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신기록' 커플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캐나다의 테사 버추와 스콧 모이어가 포디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 '세계 신기록' 커플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캐나다의 테사 버추와 스콧 모이어가 포디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1998년 팀을 결성해 20년간 피겨 아이스댄스계의 선두주자였던 테사 버츄(28)-스캇 모이어(30·캐나다)의 마지막은 화려했다. 이들의 보여준 퍼포먼스는 마지막까지 국내외 피겨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버츄-모이어는 20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프리댄스 경기에서 총점 206.07점으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이어 8년만에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평창을 '은퇴무대'로 예고했던 이들은 이날 가장 어려우면서도 품격있는 연기를 펼치며 아이스댄스의 영원한 전설로 남았다.

최연소 아이스댄스 금메달리스트의 탄생

버츄-모이어가 올림픽 금메달을 처음으로 거머쥔 것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였다. 당시 이들은 압도적인 연기로 금메달을 차지했는데, 특히 피겨 아이스댄스 역사상 최연소였기에 더욱 화제를 모았다. 또한 당시까지만 해도 북미는 피겨 아이스댄스의 불모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 한계를 깨고 금메달 따낸 것이라 더욱 박수를 받았다.

이들이 뜨거운 환호를 받는 데는 실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모두 아이스하키 선수가 되길 희망했다가 입문과정에서 피겨스케이팅을 접한 후 피겨로 전향했다. 버츄는 뛰어난 안무 구사력, 모이어는 리프트에서의 안정성이 상당히 뛰어나다. 이 두 가지 모두 아이스댄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여자선수는 기본적으로 남자선수의 위에서 고난이도의 리프트 동작을 매끄럽게 수행해야 하는데, 모이어는 버츄를 받쳐주고, 버츄는 모이어 위에서 아찔하면서도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연기를 펼친다.

이들은 밴쿠버에 이어 두 번째 동계올림픽인 2014년 소치를 준비했다. 당시 이들과 경쟁을 펼치던 커플은 메릴 데이비스-찰리 화이트(미국)다. 올림픽 직전 이들의 기록을 보았을 때는 데이비스-화이트의 근소 우세가 점쳐졌다. 결국 쇼트댄스부터 미국조가 1위를 차지하며 앞서기 시작했는데, 두 조의 격차가 무려 2.56점이나 나면서 의문을 낳았다. 특히 버츄-모이어의 쇼트댄스 결과 핀스텝에서 레벨 하나가 4가 아닌 3을 받은 것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결국 프리댄스에서도 이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다만 프리댄스의 경우 데이비스-화이트 커플이 고난이도 리프트를 선보였고, 이들이 프리댄스에서 더 강했다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오히려 판정 논란은 쇼트댄스에서 붉어진 일이다. 당시 버츄-모이어는 여러 의견 속에 은메달을 획득했고 단체전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을 마쳤다.

파파타키스-시제롱 팀과 경쟁... 결국 최종 승기 잡다

환상 댄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가 연기하고 있다.

▲ 환상 댄스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가 연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르네 이 연기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가 연기하고 있다.

▲ 다르네 이 연기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가 연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소치 후 버츄-모이어는 은퇴를 선언했다가 평창을 목표로 다시 복귀를 선언했다. 한동안 이들은 독주 체제를 이어가며 평창의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그런데 올 시즌에 접어들면서 이들에 맞서는 복병이 등장했다. 브리엘라 파파다키스-기욤 시제롱(프랑스)이다.

이들은 평창을 앞두고 유럽의 대표하는 아이스댄스 커플로 급부상해 매 대회마다 신기록을 경신해 나갔고 금메달 후보로까지 급부상했다. 그러나 버츄-모이어 팀에 비해 기술의 난이도를 보았을 때 확실히 뒤떨어졌기 때문에 양 팀의 판정과 관련해서는 여러 구설에 올랐다.

이번 쇼트댄스가 끝난 직후에도 이와 관련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파파다키스-시제롱 팀이 연기도중 파파다키스의 의상이 벗겨지면서 트위즐을 비롯해 일부 리프트 동작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며 세계신기록을 낸 버츄-모이어 팀과 불과 2점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해외 피겨 기자들은 모두 파파다키스-시제롱 팀의 점수가 지나쳤다고 발언했다.

파파다키스-시제롱은 프리댄스에서도 실수 없는 연기를 해내며 또 다시 프리댄스 세계 신기록을 아치우며 버츄-모이어를 압박했다. 그러나 노련함을 겸비한 이들은 다른 팀들의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최고의 퍼포먼스로 맞받아 쳤다. 특히 이들이 보여준 커브 라인 리프트를 포함한 다양한 리프트 동작은 수작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결국 최종 경쟁에 우승을 차지한 것은 버츄-모이어였다. 여러 논란과 우려가 있었음에도 이들은 끝까지 관중들을 열광시키며 전설적인 프로그램을 남겼다.

소꿉친구에서 아이스댄스의 전설로

테사 버추와 스콧 모이어의 금빛연기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캐나다의 테사 버추와 스콧 모이어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테사 버추와 스콧 모이어의 금빛연기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캐나다의 테사 버추와 스콧 모이어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이스댄스 팀을 결성한 후 20년 동안이나 유지되는 경우는 매우 흔치 않다. 버츄-모이어는 같은 동네에서 자란 소꿉친구였고 그 인연이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 동네에서 만난 한 쌍의 아이스댄스 커플은 세계 피겨 역사를 장식하며 세 번의 올림픽 여정을 성대하게 마무리했다.

이들이 따낸 올림픽 금메달은 무려 3개, 소치에서 획득했던 은메달 2개를 포함하면 모두 5개다. 버츄-모이어는 1920~30년대 남자 스케이터 일리스 그라프스트룀(스웨덴), 러시아 남자 피겨의 전설 예브게니 플루쉔코와 함께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세계 피겨 팬들이 이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메달 숫자가 아닌 이들이 은반 위에 보여준 이야기와 프로그램 때문이다.

앞으로 더 이상 이들의 연기를 만날 수는 없지만 버츄-모이어가 남긴 수작들은 피겨인들의 가슴 속에 오랜기간 살아 숨 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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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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