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건설노조 "평창올림픽 하얼빈 빙설대세계 임금 체불 해결하라" 강원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파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16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열린 ‘하얼빈 빙설대세계’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강원건설노조 "평창올림픽 하얼빈 빙설대세계 임금 체불 해결하라" 강원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파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16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열린 ‘하얼빈 빙설대세계’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나가는 시민 그리고 관광객 여러분들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하지만 올림픽이 진행되는 가운데 체불된 11억 원의 임금 중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역의 주민이자 시민으로서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는 점, 이해해 달라."

19일 오후 2시 10분, 강원도 평창 올림픽 플라자 6번 게이트 앞에 건설노동자들이 모였다. 임금체불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강원건설노동조합 소속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먼저 양해부터 구했다. 올림픽이란 '축제' 가운데서도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 절박함을 호소한 것이다. 평창 올림픽 플라자를 찾은 외국인들도 "We are Starving to death"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이들을 휴대폰으로 찍으면서 관심을 보였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모두 60여 명, 체불액 규모는 총 11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2년째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건설차량을 빼앗긴 노동자도 있고, 가정이 파탄 난 이도 있었다.

"차까지 팔아가면서 일했는데..."

지난 2016년 1월 8일, 평창 알펜시아에서는 '평창 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 점등식'이 열렸다. 세계적인 겨울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중국 하얼빈 빙등제를 평창으로 옮겼다.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기획된 사전 축제 행사였다. 하얼빈시로부터 인증받은 중국의 얼음 조각 아티스트 300여 명을 초청했다. 점등식 현장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심재국 평창군수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흥행에 실패했다. 강원도개발공사와 MOU를 맺고 축제를 진행한 시행사 ㈜트루이스트는 폐업했다. 그리고 강원건설노조 측은 축제가 끝난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 공사에 참여했던 인부들의 임금을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 어느 곳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준영 강원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지역도 발전하고, 지역 노동자도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생각으로 (평창 올림픽 유치를) 모두 환영했는데, 건설노동자들에게 체불금액 11억 원만 남겼다"라면서 "사는 길 마련하겠다고 자비까지 들여가며 열심히 일한 우리 조합원들이 길거리에 나앉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강원도와 강원도개발공사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누구 하나 이 임금체불에 대해서 책임지고 나와 해결하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라며 "검찰도 고발 2년 만에 (참고인) 조사 한번 없이 사건을 종결지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자들이 자기 차까지 팔아가며 남 밑에서 죽으라고 일하고 있을 때, 건설사 사장은 외제차 뽑고 돌아다니며 건설노동자들을 울렸다"라고 주장하며 "우리 건설노동자들이 체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 강원도, 강원도개발공사 누구라도 빨리 나서서 협의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임금 체불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 농성' 예정



피해 당사자도 직접 나서 발언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사는 최태영(42)씨는 "현재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아내는 식당 노동자로 일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음 조각 밑에서 영하 20도가 넘는 칼바람을 맞으면서 일을 했는데, 왜 우리 노동자 임금을 착취하느냐"라며 "정말 피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하다. 누구 하나 이 억울한 가슴을 몰라줘서 이 자리에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문순 도지사님과 강원도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016년 돈을 주겠다고 협약서를 써줬는데 아직도 못 받고 있다. 중국인은 돈을 다 주면서 한국사람 임금을 왜 체불시키나"라면서 "돈 없고 백 없는 사람은 짓밟히고 단물 빨아 먹힐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마을 하나가 박살이 났다"라고 하소연했다.

강원도건설노동조합은 "임금체불 해결하고, 생존권을 보장하라!"라는 구호를 외치며 해산했다. 이들은 20일부터 임금 체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강원도개발공사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직접적인 계약관계는 강원도개발공사가 아니라 ㈜트루이스트와 시큐팜이 노동자들과 맺은 것이다. 강원도개발공사가 원청인 것도 아니다"라면서 "강원도개발공사는 빙설대축제의 후원사로 부지만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임금을 주고 싶어도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도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법적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2년 전 임금 체불 건을 주지했을 때부터 중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9차례 정도 중재 테이블을 만들었고, 11억 원 중에서 약 3억 원은 지급된 것으로 안다"라며 "올림픽이 끝난 이후, 신임 강원도개발공사 사장과 강원건설노조 분들과의 면담도 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폐업 상태인 ㈜트루이스트 관계자에게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강원건설노조 "평창올림픽 하얼빈 빙설대세계 임금 체불 해결하라" 강원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파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16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열린 ‘하얼빈 빙설대세계’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강원건설노조 "임금 체불 해결하고 생존권 보장하라" 강원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파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16년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열린 ‘하얼빈 빙설대세계’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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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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