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선수가 1위를 확정 짓고 기뻐하고 있다.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선수가 1위를 확정 짓고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오늘은 안 울었어요. (그 동안) 너무 많이 울어서(웃음)..."

최민정이 20일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 말이다. 이날 두 번째 주자로 나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면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최민정은 "다섯 명이서 금메달을 따 기쁜 것도 다섯 배"라며 "서로를 믿었고 국민들께서 많이 응원해줘 저희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500m, 1500m 경기를 치른 최민정은 각 종목이 끝날 때마다 "같고도 다른 눈물"을 흘렸다. 500m 결승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 처리된 최민정은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짧은 시간 동안 통한의 눈물과 환희의 눈물을 모두 흘린 바 있다(관련기사 : "같고도 다른 눈물" 흘린 최민정의 '독주쇼').

부침 겪은 심석희 "잘했을 때 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

이날 최민정은 "안 울었다"고 했지만, 동료 선수들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펑펑 눈물을 쏟았다. 맏언니 김아랑은 "다시 대표팀에 들어오기까지 너무 힘들었고, 들어와서도 정말 힘든 일이 많았다"라며 "'열심히 하면 정말 뜻을 이룰 수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는 하루여서 정말 눈물이 많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4년) 소치올림픽이 끝나고 크고 작은 부상들 때문에 기량이 많이 떨어졌다. 다시 바닥부터 훈련을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재활에 집중하고 몸을 만들었다"라며 "올림픽 선발전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월드컵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 스스로에게 많이 약이 됐던 시간이었고 그런 부분에서 많이 힘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심석희 또한 감회가 새로워 보였다.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눈물을 흘리지 않은 그는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경기장 한편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올림픽 직전 코치의 폭행 사건이 터졌고, 앞서 있었던 500m, 1500m에서 모두 예선 탈락하며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심석희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라며 "그동안 힘든 일이나, 저뿐만 아니라 언니, 동생들과 다 같이 고생한 것들이 많이 생각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경기를 잘 했을 때보다 더 응원해 주시고 힘이 돼 주셨다"라며 "경기 이외에 새로운 경험을 한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 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시상대에 오른 세 국가(한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중 한국 대표팀만 다른 점이 있었다. 시상대에 선수 다섯 명이 올랐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는 모두 네 명이었다. 쇼트트랙 계주 경기의 엔트리는 총 다섯 명으로 구성되는데, 선수들은 준결승과 결승 중 한 번이라도 경기를 치러야 메달을 받을 수 있다.

시상대에 다섯 명이 섰다는 것은 한국 대표팀의 준결승 멤버와 결승 멤버가 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4순위에 누가 들어가더라도 전력 차이를 보이지 않을 만큼 선수층이 두텁다는 뜻이다.

준결승에서 경기에 나섰던 막내 이유빈은 경기 중 넘어지는 아찔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대표팀은 올림픽신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세계 최강임을 자랑했다. 이유빈은 "당시에 넘어지고 나서는 솔직히 많이 당황했는데, 바로 (최)민정 언니가 달려와 줘 바로 터치가 됐다"라며 "'내가 여기서 정신차리고 가자'라는 생각으로 달렸던 기억 밖에 없다. (결승에서) 언니들이 너무 멋있는 경기를 펼쳐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결승전에 나선 김예진은 "저희가 되게 큰 상을 받게 됐다"라며 "언니들이 많이 도와주고 잘 이끌어줬고, 결승전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제가 긴장하지 않도록 도와줬다. 너무 고맙다"라고 덧붙였다.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1위를 확정 짓고 기뻐하고 있다.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1위를 확정 짓고 기뻐하고 있다. ⓒ 이희훈


세리머니는 누구 아이디어?

이날 다섯 선수들은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기도 했다. 일단 경기 중 김아랑이 바톤 터치 없이 두 바퀴를 연속으로 도는 작전을 흔들림 없이 소화했다. 김아랑은 "계주를 연습할 때 저희가 어느 자리에 있든, 어느 순간이든 다 그렇게 할 수 있게 열심히 훈련했다"라며 "즉흥적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2, 3위를 유지하다 막판에 경기를 뒤집은 것을 두고 최민정은 "계주는 바퀴수가 많고 경기를 뛰는 인원도 많기 때문에 전략대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계주할 땐 큰 틀을 잡고 그 안에서 변수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한다. 그 유동적인 부분과 관련해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훈련했다"라고 강조했다.

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엉덩이를 밀어주는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여자 3천미터 계주 금메달!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김아랑, 김예진, 심석희, 최민정, 이유빈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엉덩이를 밀어주는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 이희훈


특히 다섯 선수는 시상대 위에서 서로 엉덩이를 밀어주는 '계주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돈독한 모습을 보였고,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김아랑은 "시상대 들어가기 직전 뭘 할까 하다가 심석희 선수가 내놓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엄청난 훈련을 같이 소화하다보면 저절로 끈끈해지게 된다"며 웃음을 내보인 김아랑은 "저희가 계주에서만큼은 금메달을 따겠다는 약속을 시즌 초부터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너무 보람있고 기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2관왕인 최민정은 "이제 (1000m) 한 종목이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준비한 것들을 후회없이 다 보여드리겠다"라며 "응원해주신 분들께 보답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심석희도 "이제 올림픽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 만큼 후회없이 재밌게, 즐겁게 잘 마무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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