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샤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격 포인트 2개를 걷어올렸다. 일주일 전 멜버른에 가서 3개(2득점 1도움)의 공격 포인트를 올린 것까지 포함하면 이번 시즌 소속 팀의 공식 2경기에서 얻은 5골(2득점 3도움) 모두가 오르샤의 발끝에서 만들어졌다. 새 시즌 울산의 호랑이 굴로 향하는 길은 오르샤가 닦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한국)가 20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조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의 홈 경기에서 간판 미드필더 오르샤의 2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승점 3점을 위한 결단, 중앙 미드필더 '박주호'

 지난해 12월 18일 울산 현대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던 박주호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울산 현대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뛰던 박주호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 울산 현대


울산은 지난해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부끄러운 경기력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호랑이 발톱을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특히 김도훈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먼저 골을 넣은 뒤 곧바로 2~3분 이내에 동점골을 세 차례 허용하며 3-3으로 비긴 것을 감안하여 박주호를 중앙 미드필더로 넣었다.

왼발잡이 박주호가 볼 키핑력이 좋기 때문에 김도훈 감독의 선택은 매우 적절했다. 지난해 J리그 우승 팀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미드필드 지역에서 짧고 정확한 패스로 공격 패턴을 만들어가는 팀이기 때문에 그 흐름을 빠르게 간파할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가 절실했던 것이다.

전반적인 공 점유율은 어웨이 팀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훨씬 높았지만 울산 선수들은 위험 지역에서 좀처럼 쉽게 슛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답답해 보이기도 했지만 철저하게 역습 전술을 준비해서 나왔다. 너무 높은 위치에서 공을 빼앗기보다는 2선에서 압박 축구의 승부를 걸었다. 박주호와 정재용이 가로채기 후 역습의 출발점 역할을 알뜰하게 해낸 것이다.

그리고 울산의 진정한 살림꾼이자 해결사로도 손색 없는 오르샤를 여전히 잘 활용했다. 오르샤는 동료들의 공간 침투를 빛나게 하는 능력도 뛰어났지만 세컨 볼 상황이 펼쳐져도 당황하지 않고 제2, 제3의 선택을 탁월하게 전개하며 매우 중요한 승리의 갈림길을 만들어냈다.

42분에 만든 울산의 선취골도 그랬다.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흐려진 틈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동료 미드필더 정재용을 빛냈다. 그가 옆으로 밀어준 공을 정재용이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성공시킨 것이다.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험 많은 골키퍼 정성룡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정확도 높은 정재용의 중거리슛을 걷어내기는 어려웠다.

오르샤, 또 하나의 세컨 볼 집중력 놀라워

전반전에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울산은 지난 경기처럼 어이없는 동점골을 내주지 않기 위해 미드필드 집중력을 더 높였다. 무리하게 공격 템포를 올리기보다 공 소유권 지키기를 위해 최대한 폭 넓게 돌리는 선택을 했다.

그 덕분에 조급해지는 편은 가와사키 프론탈레 쪽이었다. 2017 J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을 이어나가기 위해 야심차게 새출발한 2018 시즌에 세레소 오사카와의 슈퍼 컵 2-3 패배(2월 10일), 상하이 상강과의 챔피언스리그 개막전 0-1 패배(2월 13일)의 아쉬움이 남았으니 울산 호랑이굴 앞에서 그냥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조급함에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리는 추가골이 후반전 중반 매우 적절한 시간대에 터졌다. 66분,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황일수가 놀라운 순발력으로 공을 가로챈 다음 상대 골키퍼 정성룡을 곧바로 위협했다. 여기서 정성룡은 각도 줄인 슈퍼 세이브로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상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흐르는 공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또 한 번 빛난 존재는 역시 오르샤였다. 세컨 볼의 귀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영재는 오르샤가 밀어준 공을 잡아놓고 침착하게 왼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골문과의 거리를 정확하게 재고 날린 절묘한 감아차기였다. 지난해 가와사키 프론탈레를 J리그 챔피언으로 만든 골키퍼 정성룡이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톱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공을 걷어낼 수는 없었다. 울산 현대가 정말로 되는 날이었다.

85분에 가와사키 프론탈레 후반전 교체 선수 치넨 케이가 왼쪽 측면에서 노보리자토가 올려준 크로스를 받아 상체를 숙이며 이마로 돌려넣은 만회골이 터지기는 했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흘러갈 때까지 울산 현대는 승점 3점을 거뜬히 지켜냈다. 일주일 전과 사뭇 다른 집중력이 돋보이는 승리였다. 아직 챔피언스리그 일정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 승리 덕분에 울산은 상하이 상강과 2강 구도를 노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울산 현대는 더 숨가쁜 새 시즌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3월 1일 오후 2시 전주성으로 들어가 2017 K리그 클래식 챔피언 전북 현대와 K리그 1 공식 개막 경기를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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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AFC 챔피언스리그 F조 결과(20일 오후 7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 현대 2-1 가와사키 프론탈레 [득점 : 정재용(42분,도움-오르샤), 이영재(66분,도움-오르샤) / 치넨 케이(85분,도움-노보리자토)]

◎ 울산 선수들
FW : 도요타 요헤이
AMF : 오르샤, 박주호(90+2분↔임종은), 이영재(89분↔김건웅), 황일수(90+3분↔김인성)
DMF : 정재용
DF : 이명재, 강민수, 리차드, 김창수
GK : 김용대

◇ F조 현재 순위
1 상하이 상강 6점 2승 3득점 0실점 +3
2 울산 현대 4점 1승 1무 5득점 4실점 +1
3 멜버른 빅토리 1점 1무 1패 3득점 5실점 -2
4 가와사키 프론탈레 0점 2패 1득점 3실점 -2
축구 오르샤 울산 현대 챔피언스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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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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