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모태범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한국 모태범이 질주하고 있다.

▲ 질주하는 모태범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한국 모태범이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터범'이라는 별명을 한 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모태범(29·대한항공)의 별명이다. 오랜 슬럼프를 딛고 다시 일어선 모태범은 메달은 아니었지만 최고의 역주를 펼치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모태범은 19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35초15의 기록으로 16위에 올랐다. 후배 차민규(25·동두천시청)가 그에 이어 8년만에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며 영광을 재현한 가운데, 모태범은 후회 없는 레이스로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팬들에게 알렸다,

돌아온 모태범, 반가웠던 모터범의 질주

모태범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막내로 출전해 제대로 '사고쳤던' 멤버였다. 당시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기대했던 것은 이강석(현 의정부시청) 등이었다. 그러나 금메달의 주인공은 먼저 레이스를 마쳤던 모태범이었다. 아무도 그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올림픽 챔피언이 됐고 1000m에서 은메달까지 추가하며 최정상에 올랐다.

질주하는 모태범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한국 모태범이 질주하고 있다.

▲ 질주하는 모태범 19일 오후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한국 모태범이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소치에서 충격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당시 모태범은 합계 기록에서 밴쿠버 때에 비해 0.2초를 줄이며 69초69의 좋은 기록을 냈다. 그러나 네덜란드 군단의 독주는 그치지 않았고 결국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모태범은 당시 3위와는 불과 0.15초 차이로 4위에 자리했다.

이 결과를 본 모태범은 허탈감에 빠졌고 이후 긴 방황을 하며 몸 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어느덧 월드컵 대회에서도 디비전A가 아닌 디비전B로 밀려나는 등 그는 잊힌 존재가 되는 듯했다. 반면 밴쿠버에서 '빙속 3총사'로 활약했던 이상화(29·스포츠토토)와 이승훈(30·대한항공)은 500m 올림픽 2연패, 팀추월 은메달에 이어 매스스타트에서도 선전을 펼치며 계속해서 최정상을 유지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던 모태범은 자신의 별명처럼 '모터범'으로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를 펼쳤다. 무엇보다 불어난 체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모태범은 슬럼프를 겪는 사이 체중이 무려 20kg 가까이 불어나면서 100kg을 훌쩍 넘겼다.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그는 약 25kg 가량 체중을 감량해 냈다.

페어플레이 선서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모태범 선수를 비롯한 심판, 코칭스태프 대표가 선서를 하고 있다.

▲ 페어플레이 선서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모태범 선수를 비롯한 심판, 코칭스태프 대표가 선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독하게 마음 먹은 그는 이번 동계올림픽 500m와 1000m 출전권을 모두 확보했다. 불과 2년여 전만 하더라도 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투명해 보였던 모태범이었지만 이를 극복해냈다. 그리고 다시 선 무대에서 모태범은 최선을 다하며 메달 이상의 가치를 보여주며 첫 레이스를 마쳤다.

한국 빙속은 유럽과 북미 지역 선수들에 비해 선수 생명이 짧은 편이라 안타까움이 크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모태범은 앞으로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다. 20대 중반 슬럼프를 겪었지만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나 결국 세 번의 올림픽을 치른 것은 분명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모태범은 19일 레이스를 마친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나도 베이징에 가고 싶다"며 소망을 드러냈다. 아직은 먼 얘기이지만 동년배 선수들이 여전히 현역 선수로 뛰고 있는 것을 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모터범의 질주가 앞으로도 영원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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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모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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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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