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블랙 팬서>, 흑인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블랙 팬서>, 흑인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영화 <블랙 팬서>는 개봉 이후 사흘 동안 미국에서 2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마블의 최신작이 DC의 야심작 <저스티스 리그>의 북미 최종 흥행 성적을 단 며칠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뿐하게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마블'이라는 이름을 감안해도 놀라운 성과다. 한편 <블랙 팬서>의 한국 개봉에 앞서, 국내 영화 평론가들의 한줄평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한국의 많은 영화팬들은 평론가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비난의 주는 '어떤 영화인지 알고 싶은데 왜 흑인 이야기만 하느냐'는 것이었다.

<블랙 팬서>가 인종적 정체성을 몹시 선명하게 드러낸 작품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와 에버렛 K 로스(마틴 프리먼) 등 두 명을 제외하면 주요 등장인물에서 백인 남성을 찾아볼 수 없으며, 흑인 캐릭터와 아프리카 문화권이 중심이다. 영화의 제목 역시 1960년대 미국 강경 흑인 단체인 흑표당(Black Panther Party)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는 최근 영화 가운데에서도 눈에 띄게 인상적인 악역이다. 그는 '아프로 아메리칸'(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아프리카 흑인의 정체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계인으로 등장한다. 극중 속 그는 급진 테러리스트지만,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온건주의자인 '블랙팬서' 티찰라(채드윅 보스먼)의 반대편에서, 또 다른 주인공 몫을 해낸다.

지난해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부 캐릭터의 성격을 무너뜨렸다면, <블랙 팬서>는 적절한 선에 머물고 있다. 동시에 히어로 영화 특유의 스타일과 영상미를 지켜냈다는 것이 유효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와칸다의 왕국은 아름답고, 사이버 펑크 도시처럼 그려진 부산도 재미있다. 스토리 라인이 결코 새롭지는 않지만, <라이온 킹>을 변주한 듯한 감동 역시 있다.

 '블랙팬서 더 앨범'은 켄드릭 라마, 위켄드, 투체인즈, 칼리드 등 화려한 라인업을 과시한다.

'블랙팬서 더 앨범'은 켄드릭 라마, 위켄드, 투체인즈, 칼리드 등 화려한 라인업을 과시한다.ⓒ 유니버설 뮤직


이 시대 최고의 랩퍼 켄드릭 라마, 선봉에 서다

<블랙 팬서>는 음악적인 면에서도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다. 먼저 사운드트랙 앨범인 < Black Panther The Album Music From And Inspired By >를 꺼내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앨범에는 영화에 삽입되었던 곡들은 물론, 이 영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완성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엔딩 크레딧을 성대하게 장식하는 켄드릭 라마 & 시저(SZA)의 'All The Stars'가 가장 먼저 귀에 들어올 것이다.

현 시대 최고의 랩퍼로 평가받고 있는 켄드릭 라마는 사운웨이브(Sounwave)와 함께 이 앨범의 총괄 프로듀서로 나섰다. 켄드릭 라마는 대부분의 수록곡에 참여하면서, 이 영화의 또 다른 공신이 되었다. 그 외에도 제이락(Jay Rock), 스쿨보이 큐(Schoolboy Q), 앱소울(Ab-Soul), 시저(SZA) 등 TDE(Top Dawg Entertainment)의 일원들이 대거 앨범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몇 달전 켄드릭 라마가 이 영화의 OST를 담당하게 되었다는 소식만으로도 이 영화의 방향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 역시 켄드릭 라마를 '우리 영화가 가고자 하는 예술적 방향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켄드릭 라마는 그래미 어워드에서 자신의 고향인 컴튼(Compton)과 아프리카 대륙을 한 화면에 띄우는 등, 인종적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 왔던 뮤지션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인종적 이슈를 중심에 두고 있으리라는 사실은 결코 놀랍지 않았다. 티찰라 역의 배우 채드윅 보스먼 역시 <블랙 팬서>가 흑인 사회에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위켄드(The Weeknd)가 피쳐링한 곡으로서 부산 시퀀스에 삽입되었던 'Pray For Me', 에릭 킬몽거의 심리를 대변하는 곡 'King's Dead'는 영화와 앨범 간의 교집합을 만들어낸다.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과 함께 부른 'Big Shot'은 전형적인 트랩 문법을 따른 곡인데, 켄드릭 라마가 소화할 수 있는 플로우가 얼마나 다양한 지를 체감할 수 있어 재미있다. 촉망받는 신예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가 하우스 비트 위에서 스킬을 과시한 'Opps', 그리고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등장과 함께 분위기가 180도 전환되는 'Bloody Waters'는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될 근사한 트랙들이다.

이외에도 'The Ways'의 'I Am'의 칼리드(Khalid), 조르자 스미스(Jora Smith), 'Bloody Waters'의 앤더슨 팩(Anderson Paak.) 등 젊은 알앤비 뮤지션들의 이름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그야말로 흑인음악의 오늘과 미래가 한 곳에 모인 것이다. < Black Panther The Album Music From And Inspired By >는 훌륭한 뮤지션, 그리고 탄탄한 프로덕션이 뭉쳐 완성된 앨범이다.

이 훌륭한 사운드트랙에 음악 팬들도 빠르게 반응했다. 발매와 함께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이다. 사실 이 앨범의 수록곡 중 대부분이 정작 본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블랙팬서 더 앨범'은 별개의 작품으로서 살아 숨 쉰다. 이 앨범은 때로 <블랙 팬서>의 한 장면을 소환하지만, 동시에 와칸다 왕국의 새로운 얼굴을 창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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