치열했던 2피리어드까지 2-3으로 끝내고 마지막 3리피어드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 수비수 알렉스 플란트가 후킹 반칙으로 퇴장당하며 위기가 찾아왔다.

결국 골대 앞 혼전 상황에서 골을 내준 한국은 경기 막판 골리 맷 달튼을 빼고 전원 공격에 나서는 '엠프티넷 플레이'로 총공세를 펼쳤으나 오히려 종료 6.1초를 남기고 핀란드가 한국의 텅 빈 골문을 가르면서 2-5로 패했다.

비록 고대하던 올림픽 첫 승은 거두지 못했으나 관중들은 환호와 기립박수로 격려했고, 선수들은 대형 태극기를 펼치로 링크를 돌며 화답했다. 대표팀을 지휘한 백지선 감독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0-162' 조롱 깬 백지선호의 도전

백지선호 잘 싸웠어요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진출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핀란드와 경기에서 2 대 5로 패한 한국 알렉스 플란트 등 선수들이 관중들의 격려 받으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한국은 고대했던 올림픽 첫 승을 끝내 신고하지 못하고 최하위(12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 백지선호 잘 싸웠어요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8강 진출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핀란드와 경기에서 2 대 5로 패한 한국 알렉스 플란트 등 선수들이 관중들의 격려 받으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한국은 고대했던 올림픽 첫 승을 끝내 신고하지 못하고 최하위(12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 연합뉴스


남자 대표팀의 평창 올림픽 출전은 여자 대표팀 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자동출전권을 주지 않으려고 했고, 외국의 유명 아이스하키 블로거는 '한국이 캐나다와 붙으면 0-162로 패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플레이어 출신 백지선 감독이 부임하며 전력이 강화됐다. 국내파 선수들은 지옥 훈련을 버텼고, 올림픽 출전 조건으로 영입한 귀화 선수들과의 조직력도 빠르게 좋아졌다.

그 결과 한국의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세계랭킹 6위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1-2로 아쉽게 패했고, 세계랭킹 1위 캐나다와의 대결에서는 '0-162로 대패할 것'이라는 외국의 유명 아이스하키 블로거의 조롱을 반박이라도 하듯 선전을 펼치며 0-4로 패했다.

한국 남녀 대표팀은 개최국으로서 홈팬들의 응원 속에 동계올림픽의 유일한 구기종목인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한껏 선보이며 승리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고개 숙여 눈물 감추는 백지선 감독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예선 대한민국 대 핀란드의 경기. 백지선 감독이 나홀로 고개를 숙여 눈물을 감추고 있다.

▲ 고개 숙여 눈물 감추는 백지선 감독 20일 오후 강릉시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예선 대한민국 대 핀란드의 경기. 백지선 감독이 나홀로 고개를 숙여 눈물을 감추고 있다. ⓒ 연합뉴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남자 아이스하키 백지선 평창 동계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